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ower Activity 6_ 부케 만들기
꽃을 배우고 돌아올때면 한아름씩 작품을 들고 오게되는데요, 그럴 때마다 아이들은 꽃의 신세계를 보게 되었습니다. 엄마가 알려주는 듣도보도 못한 어려운 영어단어 맞춤인 실로 다양한 꽃의 이름을 알게 되었고, 계절마다 달라지는 꽃을 구경하는 재미도 생겼고, 색감도 텍스쳐도 다른 꽃의 아름다움도 감상할 줄 알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백화점이나 식당의 꽃장식을 보게 되면 '이거 우리 엄마도 했는데'하면서 한마디씩 하기도 합니다.
부케를 배우고 돌아온 날, 딸 아이는 부케에 홀딱 반한 것 같습니다.
"엄마, 이게 이렇게 들고 결혼식 하는 거지?"하고 묻더니 부케를 들고 결혼 행진을 하고, 꽃 냄새도 맡아봅니다. 냄새가 너무 향기롭다면서요. 그 향기의 주인공은 보라색 히아신스였습니다.
"엄마, 나도 결혼할 때 꼭 보라색 히아신스랑 라넌쿨러스랑, 델피늄이랑 이거랑 이거랑 .... 다 똑같이 만들어 줘야 돼~ 알았지?" 합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뭔가 맞은 것처럼 아니 그냥 뇌가 딱 정지가 된 것 같았습니다. 아이가 벌써 결혼 생각을 하다니, 한 ... .한 ..... 한 ...번도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라 그냥 갑자기 마음이 뭔가 휑해지는 것이 참으로 낯설게 느껴집니다.
헉, 이 꼬맹이가 벌써?????
디즈니 공주가 나오는 시리즈는 죄다 갖고 있을 정도로 공주를 좋아하는 여자 아이이니, 뭐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이내 갑자기 서운해지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우리 엄마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그러다 이내 다행이다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도 다 졸업하고 가야하니깐 시간이 아직도 많이, 아주 많이 남아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말입니다. 당장은 아니니깐. 그러다가 또 결혼은 뭐하러 하냐 그냥 엄마랑 살지 싶은 생각도 들고요.
그 짧은 시간동안 온갖 생각이 머리 속이 한참을 복잡거립니다. 꽉 채워졌다 뒤죽박죽되었다 꽉 막히다가 수없이 반복되었습니다. 머리와 달리 겉모습으로는 머뭇거림을 마치고 이내 내 뱉은 말은 "엄마 열심히 연습해야겠다." 였습니다.
그러다 아니다 싶대요. 아무리 부케가 예쁜들 엄마 딸만 하겟니?!
제 아무리 예쁘게 부케를 만들어도 너만큼 빛이 나진 않을 것 같은데 말이다하고요.
난 영락없는 도치맘이 맞습니다.
내친 김에 우리 부케나 한 번 만들어 볼까?
델피늄, 러넌쿨러스
카네이션, 거베라
알스트로메리어, 설유화, 호아니
아이가 손잡이를 들고 한 손으로 손잡이용 부케 플로럴폼에 꽃을 꽂기가 쉽지 않아서 이것을 잡아줄 수 있는 플라스틱 컵을 하나 가져와서 활용했습니다.
꽃받침에 바로 아래를 자르면 플로럴 폼에 꼽을 수 없으니 최소한 꽃받침에서 2~3cm 아래로 잘라주도록 합니다.
유칼립투스는 잎을 아래로 훓어주면 잎을 정리하여 주면, 꽂을 수 있게 가지가 나온답니다.
아이가 좀 더 쉽게 꽃을 꽂을 수 있도록 조금 가지를 잘라 주었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꽃부터 차례대로 꽂아갑니다.
요리조리 살펴보면서 어디에 꽂아야 하는지 골똘히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세상 고민은 다 짊어진 거서 같습니다. 입을 내밀고 있는 것을 보니 이건 틀림이 없습니다. 아이는 집중하고 고민할 때는 여지없이 입이 나오거든요. 물론 혼날때도 그렇긴 합니다만.
아이가 보는 위쪽만 꽃을 꽂으면 안되고 아래쪽도 플로럴폼이 보이지 않도록 사용하지 않은 소재들을 이용하여 채워보도록 했습니다.
조그마한 플로럴폼이 이렇게 많은 꽃이 꽂히다니, 또 이렇게 크게 되다니 아이가 무척 놀랍니다.
꽃향기를 맡으면서 아이의 표정에서 행복이 묻어납니다. 그것을 보는 저 또한 절로 행복해지구요.
살며시 부케를 잡고 베시시 수줍은 듯 웃는 아이의 모습이 너무나 귀엽습니다.
근데 그렇게 좋아?
하......엄마도 좋은 마음이 들게 노력해볼게.
근데 엄마는 시간이 좀 걸릴 거 같애.
어떻게 보낸다니.....
근데......
하긴 사춘기때 속을 썩이면 빨리 갔으면 싶다더라.
그렇게 그렇게 너와 나의 시간들이 이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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