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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소영 Jul 20. 2021

정(情)이 많아도 너무 많아~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내가 사는 아파트 앞 출구에서 벌써 몇 주째 비슷한 시간대에 한 할아버지를 계속 마주치고 있다. 본인 몸보다 몇 배는 무거워보이는 리어카에 박스며 종이를 가득 싣고 힘겹게 끌고 가신다. 하필 내가 늘 차를 빼고 나가야 하는 도로 앞에서 자주 목격하는데


‘차를 세워 두고 나가서 도와드릴까?’

‘시원한 음료수를 사드릴까?’

‘힘내시라고 응원을 해드려야 하나….’


  수십 번을 고민하다가 뒤에 빵빵거리며 기다리는 차들 때문에 번번이 할아버지를 차 창문 너머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할아버지를 마주치고 나면 마음이 너무 힘들어진다. 힘들게 일하시는데 도와드리지 못했다는 죄책감, 체감온도가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에 나 혼자 차 안에서 에어컨을 쐬고 있다는 죄송함, 몸도 성치 않으신 할아버지가 저렇게 힘겹게 일하도록 방치하는 무능한 시스템에 대한 분노 등등 혼자 한동안은 심장이 쿵쾅쿵쾅 괴롭다.



  초등학생 때는 집 앞 뻥튀기 아저씨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먹지도 않는 뻥튀기를 매일 사 왔고, 하루는 지하철역 밑에서 좋아하지도 않는 웬 야채를 잔뜩 사기도 했다. 겨울에는 군고구마를 주구장창 사 와서 군고구마 아저씨는 내가 엄청 식성이 좋은 아이인 줄 아셨을 거다. 아파트 경비아저씨들이 바뀔 때마다 울면서 편지를 드렸던 기억도 있다. 피아노 선생님과 이별하는 날에는 며칠을 침대에 얼굴을 파묻고 엉엉 울었다.



  사실 정이 많아도 너무 많다 보니 스스로 힘들 때가 많다. 정작 상대방은 나를 그렇게 의미 있게 기억하지도, 그렇게까지 힘들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들의 상황과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고 할까, 무엇이든 가볍게 지나칠 수가 없다. 그게 누군가의 아픔이든, 반가움이든, 감사함이든간에 대단한 것이 아니어도 나의 작은 마음으로 누군가 희망을 가질 수 있다면, 잠시라도 기분이 좋아졌다면, 뿌듯했다면 나는 앞으로도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이에게도 기꺼이 계속 정을 나눠주고 싶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정(情)을 모티프로한 초코파이의 유명했던 CM송에 나오는 가사의 일부이다.

소나기가 그쳤던 어느 날의 예쁜 하늘



  삶을 살아가면서 말하지 않아도 짧은 순간 나를 스쳐 지나간 이들의 마음을 느낄 때가 많다.  능력이라면 능력이라고 해두자. 그래서 그게 누구이든 간에 나의 응원과 작은 온기 그리고 마음을 나눠주고 싶다. 정을 주는 것은 전혀 수고스러운 일이 아니다. 마음은 무한정하니까  마음속 () 그만큼 가득하니까  수만 있다면  많은 정과 사랑을 여러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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