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는 으례히 외식으로 일주일 집밥의 고단함을 위로하곤 했습니다. 직장인들 못지않게 주부인 저도 주말을 기다리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이조차 여의치 않게되었잖아요. 밀키트와 테이크아웃, 사먹는 반찬으로 대체하면서 엄마의 끼니 만들기를 쉬어갔습니다. 지금은 그래도 좀 익숙해졌지만 초기에는 정말 우울감이 밀려오더라구요.
집에서만 있는 저를 위해 남편은 주말에 차로 드라이브도 시켜주고, 카페 나들이 대신 드라이브 스루 커피점에서 좋아하는 음료와 티라미수 케이크를 포장해서 기분전환을 시켜주곤 했습니다.
이것이라도 있으니 좀 살겠습니다. 나름 집순이라고 생각해서 잘 견딜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그건 저만의 착각이었나 봅니다. 의도적으로 집에만 있으라고 하니 또 아이들과 끼니를 챙겨 먹이는 일이 쉽지 않았던가 봅니다.
그런데 문득 테이크아웃으로 먹고 남는 포장지며 일회용 용기들에 저절로 한숨이 났습니다. 먹고나니 정말 생각보다 쓰레기가 너무나 많이 생기네요. 내 숨통은 틔였는데 지구 숨통은 막히겠다 싶습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떠오릅니다.
' 아! 아이들과 함께 재활용 화기를 사용해볼까? '
아이들과 집밖으로 나가지 못하면서 생명력이 있는 꽃과 식물들을 가까이 해주려고 원예활동을 소소하게 해보는데요, 이때 화훼 부자재를 재활용품으로 사용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에게 환경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눠보면 교육적 효과까지 일석이조가 될 것 같았습니다.
엄마의 욕심이란 언제나 교육적 목적을 빼놓지 않는다니깐요.
아이와 일회용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보니 답답한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은 환경보호부터 기후변화에 까지 제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알고 있었습니다. 또 더이상 쓰레기를 묻을 곳이 없어 쓰레기가 산을 이루고 있고 그것으로 땅도 오염이 되고 있다는 것, 우리는 열심히 재활용을 위해 매일 쓰레기도 분리수거를 하지만 재활용하지 못하는 게 더 많으며, 불가사리를 이용해서 제설제를 만드는 친환경적인 기업도 언론에서 보았고, 기후변화로 북극곰이 살 곳이 없어졌다는 등 현실적이고도 사회적인 환경관련 이야기를 쏟아냅니다.
생각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실천해나가야 할 텐데, 그 방법이 무엇인지 사실막막하기는 엄마도 매한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복합소재로 되어 있는 것은 각각을 모두 분리하지 않는 이상 재활용이 어려워 모두 그냥 버려야 한다고 하고, 반찬을 사서 올 때 담겨진 플라스틱 그릇은 깨끗하게 설겆이를 해서 버려도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고도 하고, 색깔이 있는 비닐봉투나 인쇄가 되어있는 비닐포장지도 재활용이 안되서 모두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한다는데......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는 것이 좋겠지?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말이다.
티라미스 다먹고 씻어 놓은 케이스 일회용 플라스틱 케이스, 플로럴폼, 나비, 꽃가위, 플로럴나이프, 스티커, 돌림판, 물통, 신문지(깔개), 아스테이지 (깔개)
*플로럴폼은 미리 물에 충분히 담가 준비합니다.
**돌림판은 있으면 사용하고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오아시스 칼은 집에 있는 빵칼이나 케이크 살 때 딸려오는 플라스틱 칼을 사용해도 괜찮습니다.
****물을 먹은 꽃 가지에서 물이 나오니 신문지를 두껍게 깔거나 아스테이지 같은 비닐을 깔아주면 작업을 마치고 청소하기가 한결 수월합니다.
꽃의 향기가 유난히도 코끝을 자극하는 후리지아에 아이가 눈을 빼았겼습니다. 아주 향기롭답니다. 노랑색 꽃이라서 더 예쁘다네요.
아이의 이런 반응을 볼 때면 꽃은 오감을 만족시키는 소재임에는 정말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예쁜 화형과 색감은 시각으로, 향기는 후각으로, 생명력있는 탄탄한 줄기와 꽃잎은 손끝으로 느끼는 촉각까지 말입니다.
꽃은 뭘해도 이쁘잖아요.
네가 꽃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충분히 적신 플로럴폼을 티라미수 케이스의 크기와 비슷하게 가늠하여 잘라봅니다.
사실 오아이스칼(플로럴폼 나이프)은 정말 칼이라서 엄마가 형태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위험하니깐요. 그런데 저와 몇 번 해보다보니 자기가 안전하게 잘 해보겠다며 직접 해보겠다네요. 직접 해보겠다고 해서 곁에서 지켜보는데 속으로는 정말 안절부절 진땀을 빼며, 절로 손이 가는 걸 간신히 참았습니다. 가만히 보니 제법 잘 합니다. 그것을 보면 아이가 스스로 해보면서 또 한 뼘 자랐음을 느꼈습니다.
엄마가 기다려주어야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막상 닥치면 쉽지가 않습니다.
' 앞으로는 네가 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주도록 하마.'
플로럴폼이 꽉 채워지지 않아서 흔들리더라구요. 공간이 뜨는 부분만 제가 조금 더 잘라 메워주었습니다.
플로럴폼이 고정되지 않으면 꽃이 흔들려서 망가지기 쉽거든요.
꽃가위는 일반 가위보다 훨씬 날카롭기 때문에 아이들이 사용할 때는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가르쳐주어야 합니다. 꽃대의 아래쪽을 잡고 가위는 자르고자 하는 위쪽으로 잘라야 손이 다치지 않는다고요.
꽃가위를 사용할 때는 첫번째도, 두번째도, 세번째도 안전이 제일 중요합니다.
물올림을 해둔 꽃 들은 사이즈가 너무 길어서 제가 옆에서 중간 정도 길이로 미리 조금 잘라주었습니다.
이 초록색의 넓은 잎은 레몬잎인데요, 레몬 모양처럼 생겨서 그렇다는 설이 있어요.
그 이야기를 아이한테 해주었더니 하나도 안 닮았답니다. ^^;;그러면서 잎이 반짝인다며 꼭 보석같다고도 합니다. 아이들의 표현력이란......
탄탄한 그린 소재들을 가장 자리쪽으로 먼저 꽂아 주면 하늘거리는 버터플라이 라넌 꽃을 조금은 기댈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이는 꽃부터 꽂습니다.입이 근질근질합니다.
그래...그런건 엄마가 설명주어야겠다 싶습니다. 엄마가 말할때와 그냥 지켜보기만 해야할때를 구분하는 것은 순간순간 찾아오지만 분별력을 갖기는 참 어려운 부분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나서부터는 마음가는대로 너가 디자인해 보기.
가위로 자르고 꽃을 조화롭게 꽂는 일이 생각보다는 쉽지 않은데 아이는 차분하게 그리고 거침없이 꽂아 갑니다.
제가 배우기로는 인 앤 아웃부터시작, 고려할 것이 너무 많아 꽃을 꽂는 것이 두렵기만 한데요, 아이의 과감함이 때론 부럽습니다.
손가락을 이용해서 플로럴폼에 꽂는 행위가 이렇게 소근육 발달에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설유화까지 꼼꼼하게 꽂아줍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화사한 나비를 얹어줍니다.
아이들과 함께 할 때는 이런 동물 모양이 있으면 더욱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이 익살스럽게 즐거운 표정하고는....^^
마지막으로 노티드 도넛에서 받아온 귀여운 스마일 스티커도 플라스틱 케이스에 붙여주었습니다.
버리지않고 이렇게 두었다 쓰는 것도 칭찬해~
하지만 쌓여있는 이것들은 다 정리해야 한단 말이다.
나비 한 마리가 꽃밭에 살포시 앉은 모습에 벌써 봄이 온 것 같습니다.
같은 재료라도 완성작을 보면 그 사람만의 느낌이 있기 마련입니다. 아이의 꽃꽂이를 보고 있노라니 행복이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아이는 다 꽂아놓고는 쿨하게 자리를 뜹니다.
멋지고나~
아마도 이토록 봄을 그리고 있나 봅니다. 봄이란 비단 계절적 봄이기도 하지만 마음의 봄이기도, 코로나가 없는 미래의 그 날이기도 한 그런 상징적인 봄입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온다고 했습니다.
맡은 바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나의 몫을 기본을 충실히 지키며 하는 것, 그것이 그 봄을 기다리는 엄마의 자세라는 마음을 다 잡아 봅니다. 그렇지 않으면 놓쳐버릴 수도 있는 나와 아이들의 시간이 가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