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해도 너무 열악하다.
나는 아침마다 <미디어오늘>을 챙겨보았다. 신문사 성향이 나와 다르더라도 언론업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2022년 8월 24일, <미디어오늘>은 ‘젊은 기자들은 왜 기업으로 떠나는 것일까’라는 제하의 기사를 보도했다. 산업부 기자들이 기자정신을 느낄 기회가 줄어들면서 주니어급이 언론사에 떠나고 있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열악한 처우도 한몫했다고 지적한아. 마치 우리 회사 이야기로 보였다.
사실 이 바닥에선 젊은 기자들이 이탈하고 있다는 소식을 자주 들을 수 있다. 2021년에는 모 통신사 기자가 유명 스타트업의 PR 부서로 이직하면서 잠시 술렁이기도 했다. 디지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성 언론사의 한계, 일률적인 수입구조만 요구하는 데스크에 지쳐 이른바 ‘그렉시트’를 단행한 것이다. 블라인드 언론인 채널에서 ‘기렉시트’ 썰 풀이가 올라오면 인기 글로 등재되는 실정이다.
마이너 언론사는 이보다 더 심각하다. 애초에 젊은 기자들을 찾을 수 없다. 구인 공고를 올려도 20~30대 인력을 찾기 어렵다. 어떻게든 귀하게 젊은 기자를 채용하더라도 6개월 이내에 뛰쳐나간다. 생각보다 더 시궁창이라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마지막으로 나이 많은 사람이 그 자리에 들어간다. 노쇠화가 될 수밖에 없다.
나는 이런 조직에서 약 2년을 몸담았다. 요즘 말로 ‘악으로 깡으로’ 버텨보았다. 회사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수익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해 온갖 아이템을 쏟아내 보았지만, 그럴 때마다 실패하거나 데스크 입맛대로 바뀌게 됐다. 제대로 바꾸기 어려웠다.
사실 그들의 상황도 이해된다. 과거에는 통했던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스마트폰도 없으니 정보는 활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니 기성 언론인들이 적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 세대는 활자에 국한하지 않는다. 정적인 것보다는 동적인 것에 더 열광한다. 필자도 활자에 더 큰 매력을 느끼지만 어쩔 수 없다. 세상은 이렇게 변했다.
매출이 특출나지도 않아 인건비에 많은 것을 쏟아낼 수도 없다. 그러다 보니 구직자와 회사 간의 불균형이 생긴다. 대한민국 중소기업이 구인난에 빠진 이유와 같다. 참고로 대한민국 주요 신문사의 신입 연봉은 3,500만 원에서 5,000만 원 사이라는 자료가 있다. 차라리 자신의 스펙을 더 키워서 대형 신문사의 신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이득이다.
퇴사를 선언하고 회사는 대체자를 뽑기 위해 구인 공고를 올렸다. 내가 나온 대학에도 취업 연계 협조를 구했다. 내 후배 몇 명도 우리 회사에 지원했다. 그때마다 내가 부끄러웠다. 과연 이 돈을 받고 이런 환경에서 제대로 버틸 수 있을지 미안할 따름이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구인에 실패하고 한동안 내 빈자리가 계속 유지된 채 회사가 운영됐었다고 사수가 말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