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 쓰기만 해도 글이 좋아진다'를 읽고 있습니다.
15. 묘사 잘하는 법 (1)
관찰한 다음 동사를 써라
-143P
묘사하면 형용사, 부사를 잘 써야 되지 않을까 했는데 오감과 동사를 잘 써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예시를 들어주니 이해가 확 되더군요.
습지는 늪이 아니다. 습지는 빛의 공간이다. 물속에서 풀이 자라고 물이 하늘로 흐른다. 꾸불꾸불한 실개천이 배회하며 둥근 태양을 바다로 나르고, 수천 마리 흰기러기들이 우짖으면 다리가 긴 새들이 - 애초에 비행이 목적이 아니라는 듯 - 뜻밖의 기품을 자랑하며 일제히 날아오른다. 습지 속 여기저기서 진짜 늪이 끈적끈적한 숲으로 위장하고 낮게 포복한 수렁으로 꾸불꾸불 기어든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
'흐른다, 배회하다, 나르다, 우짖다, 날아오른다, 위장하다, 기어든다'를 일반적인 '흘러간다, 날아간다, 있다'라고 표현하면 얼마나 밋밋할까요?
내 앞에 있는 사물, 사람, 또는 상황을 유심히 관찰해 보고 오로지 동사로만 묘사해 보자
-따라 쓰기만 해도 글이 좋아진다 (김선영) 149P
책 속에 미션이 있으면 저는 항상 바로 해봅니다. 오늘 눈 쌓인 산책로를 두 딸과 거닐었는데요. 동사로 묘사를 해보겠습니다.
제목: 첫눈을 이튿날 만나다.
매일 아침 조깅하던 산책로에 눈이 두꺼운 솜사탕으로 겹겹이 차곡차곡 쌓아 올려져 있다. 나무들도 무거웠는지 견디지 못해 가지를 부러뜨리고 만다.
벤치에는 두꺼운 카스텔라 같은 흰 눈이 족히 15cm는 반죽해서 올려놓은 거 마냥 사뿐히 앉아있다. 큰딸은 장갑도 마다하고 차가운 눈 속으로 쑤우욱 손바닥으로 눈을 눌러보고 30cm는 된다고 호들갑을 떤다.
첫눈이 조용하게 와야 하는데 한꺼번에 너무 많이 와서 재미가 없다. 첫사랑 만남처럼 차분히 와야 음미할 텐데 그런 시간도 주지 않고 교통대란과 폭설로 낭만을 가져가버렸다.
맨손으로 눈을 동글동글 말아올린 눈을 내 손 위에 살포시 올려준다. 대낮이어서인지 장갑 덕분인지 눈은 차갑지 않고 넋이 빠진 아이처럼 가볍디 가볍다.
이런 날 뛰지 않으면 언제 뛸까 싶어 이틀간 모닝 조깅을 하지 못한 울분을 하얀 눈 위에 쏟아붓는다. 그래 이 맛이지, 이렇게 뛰어야 기분이 좋아질 텐데 쏟아지는 눈 때문에 러닝 할 마음조차 먹지 못했다.
귀가하는 길에 은행나무의 푸른 잎이 후드득 서둘러 떨어진다. 눈이 무거워 아직 노랑이도 되기 전에
떨어뜨리고 만다. 초록 잎이 하얀 눈과 처음 만났을지도 모른다.
몇 발자국 지나니 이번에는 초록 단풍나무 잎마저 낙하하고 말았다. 좀 더 기다리다가 내려오려고 했건만 얄궂은 첫눈은 초록이, 노랑이, 빨강이 단풍나무 잎을 한꺼번에 쓸어버렸다. 내가 보기엔 알록달록 이뻐 보이지만 그네들은 얼마나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을까
와~ 동사로 묘사하니 아주 흥미롭고 풍성한 글이 된 느낌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써보시기 바랍니다. 역시 책에서 하라는 대로 하면 얻는 게 많습니다.
야금야금 조금씩 읽으면서 책에서 준 미션을 하나하나 해보렵니다. 글이 달라지니 재미나게 글을 쓰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