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JTBC 마라톤 대회가 지난 일요일 11월 3일에 있었습니다. 발목 골절 재활로 아직은 풀코스를 뛸 수 없는 처지인지라 응원을 하러 다녀왔습니다. 가는 것만으로도 아주 강한 에너지를 받고 오거든요. 소속된 광명 마라톤 클럽 회원 세 분을 응원하기 위해서 아침부터 일찍 나섰어요. 대회장에서는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에너지를 받습니다.
8시 출발이라 7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전철부터가 아주 사람이 많았어요. 2대나 보내고 겨우 출퇴근 지옥철처럼 빽빽하게 탑승하고 겨우 도착했어요. 전철을 내리면서부터 아주 파스 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항상 대회 때마다 설레던 대회장 가는 길인데 이번에는 마음은 느긋하지만 설렘은 여전합니다. 작년 JTBC 마라톤 참가했던 기분도 떠올랐어요. 작년에는 처음에는 비가 갰는데 러닝 중에 비가 와서 고생을 많이 했고 결국 쥐가 나는 바람에 목표인 4시간 20분 달성하지 못하고 4시간 42분에 완주했었죠.
사람 단풍으로 가득합니다. 나무들은 이미 가을 단풍으로 물들었고 색색깔의 옷과 모자들이 눈에 띕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왜 그렇게 힘든 마라톤을 하는 걸까요?
봄, 가을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하기 위해서 1년 내내 애쓰는 마라톤 회원들이 생각납니다. 무엇 때문에 그리 뛰는지? 건강 때문에, 한계 도전 때문에, 자신감 때문에, 성장 욕구 때문에, 인정 욕구 때문에, 지인 덕분에 등등 아주 이유가 많겠죠.
저는 제 한계에 도전하고 성장하는 걸 좋아해서 계속 달리나 봅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데에도 아주 효과적입니다. 집중도 잘 되고 감정 조절에도 좋은 운동이 마라톤입니다.
풀코스는 15000명, 10km는 20000명, 총 35000명이 준비하느라 상암 월드컵 경기장 주변이 아주 들썩거립니다. 음악으로 들썩거리고 사람들 보면서 흥이 저절로 납니다.
1시간 전에 가서 준비했는데도 사람들이 어마어마합니다.
풀코스 A 그룹 회원이 있어서 짐을 제가 맡았습니다. 짐을 맡기는 데에 줄을 서서 오래 기다려야 해서 에너지를 뺏기지 않기 위해서 제가 맡아준다고 했습니다. 줄 서서 기다리는 게 기록을 내는 러너들에게는 힘든 일이더군요. 그나마 저는 5시간 전후 마라토너이기 때문에 괜찮으데 3시간 전후 목표 기록을 가진 분들에게는 힘을 아껴야 해서 제가 맡는다고 했어요.
A 그룹에서 블로그에서만 만나는 미소대천사님 부부를 만났습니다. 세상에나~ 바로 알아보겠더라고요. 블로그 이웃을 대회에서 보니 아주 반가웠습니다.
고가 다리 위에서 출발 라인을 쳐다보니 장관입니다. 나무도 사람들도 하늘도, 도로도 아주 멋지게 보이기만 합니다.
아쉬운 점은 같은 D조라도 인원이 많아서 좀 세부 그룹으로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초반 달릴 때 사람에 치이거든요. 24년 보스턴 마라톤 4월에 참가했을 때는 같은 조라도 세부 그룹으로 또 나누어서 달리기 때문에 아주 좋았습니다. 그 대신 많이 기다려야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출발선에서 선 모습들이 너무 멋집니다. 각자의 목표를 가지고 풀코스라는 어려운 과정을 도전하니 어찌 멋지지 않을 수 있겠어요. 10km나 하프도 좋지만 풀코스는 정말 매번 한계에 도전하는 느낌입니다. 5회 완주했지만 보스턴 마라톤 대회 빼고는 아주 최선을 다했고 뛸 때마다 한계에 부딪히고 아프고 고전한 기억이 납니다. 보스턴 마라톤만 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즐겁게 거리 응원을 즐기면서 천천히 달렸기 때문입니다.
출발하는 모습을 보고 상앙 월드컵 경기장 역에서 몽촌토성역으로 전철로 이동했습니다.
몽촌토성역 1번 출구에 나오니 바로 피니시가 보이더군요. 9시 30분쯤 도착해서 피니시 라인도 보고 올림픽 공원에서 10km 뛰려고 계획을 세웠으나 전철 내 물품 보관함이 꽉 차 있어서 조깅은 포기하고 산책만 했어요. 1시간 30분을 더 기다려야 러너들이 도착하겠지요.
올림픽 공원에서도 러너들을 맞이하게 위해서 분주하더군요. 음료, 간식, 메달, 짐 보관 등등이 어떻게 하고 있나 궁금했어요.
미리 갔기 때문에 러너들은 거의 없었어요.
짐이 항상 문제였어요. 작년에도 짐을 찾느라 추워서 덜덜 떨었던 기억이 납니다. 두 사람이 짐을 찾는데 속도도 더디고 길게 짐을 나열했기 때문에 빨리 찾기가 어려웠죠.
이번에는 대책을 마련했더군요. 작년과 달리 짐을 바닥에 길게 나열하지 않고 선반을 마련했더군요. 5단 선반으로 마련하니 자원봉사하는 분들이 짐 찾기가 수월하고 동선이 짧아져 시간 단축될 것 같았어요.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매번 대회 진행이 업그레이드되어 러너들도 편하고, 행사 진행하는 분들도 수월했으면 좋겠어요.
2024 춘천 마라톤도 지난 주 응원하러 다녀왔는데요, 여전히 바닥에 길게 늘어놓았더군요. 자원봉사 하는 분들이 저 끝까지 달려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죠. 인원도 더 필요하고, 힘들고, 찾는 사람은 더 많이 기다려야 합니다.
조금씩 개선하는 모습이 보여서 앞으로 뛸 러너로서 흐뭇했답니다.
주변을 둘러봤으니 올림픽 공원을 산책해 봅니다. 햇볕이 23도 따가웠습니다. 러너들이 피니시 할 때는 덥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난주 10월 27일 춘천 마라톤은 흐리기만 하고 해가 뜨지 않아서 뛰기에는 너무도 좋은 날씨였어요. 해가 뜨거우면 러더들이 더 고생하니까요.
날씨에 따라 기록이 아주 큰 영향을 받으니까요. 훈련을 제대로 한 러더들은 비가 와도 개인 기록 경신을 하시는 분들도 더러 있기는 했어요.
광명 마라톤 클럽 회원분이 응원하러 와주셨어요. 둘이 조촐하게 간식을 먹다가 여유 부릴 사이도 없이 피니시 라인으로 흩어집니다. 혼자 피니시 사진을 찍는 것보다 둘이라서 좋았어요. 순식간에 지나가버리기 때문에 아주 유심히 봐야 합니다. 다행히 40km 지났다는 앱을 보면서 기다리니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졌죠.
더운 날씨 때문이었는지 2~3명이 피니시 라인에서 쓰러져서 앰뷸런스에 실려가기도 했어요. 3시간 전후 러너들이 들어오면서 마지막 언덕이 힘들었다고 하더군요.
모르는 사람이라도 응원하게 되는 피니시 라인입니다.
고개를 내밀고 비뚤어진 자세로 러너를 찾는 것도 보통 힘든 게 아닙니다. 언제 들어오려나 눈 빠지게 기다려야 하니까요. 그렇게 제가 피니시를 할 때마다 광명 마라톤 클럽 회원님들이 해주셨기 때문에 저도 감사한 마음으로 춘천마라톤과 jtbc 마라톤 응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피니시 라인에 누군가 있다는 것과, 아무도 없다는 것은 엄청난 차이거든요.
고단한 풀코스 완주였을 텐데 러너들 얼굴에는 피곤함보다 성취감과 자신감이 묻어납니다. 자신이 선택한 도전이기에 고통이 있어도 참고 견뎌내서 피니시를 했겠지요.
응원할 수 있음에 감사한 날이었습니다.
풀코스 완주 경험으로 러너들을 이해할 수 있음에 감사한 날이었습니다.
귀가하고 5km 집 근처에서 뛰었습니다. 뛸 수 있음에 감사한 날이었습니다.
저도 2025년 가을 풀코스 재도전에 희망을 걸어봅니다.
완주하신 분들, 도전하신 분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