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은 필수
출장을 종종 다니고 또 여행도 다니기 때문에 미국에 살면서 어떻게 보면 보통의 미국 체류/거주 한인들보다 더 많이 국내 여행을 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거기다 출장으로는 주소하나 들고 정말 듣지도 보지도 못한 외곽 지역까지 다녀봤기 때문에 지금은 미국 국내 여행은 편안한 마음으로 다니지만 만일 한국에서 처음 미국으로 여행을 왔는데 다른 도시로 이동을 하는 경우나 출장을 왔다가 근처 도시를 여행하려는 분들은 막연한 두려움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혹시 미국에서 다른 도시나 다른 주로 이동하시려는 한국분들을 위해 약간의 팁을 드리고자 한다.
1. 다른 도시로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기
비행기 예약은 skyscanner나 Kayak 같은 웹사이트를 통해서 하면 되는데 미국의 대도시는 다 공항이 있기 때문에 가려는 도시의 공항이나 근처의 공항에 도착하는 항공편을 예약하면 된다. 단, 주의해야 할 것은 미국에서 Frontier Airlines나 Spirit Airlines 같은 저가 항공사들을 잘 이용할 경우 굉장히 저렴한 운임으로 여행이 가능하지만 그런 저가 항공사의 경우 터미널이 굉장히 찾기 어려운 곳에 있을 수 있고 연착이 굉장히 빈번하기 때문에 시간을 여유롭게 잡거나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또한, 기내 수하물과 자리 변경 등 모든 것에 비용을 청구하기 때문에 짐이 많거나 일행과 같은 자리에 앉기를 원한다면 추가 요금을 예상해야 한다.
비행기를 예약했다면 공항으로 이동해야 한다. 국내선이라도 두 시간 전에 넉넉히 공항에 도착하길 추천한다. 나는 보통 Uber나 Lyft를 타고 이동을 하는데 내가 내릴 터미널을 정확히 목적지로 지정해 주는 것이 좋다. 만일 렌터카를 공항에서 픽업했다면 반납을 해야 하는데 렌터카 반납에는 큰 시간이 걸리지 않지만 거기서 공항으로 이동하는데 꽤나 시간이 걸릴 것이다. 미국의 대도시 공항들은 인천공항만큼이나 거대하고 공항철도를 이용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공항에 도착하면 예약한 항공사가 위치한 터미널을 찾아서 거기서 check-in을 하면 된다. 짐을 부쳐야 하면 그곳에서 붙이면 되는데 대부분의 국내선은 붙이는 짐을 포함하지 않으므로 비용이 청구된다.
국내선도 마찬가지로 security checkpoint를 통과해야 한다. 미국의 security check은 악명 높고 또 일처리도 한국과는 다르게 빠르지 않다. 공항에 미리 도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떨 때는 빠르게 통과할 수도 있지만 휴가철이나 주말에는 악몽이 될 수도 있다.
한국처럼 모든 것이 시간에 딱 떨어지고 약간의 연착에도 항의하고 그런 나라와 미국은 많이 다르다. 지금까지 종종 비행기가 지연되고 또 취소된 경험을 했다. 7월에 미시간주에 있는 한 도시와 애틀랜타에 다녀왔는데 미시간주에 갔을 때는 갈 때 올 때 비행기가 모두 취소되고 애틀랜타에서는 올 때 비행기가 지연되었다. 마음의 준비도 준비이지만 그런 경우 상황을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을 정도의 영어 실력은 필요하다.
국제선과 다르게 국내선은 기내식을 주지 않으므로 비행 전후에 식사를 하거나 게이트 근처에서 간단한 음식을 포장해서 탈 수 있다.
미국 국내선은 한국 고속버스 같이 번잡하고 정신이 없는 경우가 많다. 가끔 너무 붐빌 경우 기내 수화물을 한 번에 비행기 수화물칸에 싣고 이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는 비행기 입구에 가방을 두고 타고 내릴 때 비행기 입구 근처에서 기다리면 가방을 가져다준다.
비행기에서 내려서 렌터카를 픽업한다면 렌터카들이 모여 있는 빌딩으로 이동해서 예약을 하고 parking lot으로 이동해서 자신이 예약한 차급 (보통 사이즈로 구분)이 있는 섹션에서 마음에 드는 아무 차나 픽업을 하면 된다. 요새 차들은 보통 Apple Carplay나 Android Auto를 지원하기 때문에 Waze나 Google Map을 GPS로 사용하면 된다.
2. 다른 도시로 렌터카를 타고 이동하기
대부분의 렌터카 회사들은 다른 주로의 이동에 제약을 두지 않고 심지어 국경을 넘어 캐나다로 이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비용을 많이 지불하게 되면 목적지인 주에서 렌터카를 반납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미국의 주들은 하나의 국가라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주마다 생각보다 운전 환경이 크게 다른 경우가 있다.
가끔 한국분들이 미국에서 운전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는데 크게 걱정할 것은 없으나 한국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반드시 인지하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내가 사는 곳의 경우 비보호 좌회전이 더 많고 한국처럼 유턴 표시가 없다. 즉, 알아서 좌회전을 하고 알아서 유턴을 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도로 사정이 한국처럼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길에 타이어가 터질 정도로 움푹 파인 곳도 많고 동물 사체 또는 동물들이 출몰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그리고 밤인 경우 가로등들이 없는 도로의 경우 굉장히 어둡기 때문에 야간운전은 한국 분들에게 추천하지 않는다.
한국에선 상상도 못 하겠지만 도로에서 스마트폰 시그널이 잡히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런 끝없이 이어진 도로를 나 혼자만이 달리는 것도 큰 낭만이겠지만 차가 고장이 난다거나 기름이 없는 경우를 상상하면 악몽이 될 것이다. 한국에서는 연료등이 켜져도 다음 휴게소를 예상하면서 운전하는 경우도 많지만 미국에선 절대 그런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된다. 가능하면 미리미리 연료를 채워두는 것도 좋다. 일단 고속도로가 아닌 경우는 휴게소가 없기 때문에 기름을 넣기 위해 램프를 빠져나와 근처 마을로 향해야 하는 영화 같은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같이 휴게소가 많이 있고 또 그럴듯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휴게소 자체가 뜨문뜨문 있고 또 거기서 파는 음식도 별 볼일이 없다. 여행으로 왔다면 신선한 경험이 될 수도 있겠지만 지역 특산품이나 휴게소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 따윈 없다. 그저 커피나 간단한 패스트푸드 정도만 구할 수 있을 뿐이다. 그래도 휴게소가 나타나면 미리미미 쉬어두고 필요한 물품을 구해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최악의 경우 차가 퍼지거나 접촉 사고가 났을 때 렌터카 회사에 전화를 걸어 해결할 수 있을 정도의 영어 실력은 필요하겠다. 다만 그런 경우를 예방하기 위해 최대한 방어 운전이 필요하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도로에도 어떻게 운전면허를 땄는지 의심스러운 사람들이 많이 있다. 또, 대형 화물차들도 굉장히 많기 때문에 의심스러운 차량이 있으면 최대한 피하고 과속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에서 운전을 잘하시는 분들이라면 크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으나 도로가 잘 유지보수되지 않아서 생기는 변수, 대도시의 교통체증, 야간 운전, 정신 나간 운전자 등에 대비해 최대한 정속 운전/방어 운전을 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주마다 바뀌는 규칙이나 방식은 한국분들이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일 것이다. 상식적으로만 운전하면 큰 위험은 없을 것이다.
혹시 교통경찰에 붙잡힌다면 차를 갓길로 세우고 비상들을 켜고 대기하면 된다. 창문을 살짝 내리고 기다리면 되는데 괜히 안전벨트를 미리 풀고 운전면허증을 찾는 등 수상한 행동을 하면 불리해질 수 있다. 영화에서 본 것처럼만 하면 되는데 미리부터 겁을 먹고 당황하면 일이 더 커질 수도 있다. 절대 경찰이 보는 동안에 무단으로 손을 옷이나 가방이나 자동차 수납함에 넣으면 안 된다. 필요한 경우 반드시 경찰이 허락한 경우에만 천천히 가방이나 수납함에서 면허증과 같은 문서를 찾아야 한다.
요새는 많은 고속도라가 무인화되어서 티켓을 뽑고 현금이나 카드로 지불하는 시스템이 없다. 따라서 한국으로 치면 하이패스를 렌터카를 빌릴 때 같이 빌리는 것도 좋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 중 하나가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아름다운 도로를 달리는 것이다. 지금까지 수십 개 주를 다니면 운전을 해보았는데 정말 혼자 보기 아까운 풍경들을 많이 지나쳤다. 미국으로 여행을 오는 분들에게는 반드시 road trip을 추천하고 싶다. 다만 운전이 서투른 초보 분들에게는 적극적으로 권하지는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