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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요 Oct 04. 2021

<패터슨> 우리의 일상도 시(詩)가 될 수 있다는 믿음

패터슨(2017)

'패터슨 시'에서 버스 기사로 일하고 있는 '패터슨'은 매일 반복적인 일상을 되풀이한다. 매일 아침 6시 10분에 일어나서 도시락을 챙겨 집을 나서고, 버스에 올라 매일 같은 곳에서 승객을 태운다. 그리고 같은 시간에 점심을 먹고, 같은 시간에 단골 바에 들러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향한다. 그렇게 패터슨의 하루는 마무리된다. 하지만 패터슨의 일상에 특별한 점이 하나 있다면, 패터슨은 매일 보고 느낀 것을 시로 옮기는 '시 쓰는 버스 기사'라는 점이다. 성냥갑부터 승객들까지 패터슨이 쓰는 시의 소재가 된다. 패터슨이 일상 속에서 써 내려가는 시를 통해 우리는 자연스레 패터슨의 일상이 특별하다고 여긴다.

과연 패터슨의 일주일은 우리와 크게 다를까? 지루하게 반복되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시적인 순간'은 항상 존재한다고,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것 같은 우리의 삶도 사실은 매 순간이 시로 쓰일 수 있을 만큼 새로움으로 가득하다고 짐 자무쉬는 말한다.

그렇다면 <패터슨>은 왜 우리의 일상이 영화도 소설도 아닌 '시(詩)'라고 말하고 있을까? 대부분의 영화나 소설은 새롭고 특별한 이야기를 펼쳐나가며 우리에게 일상에서 겪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한다. 하지만 시는 집요하게 일상을 관찰한 결과물이다. 무의미하게 여겨지는 것에서 의미를 발견하거나 자신만의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기도 한다. 그리고, 시는 '반복과 차이'로 운율을 만들어낸다. 반복되는 형식 혹은 문장 사이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변주를 발견할 때 우리는 그것을 '시적인 것'이라 부른다. <패터슨>은 버스 기사 패터슨의 일주일, 반복되는 7번의 하루와 그 안에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들을 여백 가득하게 내보인다. 반복과 차이, 그리고 여백을 그린다.

그런 의미에서 <패터슨>은 시적인 영화를 넘어서 그 자체로 시가 되었다.


"우리의 일상은 이미 한 편의 시다."라고 영화는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잠시 깨닫고 다시 반복되는 일상에 파묻혀 지내다 보면 까맣게 잊어버리기도 한다. 영화  패터슨처럼 일상을 시로 써내지는 못해도 매일 반복되는 지루함보다는  안에서 생겨나는 작은 새로움들에  기울인다면 우리의 일상은 시가 되고, 시는 우리의 일상이 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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