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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하되 경직되지 마!
3등항해사는 선박의 입항과 출항 시에 선교(브릿지,조종실,W/H,BRIDGE)에서 선장의 엔진, 바우스러스터의 명령을 수행하고, 선박의 속도, 부두와의 거리, 주변 선박의 움직임을 체크하고, VTS(선박교통관제소)와의 교신을 주로 담당한다.
입출항시 보통의 경우 도선사(PILOT)가 한 명 승선하여 선박을 조선하고, 선장은 도선사의 행동을 감시하며, 3등항해사는 선장의 명령에 따라 엔진 텔레그라프를 움직인다. 그리고 조타수는 도선사의 명령에 따라 조타를 하고 3등항해사는 조타수가 제대로 명령을 따르는지 수시로 확인한다.
컨테이너 선박의 경우 입출항이 굉장히 잦은 편인데 반해 벌크선은 한 달에 한번 또는 두 달에 한번 입항 작업을 경험할 정도로 뜸하기 때문에 벌크선의 선원들은 컨테이너선 선원들에 비해 입항 시 체감하는 긴장감이 최소 열 배는 더 될 것이다. 이렇게 글을 쓰는 동안 3등항해사 시절의 아찔했던 경험이 떠오른다.
<에피소드 2>
20만 톤 광탄석 전용 운반선을 몰고 하역을 위해 포항제철부두에 입항하는 중이었다. 선교에는 도선사와 선장 그리고 실습항해사였던 나와 조타수가 있었다. 3등항해사는 본선 진급 예정으로, 2등항해사 업무를 배우기 위해 선미로 나갔고, 나는 3등항해사의 업무인 선장 보좌를 해야 했다. 부두에 근접하였기에 3항사가 추가적으로 해야 할 일은 없었다.
나에게 주어진 임무는 트랜시버로 윙브릿지에 나가 있는 선장의 명령에 따라 엔진 텔레그라프를 움직이는 것이었다. 아주 단순한 작업이기에 선장은 실항사인 나에게 그 업무를 믿고 맡겼다. 나도 처음엔 순조롭게 지시에 따라 엔진 텔레그라프를 이동시키고 트랜시버로 보고를 하였다. "스톱 엔진" , "스톱 엔진 썰!"
그런데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선수와 선미에서 일항사와 이항사가 순차적으로 부두와의 거리를 보고하는 중, 선장이 육성으로 다급하게 슬로우어스턴(반속후진)이라고 소리쳤다. 나는 슬로우어스턴(반속후진)이지만, 엔진 텔레그라프를 데드슬로우어스턴(극미속후진)에 한번 가져다 놓고 엔진이 정상적으로 걸리는 걸 확인한 후에 슬로우어스턴(반속후진)으로 옮기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선수 일항사와 선미 이항사가 거리 보고를 하는 사이에 트랜시버(무전기) 혼선으로 기다리다가 뒤늦게 슬로우어스턴이라 보고를 하였는데, 당황하여 엔진 텔레그라프를 데드슬로우어스턴에서 슬로우어스턴으로 옮겨놓지 못했다.
엔진을 슬로우어스턴까지 사용하지 않았지만, 다행스럽게도 선박은 정상적으로 부두에 접안하였다. 그런데 접안 후 식사시간에 기관장이 "실항사, 아까 데드슬로우어스턴인데 왜 슬로우어스턴이라고 선장님께 보고하였느냐?"며 나를 나무랐다. 뒤늦게 그런 상황을 인지한 선장은 왜 그런 실수를 했고, 보고도 안했냐고 심하게 꾸중을 들었던 기억이 십수 년이 흘러도 생생하다. 만약 정말로 슬로우어스턴이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낮은 출력을 사용해서 사고라도 났다면, 정말 아찔한 기억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이런 경험을 통해서 입출항 작업 시에 3등항해사에게 엔진 명령을 한 후, 엔진 알피엠 인디케이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3등항해사를 믿지만 한 번 더 재확인하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 왜냐하면 총톤수 몇만 톤~몇십만 톤의 선박이 선장과 3등항해사 사이의 사소한 의사소통 실수로 인해 부두와 살짝 스치기만 해도 그 피해는 수억~수십억 이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씨마스터의 삶과 선박 관련 경험을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