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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row and pleasure Sep 05. 2021

아기 찹쌀떡이 잠을 잡니다.

이미 너는 귀한 아이야

그림일기] 아기 찹쌀떡이 잠을 잡니다. by 내일을 꿈꾸는 꿈쟁이



“나는 너와 함께하는, 매 순간 ‘어미’를 배운다.     





오늘도 어미는 너의 사진을 이리저리 보며,

귀한 너를 그린다.     


아가, 네가 열 살쯤 되었을 때, 거북이를 키웠던 거 기억나니?     

어미는 사실 그 이전까지 단 한 번도 거북이를 키워보리라고 생각하지 않았어.

그런데 어느 날, 수족관 앞에선 네가, 여느 아이들처럼 색감이 예쁜 물고기가 아닌,

시커먼 데다, 마치 늙은 할아버지 할머니 같은 거북이를 키워보고 싶다고 해서 퍽 당황했단다.


사실, 너의 태몽이 바다거북인 걸 생각해 보면

전혀 이상하지도 않지. 아가, 어미는 널 가진지도 몰랐던, 어느 날 꿈에서,

부엌으로 기어들어 온 커다란 바다 거북이를 보았더랬어.

어미는 거북이가 도망갈세라, 얼른 뒤집어 놓고 잡았단다.


그리곤 4주 후엔, 콩알만 한 너를 화면으로 만났지.     

나중에 어미가 알아보니, 바다거북이 태몽은, 장수와 재물을 뜻하기에

이런 태몽을 받고 태어난 아이는 장수하며 평생 유복하게 살아나간다고 하더라.

또, 남을 이끄는 능력이 뛰어나고, 탁월한 지혜를 타고나,

한 나라의 수장이 되거나, 지도자가 될 귀한 아이가 태어날 태몽이라고 했어.  

                        

특별한 태몽 덕인지, 너는 항상 뭐든지 열심히 하더라. 항상 남달랐어.

이 그림 속의 너는 4, 5개월 무렵일 때였어.


넌 네가 제일 좋아하는 분홍 돼지 인형을 가지고 오더니,

거실에 있는 어미 앞에 보란 듯이 툭 하니 던져 놓더라.

그러고는 저 뒤에 보이는 부엌으로 온 힘을 다해 배밀이를 해서 기어갔고,

몇 초쯤 쉬었다가 다시 방향을 틀어

열심히 분홍 돼지까지 오기를 수십 번이나 반복했어.   

  

아마도 분홍 돼지가 너만의 목표지점이었는지,

퍽 힘들어 보였는데도, 넌 어떻게 해서든 거기까지는 오더라.

그런데,

그렇게 쉬지도 않고 계속 배밀이를 하던 네가,

많이 힘든지 어느 순간 부엌에서 엎드린 채 조용하더라.


어미는 네가 너무 지쳐서 이제 분홍 돼지까지 못가나 했어.

그런데 조금 있다 다시 보니, 비록 너의 두 다리는, 문턱에 걸쳐져 있었지만,

어느새 거실까지 가 있더라.


아가 그때 네 볼이 얼마나 발그레했는지 모른다.

그리곤, 넌 마치 하얀 찹쌀떡 같은 네 얼굴을

팔 위에 얹고, 분홍 돼지를 끌어안은 채, 바닥에 엎드려 잠들어 있었어.     

아가라 숱도 별로 없던 머리에는,

땀이 이슬처럼 송골송골 맺혀 햇빛에 반짝이고 있었지.


너는 늘 그랬어.

커나가면서도 또 때가 되니 정말 누구보다 열심히 기고, 또 열심히 걷더라.     


아가, 너는 어미보다 작고 여렸지만, 늘 어미보다 훨씬 더 훌륭했어.

넌, 언제나 무얼 하고자 마음먹기만 하면, 그것이 불가능해 보일지라도,

시간이 얼마나 걸리던지, 꼭 해내는 아이였으니까.


네가 여섯 살 때 봄 즈음이었는데, 유치원에서 훌라후프 대회를 했더랬지.

그런데 너만 하나도 못 돌려서 꼴찌를 했다며, 집에 오자마자 어미를 잡고 대성통곡했었어.     

그때까지 늘 남보다 잘 안되는 건, 일찌감치 포기해왔던 어미는,     


"꼴찌 하면 어때, 다른 거 잘하는 게 있을 거야. 괜찮아."     


하고 '그건 절대로 안 된다'는 메시지를 너에게 주었지. 

    

그런데도 아가, 그때의 너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어미에게 그랬어.


“아니야, 엄마, 나, 나, 오늘도 연습하고, 내일도 연습하고, 잎이 떨어지고, 눈도 올 때까지 계속 연습하면, 나도 언젠가 훌라후프를 엄청 잘 돌릴 거야. 엄마 나, 나 연습해볼래!”


너는 그 날부터 저녁마다 훌라후프를 돌렸어.

첫 주에는 한 개에서 계속 떨어지고,

그다음 주에는 세 개에서 계속 떨어지고,

또 그다음 주에는 한 여섯 개쯤에서 계속 떨어지고….     


   

어느새 너의 그렇게 '열심인 날들'이 모여, 반년이나 지났을 때였어.     

결국, 넌, 유치원에서 훌라후프를 100개나 돌렸어.

친구들과 선생님의 함성을 들으며 1등을 했다고도 했어. 

       

사실, 어미는 네가 하고 싶은 걸 위해 그토록 오랜 기간,

인내하며 견뎌내는 동안 너의 도전이 당연히 실패하리라 생각하고,

제대로 된 응원조차 하지 않았어. 


어미는, 그때 너의 뿌듯해하는 얼굴을 보며, 어미로서 아주 부끄러웠어.   

   

그래서 어미도, 그 날부터 아무리 힘든 일이 있더라도, 

너처럼 최선을 다했고, 늘 어미다운 어미가 되려고 노력하기 시작했지. 

    

그런데, 아무리 다짐하고 배워나가도 어미는, 

지금 이 순간에도 또 너에게 무언갈 잘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미는 또 훨씬 많은 세월이 지나고, 

마음이 더 여물어야만 지금 이 잘못을 겨우 깨달을 텐데.


난 벌써 너무 미안한데, 너는 오늘도 '어미'를 응원하고 또 응원한다.     

너는 늘 어미가 무얼 하든지 간에,     


"아, 우리 엄마 귀엽네, 우리 엄마 잘하네, 우리 엄마 사랑해, 역시 우리 엄마가 최고야"     


하며, 어미가 너를 키우며 너에게 해야 했을 말을 내게 해준다.     


아가, 이제 어미는 네가 세상의 리더나, 최고가 되길 바라기보다,     

그저 너의 평온한 삶과 행복을 매일 기도해.    

          

너를 사랑하면 더 사랑하게 될수록,     

어미는 그저 네가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아나가게 되기만을 바란다. 

 

 

아가, 너는 내게 정말 특별한 아이야. 

지금 와 생각해 보니, 그건 너의 태몽이 특별해서가 아니었어.

또, 네가 무언갈 잘해서도 아니었고.   

  

너는 그저 이 어미에게 온 순간부터, 이미 귀한 아이였던 거야.     


아가, 항상 기억해. 네가 이다음에 커서 뭐가 되든, 어떤 삶을 살든,

이미 너는 귀한 사람이야. 

         

“아가, 나는 너와 함께하는, 매 순간 ‘어미’를 배운다."     


네가 있어 정말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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