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로움에 대하여
가을이 좋은 이유는 높고 푸른 하늘, 선선한 바람 때문이기도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단풍이지. 올해는 설악산으로 화담숲으로 단풍놀이를 가지 않았어도 아파트 단지에서, 회사 앞 공원에서, 동네 산을 오르며 단풍놀이를 했다. 내 주변에 나무가 이렇게 많았나? 창밖을 보고 문득 깨닫는다. 도시에 살지만 자연은 늘 곁에 있다.
맑은 가을날, 공원을 한 바퀴 돌아본다. 아침엔 추웠는데 낮이 되니 햇살이 포근하다. 어서 오라고 나를 반겨주는 것 같다. 한걸음 한걸음 걸으며 주변을 하나씩 살펴본다. 이미 잎을 모두 떨어뜨린 나무도 있고 빨간 잎을 뽐내고 있는 나무도 있다. 어머, 아직 물들고 있는 나무도 있구나. 나무는 각자의 속도로 살아간다.
단풍(丹楓)
: 가을에 나뭇잎의 색상이 변하는 현상. 가을철 잎이 떨어지기 전에 엽록소가 파괴되어 엽록소에 의해 가려졌던 색소들이 나타나거나, 잎이 시들면서 잎 속의 물질들이 다른 색소로 바뀌면서 생긴다.
출처 ㅣ 다음백과사전
날이 추워지면 실컷 광합성을 하던 잎의 엽록소는 다른 색소들에게 자신의 자리를 양보한다. 다가오는 겨울을 준비하며 잎을 떨어뜨릴 준비를 한다. 그러면서 나뭇잎의 빛깔이 서서히 변한다. 고유의 색이 아닌 숨겨져 있던 또 다른 색을 강렬하게 드러낸다. 이것이 단풍이다.
이미 성숙한 단풍보다 변해가는 단풍이 더 아름답다. 초록에서 발갛게 번지는 빛깔이 어찌나 예쁜지. 단풍잎 한 장에 펼쳐지는 오묘한 그라디에이션. 흉내 낼 수 없는 자연의 경이로움이다. 완성보다는 그 과정이 더 아름답기 때문일까.
언제나 푸른 소나무, 색깔 옷을 입고 있는 활엽수들을 지나 언덕을 올라본다. 조금 올라갔을 뿐인데 내가 걷던 길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조금 멀리서 보면 전체가 다 보인다. 가까이 있을 때는 볼 수 없던 것들이다. 빨간 나무, 노랑 나무, 초록 나무가 하나하나 모여 또 다른 풍경을 자아낸다. 울긋불긋 단풍 절정의 가을산을 보고 있으니 웅장한 오케스트라 연주를 듣고 있는 것 같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시를 통해 순수한 감성을 불러일으키고,
예의를 통해 도리에 맞게 살아갈 수 있게 되며,
음악을 통해 인격을 완성한다.”
_논어 태백편 중에서
공자는 삶의 최고 경지를 음악에 비유하곤 했다. 다양한 소리가 모여 하나의 화음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음악은 조화로운 인격과 조화로운 사회를 상징한다고 한다. 각각의 악기 소리가 모여 완전히 새로운 음악을 창조하는 오케스트라를 보면 어울림과 조화가 얼마나 멋지고 근사한 일인지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