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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일라 Jun 26. 2022

독일 석사 유학 후 취업 전망

전보다 훨씬 나아진 이유 3가지

“독일 석사 유학 끝나고 나서 취업이 가능할까요?”

컨설팅을 하면서 만나는 많은 학생들의 공통된 질문이다.

나는 유럽 (특히 독일)에서 영어로 석사과정을 하려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대부분 영어에는 능숙하지만 독일어를 비롯한 유럽 현지 언어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큰 핸디캡이 있는 상황에서 취업이 가능할지의 여부를 점쳐보려는 것은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중대한 결정을 앞둔 이들에게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내가 그렇게 사랑해 마지않던 영국을 뒤로하고 독일로 유학 국가를 정한 것은 학비에 대한 부담이 없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지만, 석사과정을 하는 기간 내내 내 마음속에도 같은 질문에서 비롯된 큰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었다. 베를린 리포트나 독유네와 같은 커뮤니티나 네이버 블로그, 티스토리 등을 통해서 나와 비슷한 career path를 걸은 사람들의 사례를 눈에 불을 켜고 찾아보기도 했지만, 한결같이 “독일어 못하면 어렵습니다”라는 대답들 뿐이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기로 다짐했다.

꼭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영국에서도 브렉시트 이전에 취준을 해본 경험이 있었던 내가 느끼기에 독일이 취업이 더 쉬운 이유는 다음과 같다.



(C) 2022. 레일라 All rights reserved.



1. 독일에서는 취업비자를 받기 위해 비자스폰을 받아야 할 필요가 없다.

내가 영국에서 취준을 하던 시절과 지금은 많은 차이가 있지만, 당시는 브렉시트 이전이라서 non-EU citizen의 자격으로 유학 없이 취업을 하는 게 거의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없었다. 한인 회사가 아닌 영국 회사에서는 굳이 돈을 줘가며 non-EU citizen인 한국인을 고용해야 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지금은 브렉시트 때문에 EU citizen 과 동등한 대우를 받아서 상대적으로 쉬워진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회사가 비자 스폰을 해줘야 하고, 이 때문에 취업이든 이직이든 비자 문제가 골치 아프게 따라다닌다.

반면 독일에서는 취업비자를 받기 위해 비자스폰을 받아야 할 필요가 없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고용주가 노동청에 독일인이 아닌, EU citizen이 아닌 이 사람을 고용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야 했다고 들었는데, 현재는 없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여전히 취업비자가 발급되기까지 노동청에서 심사를 진행하긴 하지만, 이 과정에서는 내가 이전에 갖고 있었던 경력과 현재의 job description이 일치하는지, 이게 진짜 회사에 진짜로 고용된 게 맞는지 정도를 확인하는 수준이지, 왜 독일인이 아닌 유러피안이 아닌 이 사람을 뽑아야 하는지에 대한 디스커션이 아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나도 회사도 지불해야 하는 돈 (비자 스폰)이 없다. 따라서 회사 입장에서는 그냥 지원자가 마음에 들고, 자신들이 찾는 사람이 맞다면 우리 얘랑 계약하고 싶으니 취업비자 내주세요라고 하기만 하면 된다. 조금 tricky한 부분은 회사의 계약서와 취업 비자 둘 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되어있어서 시작점이 없다는 것이다. 취업비자가 나와야 계약서가 효력이 있고, 계약서가 효력이 있어야 취업비자가 나온다. 그럼 뭐부터 해야 하는 거지? 싶을 수 있는데, 결국 되긴 된다. 여느 독일의 행정 처리들이 그러하듯.


2. 비자스폰이 필요 없기 때문에 스타트업에 취업해도 된다.

스타트업 취업이 더 쉬운 것은 아니지만, 스타트업은 굉장히 agile 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니즈만 딱 맞아떨어지면 대기업보다 취업 프로세스가 훨씬 짧아질 수 있다. 따라서 비자스폰이 필요 없다는 사실이 여기서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비자 스폰이 꼭 필요하다면 전에 외국인을 채용해본 경험이 있는 회사를 찾거나 나에게 돈을 투자해서라도 나를 채용하고 싶어 하는 고용주를 찾아야하는데 취준에서 이러한 filter가 하나라도 더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선택지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비자 스폰이 필요 없는 경우 내가 지원해 볼 수 있는 회사의 수가 늘어나는 셈이라 나는 개인적으로 독일에서의 취준이 더 쉽게 느껴졌었다.


3. 생각보다 영어만 쓰는 회사가 많아졌다.

나는 2017년쯤부터 독일 회사들의 잡 공고를 지켜봐 왔다. 내가 지원할 만한 회사들을 물색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확실히 그때와 비교했을 때 지금은 영어가 회사의 공용어인 회사들이 정말 많아졌다. 또 잡 공고 자체도 영어로 올라오는 곳이 많아졌고, requirements에 German Proficiency가 빠진 공고들이 많아졌다. 이런 것들이 결국 얼마나 외국인 인적자원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는지, 얼마나 많은 회사들이 international 하게 변했는지를 의미한다고 본다. 따라서 독일어를 못하면 독일회사 취업이 어렵다는 것은 (아직까지도 어느 정도 사실이긴 하지만)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또한 많은 스타트업들이 독일 내에 있으면서 EU 밖에 있는 인력들을 고용하기 시작했다. 코로나로 인해서 업무공간에 대한 제약이 없어지고, virtual 하게 일하는 것이 새로운 트랜드가 된 것이 한몫을 했다고 본다. 특히 IT 회사들은 타임존이 +/- 2시간 내에 있는 non EU 국가에서 채용을 많이 하는 추세가 됐다. 어차피 시차가 크게 나지 않는다면 굳이 인건비가 비싼 유럽에서 사람을 써야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이란이나 가나와 같이 유럽과 시차가 크게 나지 않지만 인건비가 싼 나라들에서 채용이 크게 늘었다. 그리고 물론 이런 회사들에서는 영어가 공용어로 쓰인다. 한국은 독일과 시차가 많이 나서 한국에 있으면서 이런 회사들에 취업을 하는 것이 얼마나 쉬울지/어려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회사들의 등장은 그만큼 영어만 쓰는 회사들이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이런 회사들은 굳이 독일에 살고 있는 사람을 고용할 이유가 없긴 하다. 그렇지만 우리는 독일인들과 비교했을 때 다른 강점을 갖고 있다. 한국어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점점 더 지역적인 경계가 흐려지는 만큼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하는 회사들이 많아지고, 내가 다른 문화적 백그라운드나 언어적인 스킬을 갖고 있다는 것은 플러스가 될 수 있다.


이렇게 취업 전망이 나쁘지 않은 이유를 하나 둘 따져봐도, 결국에는 취업 성공 여부는 개인의 역량이나 운에도 많이 의존한다. 하지만 확실히 예전에 비해서 전망이 나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독일에서의 취업과 이민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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