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벌어 내가 쓰는 휴학생1의 일상
소이연 : 그리된 까닭.
이연님은 제가 기획자로 참여했던 단체전 파란_을 인연으로 이어져 기획단체 0의 멤버로 함께하게 된 분입니다. 그는 "나는 이미 환상에 있어."라는 문장으로 본인을 표현합니다. 이연님의 환상은 사랑으로 가득 찬 세계예요. 늘 대책 없이 낭만을 좇는 사람인데, 듣다 보면 그 낭만에 동승하고 싶어져 버리기도 합니다.
3년째 일로 함께해 왔지만, 일이 아닌 사람 소이연을 만나는 시간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그가 나를 부러워했다는 사실도, 그리고 이렇게 뛰어난 작가의 기질을 가진 사람이었다는 것도, 이번 기회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늘 당신이 당신 다울 수 있길, 그런 세상이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미지 우리가 왜 진작 이거(클로바노트)를 안 했을까 엄마 인터뷰 할 때.
어때요? 긴장되시나요?
소이연 뭘 물어볼지 궁금하네요.
미지 그냥 대화하듯이 할 거예요. 저도 오늘의 인터뷰가 앞으로 제가 어떻게 할지의 방향성이 될 것 같아서, 이연 님이 약간 실험이랄까.
소이연 제법 긴장되는군요.
미지 저도 인터뷰 프로젝트를 계속해보고 싶었는데 어떻게 하지? 할 수 있을까? 하면서 미루고 미루다가, 최근에 독서 모임에서 <<나의 첫 사이드 프로젝트>>를 다뤘거든요. 그 모임에서 사이드 프로젝트 계획을 세우고 실행해 봅시다. 다음 모임 때는 우리가 2주 동안 뭘 했는지 이야기를 나눠볼 거예요. 이렇게 했어서, 큰일 났다. 다음 모임이 이번 주 토요일인데. 그래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일단 지인부터 시작을 하자라는 마음으로. 저도 오늘 이게 맞나? 하면서 그렇게 준비를 했어요.
그러면, 시작해 볼까요? 오늘은 뭐 하다 오셨나요?
소이연 아르바이트하고 바로 넘어왔어요.
미지 무슨 아르바이트를 하셨나요?
소이연 저 중앙동 파스타 집에서 서빙 겸 기타 등등을 하고 있어요.
미지 몇 시간 해요?
소이연 3시간 반 정도 근무를 하는데
미지 근데 중앙동이면 출퇴근 시간이 한 시간은 되지 않나요?
소이연 맞아요. 왕복 1시간 정도 되죠.
미지 어쩌다 그렇게 먼 곳에 가게 되셨나요?
소이연 일단 시급을 잘 주고요. 주휴도 주고요, 점심밥도 줘요.
미지 그건 원래 당연한 건데. 왜 그거에 감사하게 됐을까. 다 챙겨주는 데가 사실 잘 없긴 해요.
소이연 그렇죠. 제가 한 1년 반 동안 아르바이트생의 신분으로 있으면서 이런 데를 처음 만났어요.
미지 진짜요? 우리나라 알바 계 어떻게 돼 가고 있는 것인가..
소이연 주휴라는 걸 일단 처음 받아봤거든요.
미지 진짜 안 주는데 많더라. 저도 파리바게트 일했을 때 그래도 대기업은 챙겨주는구나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그러면 요즘엔 주로 뭘 하시면서 지내시나요? 하루 일과 같은 거.
소이연 요새는 정말 정말 단조롭게 생활을 하는데, 7시 반부터 9시 사이에 일어나서 씻고 밥을 먹고 출근을 해요. 9시 40분에 집에서 나가면 중앙동에 한 보통 10시 15분쯤 도착해요. 10시 반까지 출근이어서 한 10분 정도 앉아서 쉬다가, 제가 오픈 준비를 하거든요. 그래서 10시 반부터 오픈 준비하고 11시쯤 되면 사장님이 오세요.
2시까지 열심히 일을 하고 사장님이 주시는 점심을 먹고 퇴근하면 한 2시 반쯤 된단 말이죠. 한 30분가량 열심히 달려서 집에 도착한 다음에, 오후 알바가 7시까지 출근이어서 5시 반까지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 보면서 푹 쉬다가 저녁을 먹어요.
그러고 나서 6시 20분쯤에 버스를 타고 수영동으로 출근을 해서 열심히 일을 하고 11시에 퇴근을 해서 집에 도착하면 보통 한 11시 40분쯤 되거든요. 그렇게 집에 도착하면 씻고 웹소설을 좀 보다가.
미지 웹소설을 좋아하시는군요?
소이연 네. 카카오페이지 대주주예요.
미지 요새 웹 소설이 진짜 인기가 많아졌더라고요. 예전에는 좀 음지 문화였던 것 같은데 요새는 완전 양지로 올라온 것 같아요.
소이연 제가 웹소설을 좀 오래 봤다 보니까, 한 4년은 봤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이게 트렌드가 변화하는 게 보이더라고요. 신기하게.
미지 저는 웹 소설은 거의 본 적이 없는데 요즘에는 그게 웹툰화가 많이 되더라고요. 웹소설에서 온 웹툰의 특징은 제목이 길다는 거.
소이연 그렇죠. 요새는 막 무협이랑 로맨스가 섞이기도 하고, 워낙 장르별로 믹스가 많이 돼서 변주도 많고 신기해요. 아무튼 웹소설을 한 1시간 정도 보다가 1시 이전에는 무조건 잡니다.
미지 그게 거의 매일매일 똑같이 반복되나요?
소이연 네. 그리고 주말에는 이제 밀린 일들. 집안일하고 대외 활동 업무들 좀 보고, 친구들을 만나기도 하고 해요.
미지 그러면 요즘 생활에 만족하시나요? 아니에요? 어떤 게 불만족스러운가요?
소이연 돈은 좀 벌리는 걸 보면 그래도 마음이 좀 안정이 되는데, 제가 원래 이렇게 다수의 사람을 한 번에 만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미지 당신 I(mbti)였죠.
소이연 infp여서 다수의 사람을 한 번에 많이 만나는 건 좀..
미지 알바에서 오는 손님들 그런 거?
소이연 그런 것도 있고, 오전 알바는 괜찮은데 오후 알바는 크루들이 한 네다섯 명에서 같이 하는 고깃집이에요. 좀 큰 규모의 프랜차이즈 고깃집이다 보니까 거기서 오는 대인관계의 피로감이 있죠. 그리고 제가 좀 인정 욕구가 되게 큰 편인데, 이제 거의 두 달을 일했는데 아직도 실수도 많고.
고깃집 같은 경우는 고기를 구워주는데 어머 너무 못 구웠다, 덜 익었다, 바싹 익혔다, 많이 남겼더라, 이런 얘기를 좀 많이 듣다 보면 그런 인정 욕구가 좀 충족이 안 되는 것도 있고.
미지 알바에서 욕먹으면 진짜 멘탈 갈리지 않아요? 자존감이 낮아져.
소이연 팍팍 깎이죠. 내가 여기에 도움이 되나? 내가 여기서 계속 일해도 되는 건가? 이런 생각도 들고. '몰라 그냥 돈만 받으면 됐지.'라는 생각으로 다니고 있긴 한데, 제 몸이 좀 예민한 편이다 보니까 요새는 자주 다치고 아프더라고요.
저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그게 바로 신체화 증상으로 발현이 되는 편이기 때문에 몸이 계속 아파라고 이렇게 외칠 때마다 좀 고민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어떻게 조율을 해야 할지.
미지 그럴 것 같아요. 제가 원래 준비했던 질문이 원래 알바를 많이 하는 걸로 아는데 어떤지. 지치지는 않는지? 이런 거였거든요.
아참, 지금 나이가 어떻게 되죠?
소이연 스물두 살이요.
미지 그러면 몇 년생이지?
소이연 2002년생. 월드컵 베이비.
미지 월드컵 기억나시나요? 물론 저도 거의 기억은 안 나지만.
소이연 저는 그때 이제 어머니 뱃속에 있었죠.
미지 아 기억이 있을 리가 없겠네요.
본론으로 돌아와서, 알바를 그렇게 많이 하는 이유가 뭔지 그게 궁금해요. 자처해서 하는 건지 아니면 어쩔 수 없이 하는 건지.
소이연 부모님한테 용돈을 일절 안 받고 있단 말이에요.
미지 그게 받을 수 있는데 안 받는 거예요? 아니면
소이연 부모님이 뭐 한 한 달에 20만 원 정도는 줄 수 있다 그러셨는데, 솔직히 20만 원을 누구 코에 붙여요.
미지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나?
소이연 어중간하게 받을 바에는 그냥 내 힘으로 일궈보겠습니다, 선언을 해서 제가 다 생활을 하는 편인데, 사실 오전 알바만 해도 생활비는 충당이 되거든요. 근데 제가 취미가...
미지 비싼 취미를 가지고 계시죠.
소이연 뮤지컬 보고 연극 보고 전시 보고. 또 제가 수집력이 강해요.
미지 뭘 수집하시나요?
소이연 전시나 뮤지컬을 보면 md를 사야 해요.
미지 뮤지컬 도록 그런 거?
소이연 제가 그래서 작년에 엘리자벳 볼 때 티켓 값으로 9만 원을 쓰고 도록값으로 12만 원을 써서 20만 원 넘게 썼거든요.
미지 도록에 뭐가 들어있어요? 사본 적이 없어서.
소이연 프로그램 북이라고 해서 현장을 촬영하는 것도 있고, 넘버 북이라 해서 악보랑 노래 가사를 넣어놓은 것도 있고, 또 뱃지나 기타 등등 콘셉트에 맞는 것들, 사놓고 막상 또 방치를 해서 기억은 잘 안 나는데 그런 게 있었던 것 같아요. 초대장이나 이런 것도 있는 걸로 기억을 하고 뮤지컬 콘센트에 맞게 손수건을 판매하기도 하더라고요.
미지 그렇구나.
소이연 그러면 이제 사러 가야죠.
미지 내 취미 생활을 위해서 더 번다. 그렇군요.
그러면 좀 그런 생각은 안 들어요? 그냥 완전 부모님 용돈으로 충분히 생활하는 친구들 보면 부럽다고.
소이연 딱히
미지 딱히? 진짜?
소이연 그 친구들한테 신경을 쓸 만큼 제 마음이 크지 않더라고요.
미지 마음이 크다는 의미가 뭔가 다르네요.
소이연 저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 관심을 기울일 만큼 힘이 많지 않아요.
미지 관심이 없다? 그렇구나.
소이연 초등학생 고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질투나 열등감이 전혀 없었거든요.
미지 진짜요? 난 그때 더 많았던 것 같은데.
소이연 약간 조급한 건 있었죠. 나도 빨리 더 더 성장하고 싶다는 조급함은 있었거든요. 근데 내가 잘하는 거랑 쟤가 잘하는 분야는 다른 거니까. 그러니까'나 너 질투 안 해' 이랬는데, 사회 나오고 나니까 그런 게 좀 생기더라고요.
미지 어떤 부분에서?
소이연 저는 한창 코로나 거리 두기가 엄청 엄격할 때 20살이 되어서 이렇게 사회로 나왔잖아요. 저는 제가 외로움을 안 타는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제가 외로움을 엄청 많이 타더라고요.
미지 저도 그런 건 좀 있었던 것 같아요. 약간 외동들의 특징인 것 같기도 해.
어릴 때는 외로운걸 그냥 모르다가. 어릴 때 외동이면 사람들이 외롭지 않았냐고 하는데 아니, 난 안 외로운데? 했었는데
소이연 맞아. 너무 재밌는데? 이러다가 이제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서 당연히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이 사라지니까 외로워지더라고요.
미지 맞아요.
소이연 그래서 프로그램, 프로젝트를 정말 많이 뛰어다녔죠.
그러면서 그때 저보다 훨씬 경험이 많으신 분들을 많이 만나고 이러면서 그 노하우라든가 노련함, 그리고 레퍼런스도 훨씬 저보다 많이 가지고 있을 테니까, 그에서 오는 프라이드도 그렇고 지식의 양도 그렇고 그런 게 너무 부럽더라고요.
미지 부럽다.
소이연 저 미지님도 되게 부러웠어요.
미지 제가요? 왜요?
소이연 이런 매거진을 봤는데, 이런 뉴스레터를 보면, 약간 이런 식으로...
미지 그런 걸 챙겨보는 게?
소이연 그런 레퍼런스가 술술술 나오는 게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하면서
미지 근데 저랑 이연 님 사이에 3년이 있어요. 생각보다 큰 시간의 차이가 있다니까요. 3년 동안 저는 아무래도 더 많이 봤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저는 이연 님이 부러워요. 그 나이에 이미 저랑 같이 프로젝트들을 하고 있잖아요. 그게 더 부러워요. 아직 많이 미래를 대비할 시간이 남았잖아요. 저는 없는데 그게. 이제 코 앞에 있는데. 그래서 가끔 생각하면 부럽다... 좀 있으면 다시 학교 가겠지, 부럽다, 이래요.
사람들이 다 서로 부러워하고 사는 것 같아요. 다 자기가 가지지 못한 걸 부러워하는 거죠. 뉴스레터야 그냥 찾아보면 되지만 나이를 돌아갈 수는 없단 말이에요.
소이연 그렇네요.
미지 즐기세요. 우리가 평소에 나이 얘기를 잘 안 해서 그렇지만 우리 사이에 3년이 있답니다.
소이연 저도 막 평소에 스물네 살 친구한테 야, 너, 이러다 보니까.
미지 몇 살 차이야 뭐 다 친구죠. 근데 생각보다 경험의 차는.
소이연 그렇더라. 크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