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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권 Dec 04. 2024

베이비 붐 세대의 주말 밥상 이야기

51. 조림, 찜, 구이류 <終>

51. 조림구이류 <>      


#1970년대의 골목길 풍경

 1970년대의 동네 골목길 풍경은 정겨웠다. 골목길은 아이들의 연중무휴 놀이터였고 행상꾼들이 무시로 드나드는 개방된 공간이었다. 골목길마다 구슬치기와 딱지치기, 공놀이하는 아이들의 소리로 시끌벅적했고 엿장수, 우산 장수, 칼 장수, 고물 장수, 뻥튀기 장수, 찹쌀떡 장수, 메밀묵 장수는 하루가 멀다고 주민들의 눈도장을 찍기에 바빴다. 골목길을 벗어난 널따란 공터의 천막 극장에서는 서커스 공연이 펼쳐졌고 2인 1조로 팀을 이룬 약장수와 차력사(借力師)는 현란한 입놀림과 신기한 묘기로 모여든 구경꾼들의 넋을 빼놓았다.     


두부구이


여름날이면 매캐한 소독약 냄새와 흰 연기를 연신 뿜어대는 방역차 꽁무니를 아이들이 줄지어 경쟁적으로 쫓았고 온 동네에 비상이 걸리는 날도 잦았다. 재래식 화장실의 분뇨(糞尿)를 수거하는 환경위생(衛生) 차가 뜨는 날, 아이들은 “공습경보”라고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코를 막고 집으로 줄달음쳐 장독대 뚜껑을 닫는 어머니를 도왔다.      


우엉조림


#두부 장수

이른 아침 어머니들이 반기는 행상꾼도 있었다. 리어카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두부를 가득 싣고 “두부 사려~ 두부가 왔어요, 두부”라고 외치는 두부 장수가 건네는 네모난 두부 한 모에는 이름 모를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의 굴곡진 사연이 숨어 있었다.     


따스한 온기(溫氣)가 살아 있는 두부는 이내 아침 밥상에 먹음직스러운 음식으로 꽃단장하고 올라왔는데 그 모습은 된장찌개나 두부조림 아니면 두부구이였다. 오늘의 주제는 조림과 찜, 구이 반찬에 관한 이야기다.     


감자조림


#졸이고 찌고 구운 반찬의 특징 

 졸이고 찌고 구운 음식도 무치고 볶은 음식처럼 가정식 밥반찬의 단골 메뉴다. 졸이고 찐 음식을 찬찬히 뜯어보면 공통점이 있다. 조림류는 볶거나 끓이거나 구워서 양념장에 졸이는 방식이다. 찜류는 찐 뒤 양념장에 무치는 방식이다. 


깻잎 조림 


조림류나 찜류 모두 두 번의 조리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는 점에서 한 번의 조리만으로 끝나는 무침류나 볶음류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단품(單品) 요리인 생선구이를 제외한 반찬으로 먹는 구이류는 그냥 굽거나 밀가루 또는 밀가루와 달걀물을 입혀 굽는 방식이다.     


꽈리고추찜


#졸이고 찌고 구운 반찬의 종류

조림 반찬은 우엉조림, 가지조림, 감자조림, 깻잎 조림, 두부조림 등이 대표적이다. 우엉조림과 깻잎 조림은 볶듯이 양념장에 졸이고 가지조림과 두부조림은 구워서 양념장에 졸인다. 감자조림은 조림류치고는 조금 특이하다. 육수를 끓인 뒤 양념장과 감자를 넣고 국물이 없어질 때까지 졸인다. 육수를 끓여 졸이는 이유는 수분 흡수력이 강한 감자가 물을 많이 먹기 때문이다. 육수를 따로 만들지 않고 물을 넉넉히 붓고 뭉근한 불로 끓이면서 졸이는 방법도 있다.


달걀찜


반찬으로 먹는 찜류는 꽈리고추찜과 가지찜, 달걀찜을 꼽을 수 있다. 꽈리고추찜은 밀가루를 묻혀 버무린 꽈리고추를 찐 뒤 양념장에 무친다. 밀가루를 묻히는 이유는 찌는 과정에서 꽈리고추의 색을 살리고 양념이 잘 배도록 하기 위해서다. 


호박잎 찜


가지찜은 길게 세로로 자른 가지를 3등분으로 나누어 찐 다음 손으로 얇게 찢어 양념장에 무친다. 달걀찜은 요리 방법이 간단하고 맛과 영양가가 뛰어나 찜 요리 중에서 두 번째 가라면 서운해할 음식이다. 달걀을 푼 달걀물에 대파나 쪽파를 송송 썰어 넣고 찌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다. 양배추와 호박잎을 쪄서 쌈밥으로 먹는 양배추 찜과 호박잎 찜도 별미다.      


호박구이


조림류나 찜류의 양념장은 대개 진간장과 다진 마늘, 설탕, 맛술로 이뤄지며 음식에 따라서 참기름이나 후추, 고춧가루가 추가로 들어가기도 한다.      


소시지구이


반찬용 구이류로는 호박구이와 소시지구이, 두부구이가 있다. 호박구이는 원형으로 썬 호박에 밀가루를 묻힌 뒤 달걀물을 입혀 굽는다. 밀가루를 묻혀야 달걀옷이 호박에 잘 입혀진다. 소시지구이는 달걀물만 입혀 굽고 두부구이는 팬에 그냥 굽기만 하면 된다.     


두부조림에 사용할 두부 한 모를 1.5cm 남짓 두께의 정사각형 모양으로 자른다.


#두부조림

 우리집 식탁에 주로 오르는 조림 반찬은 우엉조림과 두부조림이다. 우엉조림은 집사람이 즐겨 만들고 나는 두부조림을 한 번씩 요리한다. 두부구이가 고소한 1차원적 맛이라면 두부조림은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에 매콤하고 짭조름하면서 달짝지근한 맛이 더해져 입체적인 풍미를 자아낸다. 


두부를 노릇노릇하게 굽는다


식재료는 두부 한 모와 대파 한 대. 두부는 1cm 남짓 두께의 정사각형 모양으로 자르고 대파는 송송, 양파는 채 썰듯이 썬다. 양념장은 진간장 네 큰술과 고춧가루, 다진 마늘, 참기름 각 한 큰술, 설탕 한 작은술, 소량의 후추, 대파, 양파를 섞어 만든다.      


양념장을 두부 위에 골고루 끼얹고 약불에서 자작하게 졸인다


1. 먼저 팬을 달구고 식용유를 넉넉히 둘러 두부를 굽는다. 

2. 두부가 노릇노릇하게 구워지면 양념장을 두부 위에 골고루 끼얹은 뒤 팬 가장자리를 따라 물을 조금씩 붓고 약불에서 자작하게 졸인다. 물은 종이컵 기준으로 3분의 1컵 정도. 가장자리의 물은 흘러내린 양념의 농도를 유연하게 해 양념이 타는 것을 방지해준다. 매콤한 맛의 강도를 높이고 싶다면 양념장에 청양고추 한 개를 추가하면 된다.      


두부조림은 고소하고 부드럽고 매콤하고 짭조름하고 달짝지근한 다섯 가지 맛이 나는 밥도둑이다.


 두부가 몸에 좋다는 것은 다 아는 일. 두부조림은 고소하고 부드럽고 매콤하고 짭조름하고 달짝지근한 다섯 가지 맛이 나 밥도둑이 따로 없는 훌륭한 반찬이다. 꽈리고추찜과 달걀찜, 호박구이, 소시지구이도 우리집 밥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반찬이다.     


☞베이비 붐 세대의 주말 밥상 이야기는 이것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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