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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a Apr 16. 2021

1. 교토에서 만난 호주에 사는
일본 남자 친구

일본-호주에서 한국-호주로 장거리 연애 6년 차.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나는 가장 먼저 '라인'(일본의 카카오톡)을 확인한다. 매일 아침, 저녁마다 남자 친구는 꼬박꼬박 스탬프로 나한테 인사를 준다. 일이 정말 바빠도 남자 친구는 매일 잊지 않고 나한테 라인으로 인사해줘서 이제는 내가 먼저 스탬프를 보내곤 한다. 나의 일상의 일부가 되어버린 라인의 스탬프. 이런 일상도 어느새 6년을 향해가고 있다.


대화 내용보면 스탬프가 거의 90%( 배경화면의 저 순록은 내 자는 모습이랑 똑같다고 강제로 남친이 설정해줬다.이느므자슥이..)




첫 만남은 도쿄도 아닌 교토였다. 우리는 교토에서 만나기 전에 6개월 정도 펜팔을 하였다. 남자 친구는 독학으로 호주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었고, 나는 영어를 공부하고 있었다. 그 당시 다양한 언어교환 앱이나 사이트가 유행했는데 거기서 우리는 언어 친구로 만나게 됐다. 나도 몇 번 펜팔을 해봤지만, 꾸준하게 이어져가는 친구가 없어서 그만둘 때쯤이었는데, 우연찮게 대화를 시작한 남자 친구랑은 뭔가 짧게 이야기해도 재밌었고 편했다.


계속 펜팔을 하다가 그가 일본에서 인턴을 시작하게 돼서 일본에 온다고 말해줬다. 호주-일본이라는 장거리에서 나랑 같은 나라에 온다는 사실이 왠지 모르게 기뻤지만 한편으로 만나야 할까?라는 의문도 있었다. 펜팔이라고는 하지만, 사이버상에서 만난 사람이었기에 서로 '우리 만날래?'라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가 먼저 말을 꺼내 줬다. "네가 괜찮으면 우리 만날래? 만나는 게 불안하고 걱정되면 싫다고 말해도 돼. 그게 당연한 거니깐." 그렇게 그는 말해줬다. 자기 자신을 보호해야 하는 건 당연한 거고 싫다고 말해도 정말로 괜찮다고 말해주면서 그는 친척이 교토에 있어서 당분간 교토에서 있을 거라고 했다.. 어떻게 하지?



그렇게 고민하면서 결국 우리는 교토역에서 만났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교토에 있는 친구한테 미리 연락도 해놓았다. 사람이 붐비는 곳에서 나는 개찰구에 나왔을 때, 그를 바로 발견할 수 있었다. 사진의 모습과 똑같아서 안심했다. 비대면으로 만났던 우리가 실제로 직접 만나니 처음에는 어색했다. 점심시간이어서 배가 고픈 우리는 일단 밥을 먹고 그가 가고 싶었던 카페를 가서 커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어색하고 긴장했는데, 평소에 만났던 친구처럼 그가 편하게 대해줘서 덕분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저녁이 되고 나는 친구 집에서, 그는 친척 집으로 돌아갔다. 친구는 내가 아무 일 없이 돌아온 것에 크게 안심했다.


"진짜 무사히 와줘서 다행이야!! 어땠어?"

"응, 고마워! 괜찮았어.... 근데, 나 교토에서 걔 몇 번 더 만나볼까 봐"


짧은 기간 동안 교토에서 우리는 가고 싶었던 관광지나 시장도 다녀보고, 서로 먹는 걸 좋아해서 하루에 4-5끼 먹어가면서 먹방 투어를 했다. (정말 배가 너무 불러서 입었던 바지가 터질 뻔했다.) 그랑 이야기하면서 가치관이나 생각하는 방식도 비슷해서 앞으로도 계속 연락하고 진지하게 만나고 싶다고 서로 약속했다.

모든 게 아름다웠던 가을의 교토.

 


교토에서의 만남이 끝이 나고 나는 도쿄로 돌아와 졸업논문준비과 아르바이트를, 그는 인턴생활을 시작하면서 서로 바쁜 생활을 보냈다. 그래도 꾸준히 연락은 매일 하면서 시간이 되면 만나 밥 먹으면서 편한 관계를 유지했었다. 그렇게 그의 인턴 생활이 끝나가면서 호주로 돌아갈 때가 다가오자, 하루는 그가 오다이바에서 인공 해변 가보고 싶다고 했다.

해변 쪽을 걸으면서 짧은 대화가 오가면서 노을이 지기 시작하면서, 얼굴 터질 것 같이 빨개진 그가 이렇게 말했다.


"일본에서 좋은 추억들 만들어줘서 정말 고마워. 우리 오랫동안 만난 사이는 아니지만, 진지하게 너랑 앞으로도 계속 만나고 싶어. 좋아해..付き合ってくれる?(사귀어줄래요?)"




지금 이걸 적어보니 너무 오글 거리는 고백이다. 당시에 그는 어눌한 한국어로 말하면서 결국 사귀어달라는 말이 발음하기 어려웠는지 일본어로 말한 그의 모습이 너무 귀엽고 오글거렸다. 하지만, 그의 용기 있는 고백 덕분에 우리는 지금까지도 장거리 연애를 하고 있는 거일 지도.


진심이 통한다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장소는 의미가 없다.

서로 그때 만나자는 진심 있는 한 마디가 없었더라면 지금 크게 후회했을지도 모른다고 우리는 말한다.


펜팔로 시작해, 지금까지도 꾸준히 진지하게 연애하는 우리는 장거리 연애 6년 차 커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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