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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 Sep 22. 2023

나는 왜 재난을 준비하나?

7편

미련스럽게도 나는 이전 글에서 설명한 배낭/가방과 이에 포함된 모든 물품들 이외에 7일 생존배낭을 따로 구비해 두고 있다. 7일 생존배낭 역시  BOB (Bug-out bag)에 포함될 수 있겠지만 INCH (I’m Never Coming Home) bag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는 물품들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편의상 INCH bag으로 분류하겠다.


일주일이란 기간이 짧다면 짧겠지만 인간은 자연 앞에서 굉장히 나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준비된 장비 없이는 경우에 따라 단 몇 시간도 야외 환경에서 버티기 힘든 게 사실이다. 미니밴 한가득 캠핑 장비를 싣고 잘 꾸려진 캠핑장으로 캠핑을 가도 힘든 판에 숲으로 들어가 7일을 생존한다는 것은 특히 겨울의 경우 성공하기 힘든 도박과 같은 일일 테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는 재난 상황에서는 어쨌든 생존해야만 하고 그렇다면 최대한 준비를 하는 것이 생존 확률을 높여 줄 것이다. 그러나 부피와 무게의 제약으로 많은 짐을 꾸리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집에 있는 모든 캠핑 장비를 차에 싣고 떠날 수 있겠지만 긴급 상황에서는 앞에 글에 쓴 EDC, GHB, BOB (72시간 생존배낭)과 이 7일 생존배낭이 실제적으로 우리 네 가족이 급히 들고 집을 나설 수 있는 장비들이 될 것이다.


REMARK: 개인적으로는 7일 생존배낭부터는 취미의 개념이 더 강함


내 7일 생존배낭은 아래와 같다.


가장 중요한 아이템은 바로 텐트이다. 부피로 제약으로 인해 3인용 텐트를 포함했는데 우리 가족 넷이 누울 수는 없겠지만 일단 앉아서 서로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은 될 것이다. 생존 전문가가 말하기를 재난 상황에서 밤은 생존하는 것이고 잠은 낮에 자는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나무 같은 것으로 조금 바람을 막거나 아니면 동굴 같은 지형을 이용하면 조금 더 체온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작은 침낭을 하나 넣었는데 지퍼를 전부 열어서 담요식으로 온 가족이 덮을 수 있을 것이고 사진을 찍은 후에 emergency sleepig bag을 하나 더 추가했다. 그리고 바닥의 냉기를 막을 수 있는 작은 에어 매트가 하나 포함되어 있다.


셸터를 만들고 또 땔감을 준비하기 위해 작은 손도끼와 접이식 톱 그리고 접이식 삽이 포함되어 있는데 저렴한 제품들로 구입하다 보니 텐트와 더불어 배낭을 무겁게 하는 주범이 되고 있지만 포기할 수 없는 아이템들이다. 그리고 취사를 위해 소형 이소가스버너와 이소가스 두 개를 포함시켰고 가스가 다 떨어진 후부터 쓸 수 있는 접이식 wood stove가 포함되어 있다. 취사 목적뿐 아니라 보온 용으로 모닥불을 피워야 하기 때문에 fire starter를 - 불쏘시개 개념 - 포함했다. 실제 라이터가 있더라도 훈련 없이 자연에서 구한 나무로 불을 피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비상약 개념으로 바셀린을 챙겼는데 역시 불을 피우는데 활용이 가능하다.


식수와 식량을 넣지 못한 게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단 계곡물 등을 식수로 만들기 위해 정수 알약을 충분히 포함했다. 식수를 담아 두기 위해 folderble water bag과 휴대용 물통이 있고 작은 코펠도 있으니 물을 끓여 마셔도 될 것이다. 그러나 식량은 생존 환경에서 구해야 할 것인데 이 부분이 현재 가장 취약한 부분이고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식량을 구하기 전까지 최소한의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도록 emergency ration bar를 포함했다. 성인 1명이 72시간 생존할 분량이니까 4인이 나누어서 최소량만 섭취한다면 하루에서 이틀을 버틸 수 있을 것이니 그 안에 어떻게든 식량을 구해야 할 것이다. 이 부분 때문에 사냥용 라이플을 챙겨야 하는지 심각히 고민을 하고 있다. 권총이 있겠지만 명중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총알이 떨어질 경우를 대비해 sling shot용 고무줄도 넣어 두었는데 연습 없이 사냥이 가능할지 의심스럽지만 크게 부피와 무게를 차지하지 않으니 넣어 두었다. 또 낚시를 위해 생존용 낚시 도구 세트도 포함했다. 사냥이나 낚시에 성공할 경우를 대비해 소금도 넣어 두었다.


장기간의 생존상황이기 때문에 당연히 더 많은 비상약을 포함시켰고 저렴한 체온계도 넣어 두었다. 그리고 벌레들이 많은 상황을 대비해 벌레 기피제와 피부 보호를 위한 선블락도 포함되어 있다. 뙤약볕에서 활동을 해야 하는 경우를 상정하여 휴대용 모자를 넣어 두었고 작업을 위한 장갑도 넣어 두었다.


7일 생존배낭에는 가족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추가로 조명을 포함시켰다. 3개의 헤드 랜턴을 넣어 두었고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의사소통을 위한 초소형 무전기를 포함했다. 이를 위해 36개의 AAA 배터리를 포함했는데 사실 7일을 버틸 수 있는 양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도 무게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배터리를 더 추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7일 생존배낭에 사용된 배낭은 사실 암벽등반용으로 나온 굉장히 저렴한 제품이다. 장점이라고 한다면 전면 커버를 떼어서 타프처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한의 가치를 얻기 위해 구성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상당수의 물건들을 캠핑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고 그로 인해 장비들이 손에 익고 또 훈련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즉, 캠핑을 가게 될 때 EDC + GHB + BOB + INCH + 캠핑장비를 가지고 가게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각 생존배낭에 포함된 장비의 list와 application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요구된다.


앞에 언급한 것과 같이 비상식량을 어떻게 추가할지에 대해 고민 중이다. 72시간 ration bar의 경우 부피가 작은 대신 무게가 만만치 않다. 식량을 추가하기 위해서는 텐트를 경량으로 바꾸거나 삽과 같은 물품을 포기해야 할 것 같은데 텐트를 바꾸는데 투자를 할 여유가 없고 (가정의 평화를 깨는 사유가 될 소지가 다분함) 삽의 경우 포기할 수 없는 물품이기 때문이다. 경량삽의 경우 저렴한 제품의 경우 경험상 내구성을 신뢰할 수 없다. 이쯤에서 누군가는 왜 이런 쓸데없는 고민을 사서 하느냐고 물으시겠지만 바로 이 부분이 이 취미를 가지는 이유이다! 이런 고민을 하고 구성을 바꾸고 내가 만족하는 것. 앞으로 상당시간을 식량을 어떻게 추가할지 고민하고 구글링을 하고 쇼핑몰이나 아웃도어 상점을 즐겁게 기웃거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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