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좋은 일이 일어날 예감??
한 달의 시작 1일, 그리고 월요일.
중고등학교부터 내가 좋아하던 조합이다.
'이제 진짜 공부 시작해야지!' 생각했을 때 1일이 월요일인 달은 각오도, 자세도 달랐던 것 같다.
우주가 나를 도운 것 같은 스케줄! 마음먹은 대로 1일부터, 월요일부터 계획표를 세우고 하나씩 해 나가는 재미란... 문제는 이런 달은 일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나머지 달에는 어찌 공부를 했냐고 물어본다면 웃을 수밖에...
익숙한 곳, 추억이 많은 곳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옮기는 것은 마음만큼이나 몸도 참 힘들다.
이사 날짜 정하기부터 이사규모 정하기( 한창 컨테이너 국제 화물 요금이 치솟고 있었다) , 공과금 정산부터 은행, 동사무소 말소 신고등.. 스페인에서는 몇 달 전부터 신경 써야 할 것이 참 많다.
하나씩 하나씩 해결하며 이별을 준비하던 많은 날 중 유독 잊을 수 없는 날은
5년 동안 우리의 발이 되어 주었던 차를 팔고 마지막으로 그동안 수고했다며 쳐다보고 눈물 글썽이며 안녕하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던 날.
새로 이사 가는 곳에서 새로운 가구로 다시 시작하면 된다며 정들었던 가구를 팔고, 최소한의 짐들로만 컨테이너에 실어 보내던 날.
집주인에게 열쇠꾸러미를 반납하고 서류에 사인하던 날.
비자받을 때는 수많은 서류에 공증에 몇 달이 걸려놓고 떠날 때는 동사무소에 가서 이곳을 떠난다며 서류 한 장만 작성하면 되는 걸 알게 되던 날.
처음 그곳에 도착했을 때처럼 아무것도 없는 집을 보니 그제야 스페인을 떠난다는 게 실감이 났다.
5년 동안 우리의 소중한 보금자리였던 바르셀로나를 떠나던 날.
그래, 그날은 정신이 없어서 비행기에 타서 한국으로 간다는 게 더 신나고 좋았던 것 같다.
한국에 도착해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느껴지는 밝기도, 공기도 너무 달랐다.
다시 눈을 감고 생각해 본다. 지금 집 밖을 나서면 코너에 꽃이 만발한 집이 있고, 작은 상점들이 있고, 그 옆으로 카페콘 레체와 크루아상을 사 먹던 카페도 다 그대로 있을 텐데... 자꾸 그 장소들이 눈에 아른거렸다.
8월 1일 월요일.
한국에서의 방학을 보내고 쿠알라룸푸르에 늦은 밤에 도착해 푹 자지도 못하고 힘들게 일어난 아침.
완벽하다. 내가 좋아하는 조합이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밤늦게 호텔 체크일을 하며 왜 우린 사서 고생을 할까, 한국서 편하게 살 걸.. 싶더니
1일에 월요일 이 운명 같은 조합이 나에게 다시 긍정의 의미를 주기 시작했다.
그래! 새로운 곳에서 시작하는 첫날이 월요일이라니.. 우주가 새로운 시작을 기념하여 잘해보라고 축하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럼 오늘은 무엇을 해볼까?
하하하!!! 우리 집을 구해야지???
정해진 거라고는 아이들 학교와 나흘 치 호텔뿐!
바로 렌터카를 구해 열개 넘게 집을 보고 바로 집을 계약했다. 이쯤 되면 해외 살이가 적성에 잘 맞는다 싶다.
예전 같았으면 집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움직이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해외 생활 13년 차면 무서울 게 없나 보다.
바로 입주 가능한 집으로 계약을 하고 우리는 며칠 후 새로운 집으로 들어왔다.
아무것도 없는 이 집이 바르셀로나의 마지막 날 그 집과 오버랩되며 살짝 센티해지려고 했으나 이번달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조합의 달! 새로운 시작만 생각하자!
컨테이너 집이 올 때까지 어디 여행지에 놀러 온 것 같은 기분으로 재미있게 살아봐야지.
10월 25일 화요일.
아무것도 특별할 것 없는 날.
창밖으로 대차게 비가 내리다 해가 쨍한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올 때까지 30분 시간이 남았다.
그래. 비가 많이 내리면 운전하기도 픽업하기도 힘든데 쨍하니 다행이다.
이러다 다시 비가 내리면?? 길이 깨끗이 씻겨 한동안은 마당 청소를 안 해도 되겠다 생각해야지.
아주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해서 긍정적으로 살아보기로 한다.
내년 5월이 되면 1일에 월요일, 내가 좋아하는 조합을 또 만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