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과는 달리 주치의 선생님과의 별다른 면담 없이 나는 퇴원 수속을 밟았다.
MRI 결과가 바로 나오는 건 아닌가 보다.
간호사 선생님으로부터 퇴원 후 주의 사항을 듣고,
일주일 후에 재 검사를 받고 그때 주치의 선생님과 이야기하면 된다고 한다.
"괜찮으니깐 퇴원을 시켜주는 걸까야"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병원 밖으로 나섰다.
일주일의 시간이 흐르고, 나는 다시 이대서울병원으로 향했다.
피검사와, X-ray, 심장초음파, 입원했을 당시에도 진행하였던 검사를 그대로 다시 진행하였다.
모든 검사를 마치고,
주치의 선생님과의 면담을 위해 떨리는 마음으로 진료실로 들어갔다.
일주일 동안 몸에 이상은 없었냐는 선생님의 말과 함께,
숨 쉬는 건 이제 불편하지는 않냐고 물어보신다.
나는 "이제 다 괜찮은 것 같아요."라고 답을 한다.
의사 선생님은 모니터를 나에게 보여주신다.
왼쪽이 처음 입원했을 때 X-ray 사진이고, 오른쪽이 오늘 찍은 사진이라고 설명하신다.
처음 사진하고 두 번째 사진의 큰 차이점은 폐 부분에 하얀 점들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있었다.
폐부종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숨 쉬는 데는 크게 불편함은 없을 거라고 말을 해 주신다.
하지만 심장이 매우 비대해져 있다고 말씀하시면서 나의 병명을 정확하게 알려주신다.
일반인이 내가 봐도 한눈에 보이는 비대한 심장 사진.
환자분의 병명은 "비가역적 확장성 심근병증입니다."
병명을 알려주시면서 동시에 모니터에는 심장초음파 사진을 띄워서 보여주신다.
"LVEF 수치가 현저하게 낮아요"
용어를 잘 알아듣지 못하니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신다.
LVEF = 좌심실박축률, 좌심실에 모여 있는 피를 심장에서 펌핑을 할 때를 나타내는 수치라고 한다.
"정상인의 수치는 최소 55% 이상인데, 환자분은 수치가 18% 밖에 되지를 않아요"
"이 수치는 급성 심장 돌연사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서, 약물치료와 함께 제세동기삽입을 해야 합니다."
"안타깝지만, 당장 지금 사망하셔도 이상할 게 없는 상태입니다."
현재 상태는,
LVEF 18%, 심부전의 마지막 단계
급성 심장 돌연사 위험 매우 높음
정상까지 회복 가능성 낮음.
약물치료만으로는 생존율을 높이기 어려움.
제세동기는 필수 고려 대상, 예후가 좋지 않을 시, 바드, 심장 이식 고려 가능
충격에 빠질 것 같은 소리를 들었지만, 의외로 마음이 덤덤해진다.
내가 죽는다!
시한부도 아니고,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
아직 죽기에는 젊은 나이인데,
아직 못해본 것도 많은데
이대로 내 인생은 마무리가 되는 건가?!
그 와중에 드는 생각은 내가 죽으면 내 장례식장은 누가 와줄까?
아이폰은 비밀번호 걸리면 잠금화면을 해지할지 있는 방법이 없는데?!
갑자기 죽으면 지인들에게 내 부고는 발송이 될까?
죽으면 뭐 이런 게 무슨 소용이겠어.
내 사망 보험금은 얼마나 될까?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주치의 선생님은 결정을 어떻게 할 건지,
나에게 의사를 묻는다.
나는 덤덤하다고 생각했지만, 내 표정은 그러하지 못한 건지
내 얼굴을 본 선생님은 지금 당장 결정하긴 어려울걸 안다면서
본인이 동의한다면, 약물 함량을 늘려서 한 달 간만 투여해 보고
그때 치료 방법에 대해서 결정을 해보자고 제안을 하신다.
좌심실박축률이 40% 이상은 나와야지, 일단 제세동기 삽입은 배제가 가능하고,
한 달 뒤에는 반드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한다.
주의사항으로
고강도 운동금지(가벼운 운동 OK), 절대금주, 절대 안정 충분한 휴식
약물로 인한 저혈압 가능성이 크니, 앉았다가 일어날 때는 천천히 하라고 알려주신다.
(운동은 내 몸이 버티지 못하여 할 수가 없음을 알고, 의사 선생님이 가벼운 운동으로만 알려주신 것 같다.)
몸 관리 잘해서 한 달 뒤에 좋은 결과로 보자고 선생님께서 말씀을 하신다.
진료를 마치고 나는 병원 밖을 나서면서,
나는 나의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해 생각하면서, 첫 번째로 휴대폰의 비밀번호를 없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