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하는 '눈'을 현역군인 특히 간부가 아닌 병으로 복무한 이들에게는 위에 나오는 허접한 수식어보다 그냥 "하늘에서 내리는 쓰레기"란 표현이 더 맞지 않을까 한다.
2022년 첫눈이 온 콜로라도아재 동네
제설에 작전이란 근사한 명칭을 붙여해 본 게 지금으로부터 딱 20년 전인 거 같다. 어느 부대나 마찬가지겠지만 유독 부대 담장만 넘어서면 기온이 10도 정도는 더 낮은 듯한 곳인영천의 학교서의 눈이 첫 제설이었던 것 같다.
학과 출장을 하기 위해, 급식을 하기 위해, 생활관에서 수업동까지, 또는 식당까지 중대 자재창고에서 제설도구를 꺼내 건네받고는 눈을 쓸거나 밀었던 게 어느새 20년이 지난 추억이다.
십여분간 집입구쪽에 눈을 치우고
임관 후 야전부대로 발령받고부터는 직접 눈을 치우기보다는 제설담당구역의 상태를 확인하거나 제설 상태를 상급자나 부대에 보고하러 다니는 게 주된 임무가 된지라 특별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눈을 치운 적이 없었는데, 여기 콜로라도에 오고부터다시 제설도구를 직접 들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다행히 4년 넘게 살면서 눈이 많이 내린 적은 없었지만 딱 한번 2021년 3월경에 이틀 동안 내린 눈이 약 20인치 대략 50cm 정도 온 적이 있을 때 눈으로 도로 곳곳이 막혀 출근을 못 한 적이 있었다.
이렇게 눈이 올 때면 주정부 교통당국과 지방정부의 교통과에서는 제설차량을 운행하는데 우선적으로 주요 고속도로와 지방도를 제설하고 이후에는 차량 가용을 고려하여 주민들이 사는 동네의 제설을 해주고 있다.
아재가 일하는 도시에서도 제설차량을 자체적으로 운영하는데 이때 제설차량의 긴급 정비 및 차량 소모품 교체를 위해 아재도 순번제로 정비 대기를 하러 직장으로 불려 가곤 한다.
물론 수당이 지급되지만 눈이 오는 와중에 직장으로 가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니라 가끔은 안 불러줬으면 하는 생각도 들지만, 직장에 대부분이 은퇴를 앞둔 기술자들이라 그나마 젊은 피(??)에 끼이는 아재가 나가지 않으면 60을 바라보는 이들이 나가야 될걸 생각하니 전화가 오면 도로 상태를 봐서 갈 수 있을 정도면 나가고 있는 현실이다.
8시간에서 길게는 12시간. 후번근무자가 눈으로 오지 못할 때는 가끔 16시간도 대기하면서 Street부서의 제설차량을 손보곤 한다. 정말 작년같이 폭설이 올 때면 Street부서뿐만 아니라 4륜 트럭에 Plow가 달린 가용차량이 구비되어있는 PROS와 Water부서까지 총동원되어 도로제설에 투입되어 관할구역을 제설하는데 올해는 제발 그런 사태는 안 일어났으면 바래본다.
콜로라도에 살면서 늘 느끼는 게 이곳이 아재가 군생활을 4년이나 했었던 강원도와 비슷하단 것이다.
눈뜨면 산맥이 보이고 겨울에는 눈이 자주 내리며
해발고도가 다른 지역보다 높다는 지리적인 요건도 비슷하고, 춘천처럼 덴버라는 그나마 주에서 가장 규모가 큰 도시가 있는 것도 비슷한 것 같다.
어느새 미국으로 날아와 산지 햇수로 5년 차에 들어섰다.
언제 고향을 다시 갈 수 있을지... 휴가를 내고 비행기표를 예매하고 기다리면 늘 어떤 일(2주 대기나 격리, 혹은 진단검사)이 생기는 바람에 취소한 게 2년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