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말이 인생을 좌우했다
기억나는 위인들의 말이 있다.
소크라테스 “너 자신을 알라”, 나폴레옹 “불가능은 없다”, 최영 장군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 이름을 떨친 위인들의 말은 기억나지만 그 말이 어떤 상황에서 했던 말인지는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에 교훈을 주기도 하고 많이 활용되기도 한다. 현실은 다르다. 상황이 빠진 사람들의 말은 오해를 사기도 하고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000가 이런 말을 했다”와 “이런 상황에서 000가 이런 말을 했다”의 차이는 크다.
사람들은 무더운 여름날 시원한 음료를 찾고 추운 겨울날 따뜻한 음료를 찾는다. 반대로 무더운 여름날 따뜻한 음료를 주고 추운 겨울날 시원한 음료를 준다면 싫어할 수밖에 없다. 말도 상황에 맞아야 한다. 상황과 말은 바늘과 실과 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일상에서 상황은 말을 만들고, 말은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공식화된 상황에서는 준비된 말을 한다.
위인들이 남긴 유명한 말은 교훈을 준다고 앞서 말했다. 하지만 우리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말은 아니다. 삶에 영향을 주는 말은 나와 함께 이 세상을 살아가는 가까운 사람들과의 말이다. 가족, 학교 친구, 학교 선생님, 군대 동료, 직장 동료, 선후배, 친지, 이웃, 들과 말을 주고받으며 살아왔고 말에 따라 오만가지의 감정과 일들이 일어난다.
사람들 말에 상처 받아 5개월 지옥 생활한 적이 있다. 내가 잘못한 것이 없었다. 시기와 질투로 내가 짓밟혔다고만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복수하기 위해 마음속으로 하루에 수십 자루의 칼을 갈았다. 머릿속에 그들의 잘못만 계속 쌓여갔다. 5개월이 지난 어느 날, ‘내가 먼저 원인을 제공하고 잘못한 일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기억의 창고에 있는 일들을 하나하나 복기해 보았다. 잘못과 지은 죄가 너무 많았다. 머릿속에 나의 잘못과 죄가 채워지니 그들의 죄는 밀려났다. 5개월 동안 나를 괴롭혔던 미움, 복수가 사라졌다. 큰 깨달음이 왔다. ‘진정한 용서는 용서할 것이 없을 때 용서된다!’
현상에는 원인이 있다. 앞서 “000가 이런 말을 했다.”와 “이런 상황에서 000가 이런 말을 했다.”의 차이가 크다고 했다. 여기에 원인을 하나를 더 추가하며 차이는 더 커진다. “이런 원인으로 생긴 상황에서 000가 이런 말을 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말! 상황! 원인! 이 세 가지를 염두 해 두면 사람에 대한 오해보다 이해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삶에 영향을 미치고 기억에 남는 말을 정리해 보기로 했다.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나름 노력하겠지만 주관적 한계를 벗어날 수 없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글을 통해 의도하는 것이 네 가지 정도 있다.
첫째, 위인이나 유명한 사람의 말에 취하지 말고 자신과 주변 사람의 말에 집중 하자는 것이다.
둘째, 기억의 창고에 저장되어 있는 상황과 사람들과 주고받은 말을 복기해 보자는 것이다.
셋째, 상황과 말의 원인을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넷째, 글로 정리해 보자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말을 잘하고 싶고 글을 잘 쓰고 싶은 욕구가 있다. 방법을 배우기 위해 책도 사고 제법 고가의 강의를 듣기도 한다. 이런저런 사회 활동으로 토론회, 세미나, 모임에 가끔 참석을 했다. 대부분 말 잘하는 사람들의 놀이터라 한 번은 문제 제기를 했다. 말을 꺼냈으니 나보고 대안을 제시하라면서 다음 회 진행을 맡겼다. ‘말하지 못하는 사람을 말하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을 했다. 답은 ‘추억’이었다. 다음 모임에서 추억 한 장면을 그림으로 그리고 발표하라고 하니 모두 능숙한 이야기꾼이 되었다. 어떤 주제를 가지고 말하라고 하면 부담스럽고 주눅이 들지만 자신의 경험을 말하라고 하면 누구나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글도 마찬가지이다. 경험을 글로 적으라고 하면 가장 편하고 쉽다.
그때 그 말!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삶에 영향을 미친, 그래서 잊히지 않는, 그때 그 말을 기억의 창고에서 하나하나 끄집어 내 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