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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vable Mar 31. 2023

영국 치과 도전기 1

 - 나는 치과가 정말로 싫다 -

안타깝게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 양치질을 꼬박 해도, 초콜릿이나 사탕, 젤리를 많이 먹지 않아도 선천적으로 치아 이놈이 연약해서 충치가 멋대로 생겨버리는 그런 사람말이다. 그게 바로 나다. 어릴 때부터 치과를 얼마나 다녔던지, 병원을 엄청 싫어하는 나로서는 항상 '이놈의 이빨 다 뽑고 그냥 틀니를 해버려!'라는 생각이 치민다. 어차피 인생의 끝자락에 만날 틀니 좀 일찍 만나면 어때? 하는 심정이랄까?



이 이야기를 풀어내려면 어언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사실 대학생이 된 이후로 치과에 방문하지 않았는데 좋은 기회로 미국에 인턴쉽을 가게 되어서 가기 전에 급하게 치과를 방문했었다. 한평생 다녔던 치과는 간판은 똑같은데 원장님이 바뀌어있었다. 사실 언니 친구의 아빠 분이셔서 더 편하게 진료 봤고 다른 치과는 가본 적도 없는데 세상 당황스러운 전개였다. 그리고 새로운 의사 선생님은 호랑이 선생님처럼 무서웠다. 내 치아보고 한두 개가 아니라 단기간에 고칠 수가 없으니 미국 인턴이 끝나면 다시 와라라며 아무 치료도 해주지 않고 보내셨다. 


미국에 가서 나는 이 진료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세상 달달하고 맛있는 마카롱에 케이크에 아이스크림에 추로스에 얼마나 먹었는지 모른다. 코로나로 인턴이 중단되어서 강제로 입국했을 때는 정신없이 학교 기숙사 시설에서 자가격리를 하고 자취방을 구하느라고 치과 가는 걸 까맣게 잊었다. 뭐 불편한 곳도 없었고 아픈 곳도 없었다. 이때까지 내 치아는 자잘 자잘하게 자주 썩었을 뿐이지 나름 신경치료를 한 번도 안 받아봤다는 내면의 자부심이 탑재되어 있었다. 


그렇게 또 몇 년이 지나고 유학준비를 하면서 다시 한번 '아... 치과 가봐야겠다' 출국 2주 전에 방문했는데 진단은 똑같았다. "더 썩었고 2주 안에 진료가 끝날 사이즈가 아니에요~ 다음에 오세요~" 그때도 사실 출국의 기쁨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영국에서 한국을 잠깐 방문했을 때에는 또 찾아가 "그래도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는 충치들을 해결해 주시면 안 될까요?" 했더니 그건 급한 게 아니기 때문에 지금 할 필요 없다고 했다. 갈 때마다 그런 진단을 들었더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럼 계속 놔두면 지금 작은 충치도 심각해질 텐데 어떻게 해요?" 돌아온 답변은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정 안되면 영국에서 진료를 한번 받아봐요". 




한평생 가본 치과라 거기만 다닌 내 잘못이었다. 그렇게 의사 선생님 말대로 몇 년을 방치한 내 치아는 사실 아프지는 않았는데 이제 안 좋다고 하니까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영국에 돌아와서 그래 내가 영국에 낸 건강보험료가 얼마인데 병원을 한번 알아보자 라는 마음으로 NHS 웹사이트를 마구 뒤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우스갯소리로 영국에서 의사 기다리다가 먼저 죽는다고 말한다. 그건 진짜 팩트다. 


우선 영국의 치과 시스템은 NHS 치과(국가 보험이 적용되는 치과 서비스)와 Private 치과 (사설치과)로 나뉜다. NHS 치과에 방문을 하려면 '환자 등록'이라는 걸 해야 하는데 이 자체를 받아주지 않는다. 내가 거주하는 곳에 있는 NHS 치과 20군데도 넘게 연락을 넣어봐도 새로운 환자는 받지 않는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하면서 급하면 우리 병원 Private로 예약해~ 라며 약을 판다. 아무리 생각해도 NHS 환자가 너무 많다는 건 다 거짓말이다. 돈을 더 벌기 위한 거짓말. 


그럼 그냥 Private 가서 진료하면 되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 가난한 유학생이 신경치료를 하고 크라운을 씌운다고 가정해 보자. 일단 예약하는 비용 즉, 의사를 만나는 비용이 75파운드에서 100파운드이다. 최대 16만 원이라는 소리. 그리고 검사를 위해서 엑스레이를 찍으면 엑스레이 비용이 또 따로 든다. 치아당 사진을 찍으면 2-3파운드 정도하고 전체를 찍으면 20파운드도 넘게 받는다. 우리 집 근처 Private 치과에서 신경치료에 크라운을 견적을 받아 본 결과 신경치료 비용이 600 파운드에 크라운을 씌우는 비용이 825 파운드라고 했다. 


너무 놀라서 크라운 비용에 신경치료 비용이 포함이 된 건지 물어봤더니 전혀 아니란다. 음.... 치아 하나 고치는데 음.... 최소 1500파운드 정도 든다. 현재 환율료 하면 240만 원 정도. 월급이 통으로 나가는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보험이 처리가 되는 NHS를 이용하고 싶은 것이다. 크라운을 씌워도 국가보험처리가 되면 신경치료와 크라운을 합쳐서 230파운드가 조금 넘는다. 37만 원 정도! 그렇기 때문에 치과에 환자로 등록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영국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잘 알다시피 영국의 치과진료는 악명 높다. 그래서 더 이용하기 싫었고, 이용할 생각도 없었는데, 당시 한국에서 치과진료를 볼 때 많이 상한치아가 아프지 않아서 레진으로 치료하고 왔는데 영국에 입국하고 2-3주가 되는 시점부터 아파오기 시작했다. 처음 겪어보는 치통의 스트레스는 상당했다. 누워있으면 더 아프고 밤에 더 아프고 그리고 이게 일주일정도 치통에 시달리다 보니 갑자기 귀와 턱이 아파지고 미간까지 통증이 퍼졌다. 아.... 진짜 큰일 났구나 싶었다. 


그렇게 치통을 2주간 견디다가 결국 아무리 치료를 잘 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영국 치과에 도전해 보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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