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 기계장치를요?

by 명상

첫 내원 이후 나는 나의 병에 대해서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병명 이름도 어렵다.

"비가역적 확장성 심근병증"


비가역적 =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한 순간 불치병 환자가 되어 버린 나는 처방받은 약에 대해서 알아보고, 각종 의학 논문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대부분 생존율에 관하여 설명하고 있었는데, 어느 자료를 찾아봐도 긍정적인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이때 나는 나를 많이 내려놓은 것 같다.)


일단 처방받은 약을 꾸준히 복용하면서 다음 검진을 기다렸다.


2차 내원


이번 내원도 지난번과 내원때와 마찬가지로 엑스레이, 피검사, 심전도 검사, 심장 초음파 검사를 시행하였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주치의 선생님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특별한 일은 없었는지 확인을 하시고, 엑스레이 자료를 보여주신다.

지난번보다는 심장크기는 줄어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표정이 별로 안 좋으시다.

심장 초음파 결과를 보여주시면서, 지난번 LVEF(좌심실박출률)은 18% 였는데 이전 검사는 20% 라고 알려주신다.

일단 약물이 반응하고 있는 건 긍정적인 신호지만

ICD (삽입형 제세동기)를 달아야 될 것 같다고 한다.


검사결과를 들은 나는 잠시 고민에 빠진다.

정말로 내 몸에 기계장치를 꼭 달아야 하는 걸까?

나는 반대로 주치의 선생님께 꼭 달아야 하냐고 되물었다.


주치의 선생님도 쉽게 확답을 못 내리신다.

나는 선생님에게 일단 약물이 반응하고 있다고 하시니깐, 지난번 급사의 위험성은 내가 안고 다음번 검진까지 한 번만 더 미뤄도 될까요?라고 물었다.

고민을 하시더니 약물 함량을 2배 더 늘려 보고 한 번 더 경과를 지켜보자고 하신다. 약물 용량 증가 부작용으로 저혈압 증세가 올 수 있다고 주의사항을 알려주시며, 몸에 조금이라도 이상함이 느껴지면 지체 없이 병원으로 내원을 하라고 신신당부를 하시며, 나의 2차 내원은 끝이 났다.


3차 내원


세 달이란 시간이 지나고, 나는 또다시 병원에 내원을 했다. 이제 병원 안에서의 각 검사실 위치가 나도 모르게 익숙해져 버린 걸 느꼈다.

지난번과 똑같은 검사를 진행, 긴장된 마음으로 주치의 선생님을 만나러 진료실에 들어갔다.


검사결과는 잘 나왔을까?

엑스레이 상으로는 처음 입원 했을 당시보다 심장이 크기는 많이 줄어들어 있었다. 각종 피검사 수치도 비교적 양호한 편이라고 말씀해 주신다.

긴장된 마음이 풀리려는 찰나에, 아직 좌심실박출량이 30%로 목표 수치에는 한참 모자랐자. 이제 제세동기 삽입은 확실 시 되어갔다


나는 선생님께 한 번만 더 미루면 안 되냐고 먼저 물었다. “더 안 좋았던 수치일 때도 문제없이 지나갔는데 설마 무슨 일이 생기겠어?”라는 생각을 가졌다.

(몸에 기계장치를 부착하는 것보다, 차라리 죽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종종 하기도 했다.)


선생님은 고민하시더니, 나의 의지를 받아들였다

다음 검사에서는 결과가 좋지 않을 시,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말과 함께 최대 약물 함량으로 마지막으로 3개월만 지켜보자고 말했다.


기뻐해야 될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나는 제세동기 삽입을 최소 3개월 뒤로 미룰 수 있었다.

“다음 검사 결과는 부디 잘 나와야 할 텐데.”라는 걱정과 동시에 이제는 나의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생각하면서 다음 검진 일자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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