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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gjeje May 27. 2024

삶의 끝까지 동반하는 미(美)에 대한 추구

끝까지 여자이고 싶어라

요즘 다이어트에 대한 단어를 의식하지 않고 편하게 식사를 하시는 분이 얼마나 될까요.

이 말에 전혀 공감할 수 없다면 정말 부럽고 행복한 분이라고 여겨집니다.


우리 동네에는 다양한 운동을 할 수 있는 시설에 쾌적하기까지 한 스포츠 센터가 있습니다. 사설이라 요금이 부담도 되지만, 주로 연세가 드신 원주민들이 많아 편하고 즐겁게 이용하고 있습니다. 스포츠 센터가 들어 선지 제법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 어르신들이 자신들의 공간이라고 고맙게 여겨 서로 쾌적하도록 노력하며 사용해 왔습니다. 그래서인지 젊은 층도 점점 증가하고 있고 입소문을 타고 외부에서 찾아오는 일도 있습니다. 그곳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에게는 이런 상황에 자부심도 들게 하지만 때론 낡은 박힌 돌이 뽑힐까 염려하기도 하지요.

그런데 나이와는 상관없이 그 스포츠 센터를 찾는 분들의 목적은 물론 건강이겠지만 체중을 빼거나 유지한다는 목적에는 누구도 이견을 갖고 있지는 않은 것 같았습니다.     

서로 진실을 숨기고 있지만 행동에서 그 속내를 짐작할 수 있으니까요. 특히 어르신들의 작은 몸짓이 여자라는 본질의 본능은 죽을 때까지 사라질 수 없는 여자만의 특권이자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합니다. 그 알아차림으로 나 자신을 향한 여자로서의 실행들을 기꺼이 합리화시켜 주었으니까요.

작은 예를 들어보자면 나이가 들수록 기능성 화장품에 호기심이 생기거나 집착하면서 안 하던 지출을 하는 것이지요. 특히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거나 젊음을 유지한다는 유산균 제품이나 황산화 제품을 분석하는 데 독서에도 안 보이던 정독하는 집중력을 발휘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저의 변화에 일조한 동네 사랑방 같은 스포츠 센터는 일단 운동이 끝나면 마치 휴식처이자 교류의 공간 같은 사우나실에 모이게 됩니다. 그때 서로에게 궁금한 것은 상대가 어느 정도의 시간에 어느 정도의 강도로 운동을 했는가입니다.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감히 젊은 사람들의 운동량을 넘보지는 못하지만, 같은 연배의 노인분끼리는 운동 친구의 눈치를 살피며 자신의 운동량과 비교하려고 하지요. 거기에 만족스럽지 않으면 어느새 샤워실에서 한분이 보이지 않는답니다. 그럼 대부분 운동기구실로 가면 다시 그 한 분을 만날 수 있지요.

그런가 하면 매일 센터를 오시던 분이 한동안 보이지 않으면 연세가 있으신 분이라면 좋은 생각보다는 불안한 예감을 하게 됩니다. 어디가 아픈 것은 아닌지 특히 갑작스러운 골절이나 심하면 심장 마비 등으로 진단 내리며 걱정하는 모습들이지요. 그러다 그분이 다시 센터에 오시는 날은 샤워장에 활기가 넘치는 목소리로 떠들썩해집니다. 그동안 아파서 입원해 있었다는 운동 친구에 대해 건강하게 다시 보게 되어 기쁘다는 인사말이 한동안 반복됩니다. 그때 염려하는 분들과는 달리 정작 아팠던 분이 ‘나 살 좀 빠진 것 같지 않아’라는 엉뚱한 대답에 모두는 어이없는 웃음바다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샤워를 마치고 나오신 어른들이 한결같이 손에 든 아주 작은 물건하나라도 땅에 내려놓고 체중을 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한 행동은 가끔 손에 쥐었던 탈의실 열쇠를 잃어버리고 가게 하는 해프닝을 연출하기도 하지요. 그래도 이어지는 그런 행동에는 아주 근소한 차이일지라도 체중계의 숫자가 그분 하루의 운동에 대한 성취감을 좌우하니까요.      

이렇게 진중하게 체중 재는 모습은 묘하게도 나이가 든 분에게서 더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저의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지며 나이가 들어서도 자신을 귀히 여기는 모습에 저도 그렇게 자신을 관리하고픈 마음이 생긴답니다.      

그런데 가끔 사우나실에 침묵이 흐르는 것을 감지할 때가 있습니다. 서로 운동의 경쟁자이자 활력소가 되어 주고 지지자도 되었던 어떤 분의 운동 친구가 갑자기 안 보이기 시작했다는 신호이지요. 그분의 침묵에서 주위 사람들은 다가올 슬픔의 하울링을 감지합니다. 그리고 며칠 지나 그분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게 되는 참담한 경우가 있습니다. 잠시 운동 친구를 잃은 분 또한 며칠 그 장소에서 만날 수 없었습니다.      

우리 동네 스포츠 센터는 오늘도 어김없이 건강을 위해 찾아오는 어르신들로 붐비고 있습니다. 건강을 위한 그 뒷면에는 살을 좀 빼 보려는, 웃픔 어르신들의 작고 익살맞은 욕구가 있답니다. 그것은 나이가 들어도 아내와 엄마가 아닌 한 여자로서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건강한 나이 듦의 욕구가 아닐까요.

그래서 저는 나이가 들어도 여자로서 비치기를 바라는 소망을 그 마음을 대변해 저의 바람도 전하고자 합니다.     


이글은 K- People Focus의 금요 하울링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사진 출처 : 아름다운 눈빛과 주름_스티브 Image Photography, Portrait Photography, Lear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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