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이는 7살이 되었다.
아침 9시면 아이 등교를 시키고 저녁 6시쯤 하원차량이 집 앞에 도착한다.
나보다 더 나잇대가 있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학교를 다닐 때보다, 유치원 다닐 때가 더 시간이 난다는 말에 공감이 된다.
유치원+운동센터의 조합으로 내가 일할 수 있는 시간을 세팅해 놨다.
하지만 이 시간이 긴 겨울잠을 자는 뱀처럼 가만히 있는 시간이 될 줄 몰랐다.
작년 겨울쯤,, 하던 걸 놓아버려야 끝이 나겠구나 생각이 들 정도의
힘들었던 관계에서 벗어나고자 내가 선택한 방법은 자폭이다.
결국에는 무너지는 것이 가장 나를 지키는 방법이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지키고 살아가던 당연함의 생활모습들이 하나씩 하나씩 사라져가며
나의 무너짐을 지켜본다.
지금의 모습도, 미래의 나도 설레지 않은 상태로
날들은 흘러간다.
아이의 등. 하교 그리고 최소한의 집안일을 꾸역꾸역 하며
마치 작정한 사람처럼 못났게 하루를 버텼다.
예를 들면, 아이 등교시간은 나의 아침 컨디션에 따라 바뀐다.
어떤 날은 빨리 보내고 쉬고 싶은 마음에
일어나야 하는 시간에 아이가 깨지 않으면 극도로 예민해지다가
어떤 날은 새벽까지 잠이 안 와 유튜브 이곳저곳을 떠돌다 잠들어
아이보다 늦게 일어나서 느지막히 등교를 한다던지,
은행에 내야 하는 서류가 있는데
내일을 꼭 보내야지..
다음날이 돼서
내일은 꼭 보내야지..
이렇게 며칠을 보내고선
왜 이거 하나 보내는 게 힘이 들지? 하며 자책하면서
한 달 이상 걸린다던지,
온라인으로 장을 실컷 보고는
내일은 재료손질을 해놔야지
내일은 꼭 요리해서 먹어야지
하며 하루하루가 가고, 그렇게 썩어버린 채소 그대로를 아무도 없을 때
음식물 쓰레기로 버린다던지,
내가 마치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인 것 같은 생각이
머릿속의 생각으로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나를 둘러싼 무거운 공기속에서
느껴져 버리고 만다.
나의 겨울을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