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곰손이 Aug 07. 2021

엄마도 엄마가 있어?

그렇게 또 묻는다

언젠가는 아들이 물어볼 줄 알았다. 어떻게 대답할지 몰라 혼자 망설이고 불안해했던 말이었다.  

제발, 하지 말아 줬으면.... 아니면 나중에 아주 나중에 해줬으면 했다. 

어떤 전조도 느낄 새 없이, 그냥 어느 날, 아무렇지 않게 훅~ 

해맑고 말간 눈빛으로 결국 아들이 묻는다. 


엄마도 엄마가 있어?

그럼 엄마의 엄마는 어디 있어?     


헉!

내 눈동자는 갈 길을 잃고, 머리는 하얘진다.  사실 아들은 기억 못 하겠지만, 3살 어느쯤에 그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그때는 애매모호한 대답으로 어물쩍 넘어가곤 했다. 


'근데..... 하필 왜 지금이니~!!' ^^;;;;


아들의 두 번째 질문은, 시댁에서 밥을 먹고 있던 중이었다. 어느 누구도 선뜻 대답하지 못한 채 내가 어떻게 답할는지 눈치만 보고 있는 듯했다. 분위기상 그냥 웃고 넘어가려 해도 아들은 왜 대답을 안 하냐는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또다시 머리가 하얘진 난 슬쩍 귀속말로 나중에 얘기해준다며 마무리를 지었다. 


며칠을 생각했다.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음.... 실은 나도 엄마가 있다. 아니 있었다. 나를 낳아주고 성인이 될 때까지 키워준 사람. 지금은 없지만. 

없는 것만도 못한 사람. 미워하고 원망하는 마음이 싫어, 먼저 하늘나라로 떠난 엄마를 눈물로 그리워하던 친구가 오히려 부러웠다. 


마음의 결심이 선 며칠 후. 

밥을 먹다가 아들에게 조용히 이야기했다. 엄마의 엄마는 하늘나라에 갔다고. 몇 년 전 할아버지처럼.(아들 4살 때, 할아버지(남편의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지셔서 돌아가셨음). 그러면서 이름을 묻는다. 마음이 무겁지만 다시 물었다. 


왜? 기억해주려고?     


그렇단다. 그래서 불러 본 지 20여 년이 다돼가는 낯선 나의 엄마 이름 석자를 알려줬다. 그렇게 엄마의 엄마 소동은 끝이 났다. 하지만 언젠가는 또 물어보겠지. 또 소환되겠지. 

어딘가 살아있을 엄마를 졸지에 하늘나라에 보내 미안하지만, 연락도 닿지 않는 이 상황을 어린 아들에게 이해시키긴 너무나 어려웠다. 


아들아, 실은 엄마도 엄마가 있었어. 

엄마라도 부르고, 엄마가 해준 밥을 먹고, 엄마가 빨아준 옷을 입고..... 

나름 추억도 엄청 많아. 엄마한테 잘 보이고 싶어 올백도 맞아보고,  스무 살 되던 해에는 같이 귀를 뚫기도 했어. 그런데 왜 지금 곁에 없냐고? 음,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그냥, 살면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생기더라. 그래서 당연한 건 없더라고. 꼭 엄마가 자식 곁에 있는 건 아니더라고.  

너를 품고, 낳고, 기르면서 문득문득 떠올라. 예전엔 많이 아팠는데 지금은 그러려니 해. 

그저 부디 잘 살고 있기를 바라는 마음 정도. 

솔직히 엄마도, 

생각만해도 가슴 따뜻해지고 애틋한, 쭈글쭈글 주름이 가득한 손을 가진, 늙은 엄마를 갖고 싶었어..... 

작가의 이전글 어느 날, 잠들기 전의 대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