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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일라 Jan 02. 2022

독일 인터내셔널 석사 졸업 후, 취업 가능성

독일어를 못하는데도 영어만으로 취업할 수 있을까?

내가 유학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취업 때문이었다.

한국에서 취업을 하기는 싫고, 외국에서 일하고 외국에서 살고 싶은데, 영국 워킹홀리데이를 하면서 느꼈던 것은 그러기엔 내가 너무 준비가 안되어있다는 것이었다. 영어 그럭저럭 할 수 있다고 쳐도, 너무 경력이 없었다. 그래서 한국에서 대학원을 가는 것 대신에 독일에서 대학원을 가는 것을 선택한 것이었다.


많고 많은 나라 중 독일을 선택한 이유


따라서 공부를 하고 지식과 견문을 넓히는 것 만이 내 유학의 목적이 아니었다. 더 큰 목적은 해외취업이었다. 그래서 나는 석사를 하는 2년 내내 "빨리 졸업할 것"과 "졸업 후에 취업할 것"을 목표로 잡았다. 하지만 독일어를 하지 않고 독일에서 취업을 하는 것은 정말이지 불가능해 보였다.


베를린 리포트나 독일 유학생들의 네트워크와 같은 독일 내 한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들을 살펴보면, 독일 인터내셔널 석사 (독일에서 영어로 공부하는 석사과정)을 마친 후에 영어만으로 독일 내에서 취업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가능성이 낮은지 알 수 있다. 처음에 이런 글들을 볼 때 자연스럽게 들었던 생각은 '아 그럼 진짜 독일어를 해야겠구나.'라는 것이었고, 그 때문에 나는 석사를 하는 와중에도 조금씩 독일어를 배웠다. 하지만 석사 과정 하나만으로도 벅차고 힘든데 다른 외국어를 하나 더 하는 것은 정말이지 내 능력 밖의 일이었다. 어학원을 등록해서 수업을 들어보기도 하고, 독일어 과외도 받아보고, 인터넷 강의도 들어봤지만 내 독일어가 늘어가는 속도보다 내 졸업이 다가오는 속도가 더 빨랐다. 또한 내가 독일어를 일상에서 무리 없이 사용하는 수준이 된다고 하더라도, 비즈니스에서 독일어를 유창하게 쓰고 말할 줄 아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였다.


그래서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에만 귀를 기울이지 말고 내가 직접 가능성을 따져보자라고 생각하고 링크드인이나 다른 독일 내 취업 포털사이트들을 활용해서 구인공고들을 검색해봤다. 그 후에 내가 깨달은 것은 사람들 말이 맞았다는 것이었다.




독일에 있는 다국적 기업들에서는 영어를 쓰지 않을까?


독일은 유럽에서도 경제대국이라고 불리고,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독일" 하면 선진국의 이미지가 강하다. 자동차를 비롯한 제조업 뿐만 아니라 생명과학분야에서도 독일의 명성은 자자하다. 독일 자체도 누구나 이름만 들으면 알 법한 글로벌 제약회사나 생명과학 회사들을 많이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Bayer, Boehringer Ingelheim, Merck, Eppendorf 등등) 다른 나라의 대기업들도 독일에 지사를 하나씩은 갖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런 글로벌 대기업 정도 되면 다들 영어를 쓸 줄 알았다. 하지만 실제로 찾아보니, 본사가 어느 나라에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본사가 미국이나 영국 같이 영어를 쓰는 나라에 있다고 하더라도 독일 지사에서는 "현지 언어"를 쓸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었다. 


영국의 글로벌 제약회사인 GSK의 독일 지사는 여러 곳에 있는데, 링크드인에 올라온 구인공고를 보면 항상 우수한 독일어 실력을 지원자격에 넣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이런 회사들은 대개 구인공고 자체도 독일어로 적혀 있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GSK 뿐만이 아니었다.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Amgen도 독일지사에서는 독일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을 뽑았다. 물론 position에 따라서 다르기는 하다. 박사로 갈수록 현지 언어를 할 줄 아는지의 여부가 덜 중요해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취업을 하려고 석사 유학을 한 건데, 또 취업이 안돼서 박사를 해야 하나? 이러다가는 죽기 전에 취업을 못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본사가 영국에 있는 다국적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독일지사에서 독일어를 쓴다면 나는 도대체 어떤 회사를 지원해야 하는 것일까?


몇 날 며칠을 우울한 마음으로 구인공고를 뒤적이다가 발견한 것은, 그래도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 곳이 있기는 있다는 것이었다. 완전 대기업도 몇 군데 있었고, 중소기업들에서도 German proficiency가 required (필수)가 아닌 desired (선호)인 곳들이 몇 군데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생명과학 분야에서는 독일에서 영어만으로 취업하기 쉽지 않을까?

이것은 일반화해서 말하기가 어렵다. 생명과학/제약 분야에서는 이렇다!라고 확신 있게 이야기하기도 어렵다. 확실히 생명과학/제약 분야에서는 영어를 잘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구인공고에 올라와있는 지원자격은 해당 구인공고가 어떤 position (직무)인지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이것은 독일에서 생명과학을 공부하고 나서 졸업 후에 진짜 취업이 정 안되면 "Laboratory Technician"으로 취업해야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과거의 내가 간과한 부분이었다. Laboratory technician은 반복적인 실험을 돕거나 실험실 운영을 돕는 일을 하는데, 아무리 실험실들이 영어를 쓴다고 하더라도 독일에서 독일어를 못하면서 대학 연구실의 Laboratory technician이 되기는 어렵다. (물론 100% 안 되는 것은 또 아니긴 하다.) 왜냐하면 이들은 실험 외에도 실험실에 필요한 물건들이나 시약, 재료들을 구매하고 관리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생명과학 회사에 주문을 넣거나 invoice와 shipment를 관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독일어 능력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내가 연구만 하고 싶다,라고 한다면 Research Associate이나 Research Assistant와 같은 포지션으로 취업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전자는 연구원, 후자는 연구보조 정도로 해석될 수 있는데, 확실히 내가 석사만 졸업하고 나서 박사는 하기 싫고 연구만 하고 싶다고 한다면 생각해볼 수 있는 포지션이다. 독일 내의 대부분의 실험실에서는 영어가 공용어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독일어를 하나도 할 줄 몰라도 취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Research Associate은 박사 학위를 가진 사람을 뽑는 경우가 많고 (대충 어림잡아 10% 정도는 석사만 가지고도 지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Research Assistant는 연구소 사정이나 개인의 능력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가 느낀 바로는 회사에 취업하는 것에 비해 연봉이나 복리후생면에서 별로 매력적이지 않았다. 


Photo by Anete Lusina from Pexels



그렇다면 정말 영어 하나만으로는 독일에서 취업이 어려운 것일까?

그렇다.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그렇다. 영어 하나만으로는 취업이 어렵다. 하지만 안된다고는 하지 않겠다. 왜냐하면 나는 독일어를 못하지만 독일 취업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독일은 케바케의 나라라고는 하지만, 정말 취업까지 이럴 줄은 몰랐다. 나는 대기업 정도는 되어야지 내 비자를 스폰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대기업 위주로만 알아봤었는데, 어느 날 독일인 친구가 "근데 왜 작은 회사들에는 지원할 생각을 안 하는 거야?"라고 물어본 것이 wake-up call이 되었다. 작은 회사들을 찾아보니 생각보다 international 한 회사들이 많았다. 로컬 고객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전 세계에 있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회사들은 특히나 독일어 proficiency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그래서 IT계열의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들에서는 회사 자체가 독일회사임에도 불구하고 회사 공용어가 영어인 곳이 엄청 많았다. 당시에는 내가 생명과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IT회사에는 못 가겠지...라고 (또) 안일하게 생각했었는데, 요즘에는 바이오 기술을 기반으로 한 IT계열 회사나 스타트업도 정말 많다.


그런데 외국인의 신분으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 한 가지 있긴 하다. 회사가 Non EU 출신 직원을 데리고 있는지 확인을 해보는 것이 좋다. 내가 느낀 바로는 독일에서는 취업비자를 받는 것이 영국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쉬운 것 같았다. 그래도 회사를 붙었는데 비자 지원이 안된다면 그것만큼 실망스러운 일도 없을 테니, 미리 회사 홈페이지에서 직원들의 이름을 스크리닝 해보고, 링크드인에서 직원들의 프로필을 보면서 Non EU 출신 직원이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이 회사가 전에 외국인 비자 지원과 관련된 일을 해보았는지를 대충 가늠해보는 것이다. 완전 독일인들로만 이뤄진 회사에서는 아무래도 외국인 비자 지원과 관련해서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에 우리의 비자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나서 주지 않을 가능성도 있고, 귀찮은 일을 하기 싫어서 떨어트릴 수도 있다. 이런 곳에서 힘을 빼는 것보다는 전에 한 번이라도 비자 관련 일을 해본 적이 있어 보이는 회사를 주로 공략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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