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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보라 Nov 25. 2021

낙엽이 진다 겨울이다

시련을 대하는 법



산책하러 나가는 길.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움츠려든 어깨에 힘을 빼보려는데 잘 되지 않는다. 나가기 싫은걸 보니 겨울이 왔나 보다. 어제는 포근한 가을날이었는데 하룻밤 사이 겨울이라니. 이렇듯 서서히 그렇지만 문득 계절이 바뀌어간다.



길을 걷는데 큰 바람이 불어온다. 쪼르르 낙엽이 뒹군다. 햇빛이 없으니 그야말로 쓸쓸함이다. 내 몸은 서늘해지고 내 마음까지 춥다. 추운 건 질색인데 춥다 추워. 바람이 그만 불었으면. 그 순간 기대하지 않던 햇볕이 내리쬔다. 밝은 빛이 나무를 비추고 나를 비춘다. 갑자기 따스해진다. 내 몸도 내 마음도.



햇빛이 바람보다 더 중요한가 보다. 한줄기 햇살을 받자 내 기분이 갑자기 가벼워졌다. 추운 겨울이 아니라 늦가을이 보인다. 빛이 없는 그늘은 겨울이지만 따뜻한 양지엔 가을이 담뿍 담겨있다.






단 이틀 사이에 나뭇가지가 앙상해졌다. 몇 개의 잎이라도 달려있는데 어느새 완전히 벌거벗은 나무다. 이런 황량한 풍경을 발견할 때면 올해가 다 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떨어진 낙엽들도 푹신하고 따뜻했는데 그 낙엽들마저 말라간다. 겨울을 향해간다. 인내의 시간이 다가온다.



낙엽 落葉

나무의 잎이 계절의 변화 등의 이유로 떨어지는 현상. 낙엽이 발생하는 이유는 일조 시간과 온도, 습도의 변화, 잎의 영양 상태와 나무의 질병이 주원인이다. 가을이 되면 나무속의 물이 빠져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 잎을 떨어뜨리며, 잎이 늙거나 병들었을 때에도 떨어뜨린다. 잎이 떨어진 자리에는 보통 떨켜가 생겨서 나무를 보호한다.

출처_다음 백과사전



나무는 왜 잎을 떨어뜨리는가? 추운 겨울을 잘 나기 위해서다. 나무 안의 물이 더 이상 빠져나가게 하지 않기 위해 잎을 떨군다. 아프지만 시련의 시간을 잘 버텨내기 위함이다. 살기 위해 작은 아픔을 기꺼이 감내해낸다.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없애고 바람에 맞선다.



여름내 성실하게 일하던 나뭇잎은 할 일을 다 마치고 새 잎이 나올 수 있도록 자리를 양보한다. 낙엽이 되어 흙으로 돌아간다. 낙엽을 떨어뜨린 나무는 겨울을 준비한다. 더 멀리는 봄을 준비한다. 새 생명을 준비하는 기다림의 시간이다. 고난을 견디는 시간이 있어야 봄이 온다. 겨울은 춥지만 꼭 있어야 할 시간이다.




신은 우리가 감당할 만큼의 시련을 줄 뿐이다.
그 시련을 감당하고 나면
우리는 더 강해진다.

_멘탈의 연금술 중에서




신은 우리가 조금 더 성장할 수 있도록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시련을 준다고 한다. 혹시 지금 힘든 일이 있는가? 힘들고 괴로운 이 시기가 끝날 것 같지 않지만 언젠가는 지나간다. 그리고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 겨울이 있은 다음에야 봄이 오듯이. 봄을 맞으려면 겨울을 슬기롭게 지내야 한다. 나무처럼 말이다.






산책하고 돌아가는 길에 만난 마지막 잎새. 앙상한 나무 옆에 떨어져 있다. 푸르게 반짝이던 잎이 노랗고 붉게 물들어 가을을 알려주더니 매서운 바람에 떨어졌나 보다. 가을이 모두 갔지만 잘 기억해둬야지.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그리고 또 가을이 온다는 것을. 또 만나자 예쁜 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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