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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레네 Aug 16. 2021

너의 깜빡임, 너의 반짝임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를 보았다.



2003년도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Lost in Translation)>를 보았다.




네이버에서 퍼온 줄거리는 대략 다음과 같다.


일상이 무료하고 외로운 밥 해리스(빌 머레이)와 샬롯(스칼렛 요한슨)은 도쿄로 여행 온 미국인이다. 영화배우인 밥은 위스키 광고 촬영차 일본을 방문했지만 일본의 낯선 문화와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소외를 느끼고 있다. 또한 이제 갓 결혼한 샬롯은 사진작가인 남편을 따라 일본에 왔지만, 남편에게도 안정을 얻지 못하고 외로움과 불확실한 앞날에 대해 번민하고 있다.

같은 호텔에 묵던 두 사람은 우연히 호텔 바에서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외로움을 느끼는 서로의 모습 속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고 서로에게 이끌린다. 








사실 처음엔 영화를 보기가 좀 꺼려졌다. 아니, 남녀 주인공 나이차가 아버지와 딸 뻘인데, 두 사람이 서로에게 이끌린다구요? 그리고 둘 다 지금.. 기혼남녀인 거잖아요?


하지만 그저 그런 사랑(불륜) 이야기가 아닐까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이 영화는 매우 산뜻했다.  질척거리는 감정이나 찐득한 애정씬 없이, 그저 공허한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에게 위안이 되어주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보여주었달까.









사랑은, 통역이 될까? 사랑은 어떻게 전달이 되는거구, 또 과연 누군가와 백 프로 마음이 맞닿을 수 있을까? 영화 속 남녀 주인공 둘은, 말도 안 통하고 마음은 더더욱 안 통하는 빈 성냥갑 같은 도쿄에서 서로를 향해 반짝반짝 빛난다. 누군가에겐 수많은 불빛 중의 하나에 불과하지만- 서로에겐 유일하게 해석될 수 있는 기호처럼 깜빡인다.


어쩌면 사랑은 통역이 필요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사랑은 사전에 나오는 수백만 가지의 단어로도 표현할 수 없는 그 너머의 교감 일지 모른다. 상대에게만 읽히는 암호 같고 유일한 언어 같은 것. 남들이 이해 못하는 게 당연하고, 또 상관없는 것.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오늘 도시 속에서 누군가의 깜빡거림을 읽었을까? 부디 내일은 당신을 소중히 여기는 반짝이는 말과 마음이 많이 닿기를, 그래서 조금은 덜 외롭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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