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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요 Sep 14. 2021

<분노> 우리는 너무 쉽게 믿고 의심한다

분노(2016)

도쿄 한복판의 가정집에서 부부가 한날 한시에 살해당한다. 그 부부를 죽인 남자는 '분노'라는 두 글자만을 자신의 표식처럼 남겨두고 유유히 사라진다. 그날로부터 1년이 흐르는 동안 범인은 성형수술을 하고 아무렇지 않게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는 소문만이 무성할 뿐이었다.

그 때, 도쿄, 치바, 오키나와에 범인의 몽타주와 닮은 얼굴을 한 세 명의 남자가 나타난다. 그곳에서 누군가는 그를 믿고, 의심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들은 각자 믿음과 의심의 대가를 치른다.

한창 여행에 빠져있을 때 여행지에서 수많은 낯선 사람들을 만났다. 며칠 만에 금방 친구가 되어 여행을 함께하기도 했고, 어딘가 미심쩍은 사람들을 피해 다니기도 했다.

오랜 시간동안 여행을 떠나지 못하고 일상을 살아가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째서 그 사람들을 그렇게 쉽게 믿었을까? 나는 그 사람들을 얼마나 잘 알고 있었을까? 누군가에겐 겁 없고 무모한 행동일 수 있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을 믿고 내 짐을 맡기고, 같은 방을 쓰는 일들이 말이다. 다행히 그렇게 믿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은 적은 없었지만, 반대의 경험은 있었다.

가는 여행지마다 몇 번이고 마주쳤지만, 어딘가 이상하고 미심쩍은 느낌이 들어 줄곧 애써 모른척하고 피해 다녔던 한국인 여행자가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알게 된 사실은 그 사람은 단지 평범한 여행자일 뿐이었고 오히려 수많은 한국인 여행자들과 잘 어울렸으며 심지어 그들에게 좋은 평판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의심할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단지 좋지 않은 첫 만남의 기억이 쌓아간 확증편향의 결과물일 뿐이었다.


우리는 너무 쉽게 믿고 의심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어서 믿고 그냥 느낌이 이상해서 의심한다. 어째서일까. 누군가를 믿는 일과 의심하는 일은 왜 이리도 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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