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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 Oct 09. 2023

나는 왜 재난을 준비하나?

11편

<출처: https://www.nytimes.com/2023/10/07/world/middleeast/israel-netanyahu-hamas-attack.html>


이스라엘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기습공격 기사에 가장 가슴이 철렁한 사람들 중 하나가 바로 한국 사람들일 것이다. 6.25는 꽤 오래된 일이라고 해도 연평도 포격 사건과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만일 그러한 포격이 서울에 떨어졌다면 지금 이스라엘에서 일어나는 일과 비슷한 비극과 전면전으로의 확전이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그 후 한동안 평화 분위기가 이어졌지만 북한이라는 비정상 국가와 대치하고 있는 이상 언제라도 위급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 한국의 지리적, 정치적 환경인데 그러한 위협이 하도 오래 지속되는 바람에 대부분이 꽤 무뎌지고 또 생존 배낭이나 생존 물품을 준비하는 것이 어찌 보면 유난스러워 보이기까지 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인 것 같다. 그러나 만일 위 기사 속 사진처럼 - 내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현대 자동차가 있는 사진을 골랐다. - 아파트 단지에 포탄이 떨어지는 일이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군사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군사적인 부분은 제외하고 생존에 관련된 상황만을 예상해 보자면 일단 전기, 가스, 수도, 통신이 최소 일시적으로 마비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인의 거주 환경의 특징을 고려하면 대부분 도시에서 그리고 아파트 같은 공동 주택에서 이런 재난 상황을 맞이할 가능성이 클 것이다. 공동 주택의 특성상 가스와 전기, 수도가 끊긴다면 전체동이나 전체 단지의 서비스가 모두 중단될 것이다. 가스는 안전 문제로 인해 제일 먼저 공급이 차단될 텐데 한국의 추운 겨울과 대부분의 난방이 가스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면 이것이 계절에 따라 이것이 가장 큰 고통이 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에서도 추운 겨울을 난방 없이 버텨내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라는 인터뷰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전기는 완전히 공급이 중단되지 않더라도 공급량이나 시간의 제한이 있을 것이다. 한국은 정전을 경험하기 힘든 나라이기 때문에 소형 발전기를 가지고 있는 가정이나 태양광 지붕 같은 자체 전력원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으므로 전적으로 중앙 공급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그 고통이 더할 수 있다. 폭격으로 수도관 등이 파괴되면 수도의 복구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거나 전후로 미루어질 수 있는데 한국은 나름 강수량도 풍부하고 주변에 여러 수원이 있어 물을 끓일 수만 있다면 물 공급에 있어서는 다른 나라보다 유리한 측면이 있을 것 같다. 우크라이나에서도 겨울에는 얼음을 끓여 식수롤 만들었다고 들었다. 다만 4인 가족의 경우 여름에 대략 12리터의 물이 필요한데 이것을 전부 끓여서 만든다는 것은 가스가 끊긴 경우 굉장히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통신의 경우 우크라이나의 경우를 보면 무선 통신의 경우 어느 정도 유지가 되는 것 같은데 얼마 전 한국의 공습경보 사태로 미루어 보건대 트래픽으로 인해 초기 수시간 또는 수일 통신 두절이 발생할 수 있을 것 같다. 


미국의 경우 어떤 나라나 어떤 세력에게 공격을 받는 일로부터 가장 안전한 나라일 수도 있다. 하다못해 테러 조직들도 911을 통해 경험한 것들이 있기 때문에 미국 본토가 다시 한번 공격을 받는 일이 발생할 때는 말 그대로 3차 세계 대전이 일어날 때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미국조차도 내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존재한다. 내전이 일어날 경우 바로 이스라엘에서 일어난 일을 우리 모두가 목격했듯이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총격전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은 안 그래도 정전과 단수가 자주 일어나고 통신 신호가 안 잡히는 곳도 허다한데 위급상황에서 그러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리가 만무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위급 상황에서는 어느 곳에 있던 현재 이스라엘과 같은 상황에 내가 어쩔 수 없이 위치해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생존의 준비가 되어 있는 것과 안되어 있는 것은 엄청난 차이를 가져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번에 하마스의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총격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나도 꽤 충격을 받았고 현재 내 생존 배낭과 생존 물품들을 다시 체크해 보게 되었다. 내가 주목한 것은 나나 혹은 내 가족이 총격을 받았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해서다. 슬프지만 이스라엘 한 가정의 작은 아이가 총격을 받은 뉴스를 보았다. 통신이 살아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평소와 같이 구급차와 구급대원을 부를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환경에서 일단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도구를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수 품목을 체크하기 위해 우크라이나군에게 지원된 first aid kit을 참조했다.


<출처: https://spiritofamerica.org/whats-inside-a-first-aid-kit-for-ukrainian-defenders>


1. 위 그림처럼 일단 medical glove가 필요하다. 사실 굳이 장갑이 필요할 정도의 처치를 할 일이 있을까 싶어 내 생존배낭에 추가하지 않은 물품이었다. 빠른 시일 내에 약국에 들를 일이 있으면 몇 개 사두려고 계획 중이다.


2. 가슴 부위에 총상을 입은 경우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인체의 신비(?)로 인해 숨을 쉴 수가 없다고 한다. - 폐는 자체 근육이 없어 횡격막을 이용해 숨을 쉬는데 폐에 구명이 나면 이게 작동하지 않는다고 함. - 따라서 바로 사망에 이르게 되는데 이를 막아줄 수 있는 것이 chest seal이라는 쉽게 말하면 밴드 같은 것이다. 현재 생존 배낭에 포함되지 않은 물품이라 인터넷으로 주문을 해두었다.


3. 총상의 경우 단순한 거즈로는 지혈을 할 수 없기 때문에 hemostatic wound dressing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것은 지혈제가 포함된 거즈 같은 것인데 내 생존배낭에는 지혈제가 이미 포함이 되어 있다.


<출처: https://legitkit.com/>

4. 영어로는 nasopharyngeal airway, 한국어로는 비강기도유지기로 번역되는 기도유지술을 위한 용품인 것 같다. 검색해 보니 사람이 의식을 잃으면 턱 근육이 이완되고 혀가 뒤로 미끄러져 기도를 막을 수 있어 기도 확보가 필요하다고 한다. 필요한 물품일 것 같으나 저걸 누군가의 코에 넣은 자신이 없어 아직 구매를 망설이고 있다. 


5. 상처를 압박할 수 있는 압박 붕대인 elastic badage가 당연히 포함되어 있는데 여러모로 활용될 수 있으므로 생존배낭에는 반드시 필요한 물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6. 내가 사격장을 가게 되면 반드시 가지고 가는 물품 중 하나가 combat application tourniquet이다. 간단히 말하면 지혈대인데 금속 막대를 지혈대로 삼아 강한 압박이 가능한 도구이다. 다리나 팔과 같은 곳에 총상을 당했을 경우 출혈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https://spiritofamerica.org/>

7. 이스라엘 전쟁으로 인해 이 글을 쓰면서 소개하는 물품이 의도치 않게 Israeli bandage이다. 실제 1984년 이스라엘에서 개발되었다고 하며 미군과 UN군에서 사용되는 붕대로 알고 있다. 생존배낭에 위의 지혈대만 포함되어 있어 이스라엘 붕대와 비슷한 물품을 인테넛에서 주문해 두었다.






위의 물품들을 다해도 작은 구급 파우치에 들어갈 정도이고 비용이라고 해도 몇만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군인들에게 지급되는 물품들인 만큼 캠핑과 같은 일상에서는 사용될 일이 없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교통사고와 같은 큰 부상을 당한 경우에는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도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응급 파우치를 여러 개 준비해 차와 집에 하나씩 두어도 될 것 같고 생존 배낭에 넣어두어도 될 것 같다. 재난 상황을 위해 약간의 시간과 몇만 원을 투자할 것인지는 각자의 판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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