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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la de YOOL

나의 단골 미용실과 로지 샘에게 보내는 안녕.

로지 샘에게.


로지 샘, 잘 지내죠? ^^


이사를 결정하고 나서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진한 우정을 나눈 친구 한 명과 로지 샘이었어요. 이사를 가서도 과연 로지 샘과 같은 헤어 디자이너를 만날 수 있을까 싶었죠. 샘은 저에게 헤어 디자이너 그 이상이었어요. 정말 좋은 이웃이었죠. 우리 가족 전부를 잘 알고 하나하나 머리를 다듬어 주는 고마운 이웃이요. ^^


부스스한 머리에 초췌한 얼굴로 나타나도 언제나 친절하게 저와 우리 가족을 맞아주었죠. 빌라드율은 저에겐 그 무엇보다 특별한 공간이었답니다. 아이 둘을 낳고 경력이 단절되는 동안 가족 이외에 소통이 거의 없고 이 세상 혼자인 듯 살고 있을 때, 보육 이외에 마땅히 할 일이 딱히 없었을 때, 아주 아주 오랜만에 동네로 발길을 옮기게 해 준 계기가 되어 주었거든요.


아이들을 데리고 동네 산책 길을 올망졸망 겨우겨우 한 바퀴 돌만해졌을 때, 오며 가며 보았던 빌라드율에서는 어떤 신비로운 분위기가 느껴졌어요. 그 이끌림이 무엇이었나 회상해보니 캔버스처럼 뽀얀 벽에 우드 계열의 반듯한 창과 문이 직선과 곡선으로 어울리고 있었어요. 우아한 자태를 품은 그 커다란 문을 열고 한 걸음 두 걸음 입장했을 땐 재즈풍의 라운지 음악과 허브 향과 정원의 아로마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지요. 모든 게 완벽한 그 느낌을 잊을 수가 없어요. 


텅 빈 것만 같은 제 마음을 채워준 특별한 무엇이 있었네요. 위안이 되었어요. 엄마가 되자마자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돌봄을 베풀어야 하는 상황은 처음인 데다 몸은 회복이 더디기만 하고 사람인지라 본능적으로 돌봄을 받고 싶은 이기적인 마음을 헤아리느라 심력을 소모하고 있을 때 빌라드율 안에서 느껴지는 다정한 안부 한 마디와 손길에 위로를 받았던 것 같아요.


코로나 이후 거리두기를 하고 외부와 단절이 강요되면서 더욱더 선명해지는 게 있지 않나요. 살아가며 이웃과의 친절과 소통은 너무나도 소중했다는 거예요. 친절함, 다정함, 정다움의 미덕을 새삼 깨닫게 해 준 빌라드율 그리고 로지 샘을 잊지 않을게요. 고마웠어요.


항상 건강하게 잘 지내요.


어떤 단골손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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