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 완벽주의자(7)_절연했던 동생 앞에서 무너지다(2)
전편 : 절연했던 동생을 찾아갔다.(1)
그날은 너무 따뜻했던 날이었다. 익선동에서 그녀를 만났고, 서로 무엇에 대해 말할지 알고 있었지만, 최대한 점심을 먹는 동안에는 얘기를 꺼내지 않았고, 서로의 눈치만 바라보고 있었던 셈이다.
그러다 북촌의 한 카페에서 차를 시켰고, 그녀는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이 말을 꺼냈다.
요즘은 어때?
세상 내가 지금 이보다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 또 있을 수 있을까?
괜찮지 않다고 말해도 되나? 본인들을 무시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네가 먼저 생각나더라. 아프게 말해도 되니, 내가 정말 사람을 무시하는지 이런 걸 물어보기 시작했다.
결론만 말하자면, 그녀는"그들이 어떤 면에서 그런 식으로 말했는지는 알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아... 역시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을 줄 수 있구나.내가 멀어짐을 자초했었구나라고 인정할 때 쯤, 그녀는 덧붙였다.
그래도 난 누군가 그렇게까지
솔직하게 말해달라고 하면서 고치려고 하는 사람을
따돌리지는 않을거야. 그건 그 사람들 잘못이야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거짓말이지. 기다리는 사람의 희생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거잖아. 그건 동의하지 않아. 난 언니 편이니까.
편가르기가 세상 유치한 행동임을 알고 있지만, 세상에는 내 편이 있다는 사실 하나가 때로는 버티는 힘 자체가 될 때가 있고, 그 순간은 그러한 순간들 중 하나였다.
사실은 언니가 나를 차단했을 때,
받은 상처보다 더 크게 상처받은 포인트는
내가 자퇴를 결심했을 때,
언니가 나에게 아무것도 노력하지 않았다고 단정짓는다는 거였어.
당시 나의 긴 설명을 듣고, 실제 동생은 창피하지만 7F의 성적표를 뽑아 교수님께 들고 가서 상담을 받았다고 한다. 교수님도 자퇴는 말렸지만, 졸업이 쉬워보이는 케이스는 아니라고 말씀하셨었다면서, 그 결과가 결국 자퇴로 이어지깆 했지만, 언니의 조언을 무시한건 절대 아니었다고 말했다.
평상시 자기였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법한 행동을 언니의 조언을 듣고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들었지만, 그걸 알아주지 않는 나에게 상처받았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나는 내가 얼마나 결과주의자였는지 다시 한번 머리를 맞고야 말았다.
조언을 하는 사람도, 조언을 듣는 사람도 조언대로 할지 말지는 그 사람의 몫이다.
나는 그 동상의 자퇴라는 결과값이 내가 의도한 조언 방향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화를 냈고, 더 나아가 그녀를차단했던 것이었다. 컨설팅 결과대로 하지 않았다고 고객을 자른거나 다름이 없는 나는 그 관객이 친여동생이어도 내 불편한 감정이 더 중요했던 거다.
이렇게 또다시 마주한 나는 원하는 결과값이 나오지 않으면, 나 자신을 칭찬하거나 남을 칭찬해주는 방식조차 모르는 사람이었다. 내가 이런게 미성숙한 인간임을 전혀 모르고, 때로는 같은 사람을 욕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부끄러웠다.
그리고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서 진심으로 동생에게 사과했다.
그래야, 내가 덜 아플 수 있고, 덜 고립될 수 있으니까.
> 다음편은 공식적으로 왕따가 되었습니다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