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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외면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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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샘 Mar 11. 2023

'봄'을 보다

#봄이 오는 집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수선화라는 꽃을
본' 순간이다.





봄은 '보다'란 뜻이라지.

봄은 '봐야' 제 맛이다.



벌써 한 달 전부터 여기저기 매화가 피기 시작했고,

산수유꽃도 생강꽃도 피기 시작했다.



명이나물싹이 올라오고,

원추리가 올라오고,

튤립싹이 올라오고 있다.



우리 동네에서 보는 봄  



따뜻한 햇볕이 저절로 입술을 옆으로 늘리고,

가벼운 옷을 걸치고 걷는 것이 즐겁기만 한다.



시골로 내려오고 맞이한

첫 봄을 아직도 기억한다.



늦가을에 내려왔기에

집 근처는 휑하기만 했다.

봄 볕이 따뜻한 어느 날,

뒷마당 작은 바위 옆에서 풀이 솟아올랐는데 심상치 않았다.

무슨 풀일지 궁금하던 때, 노란 꽃을 피워냈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수선화라는 꽃을 '본' 순간이다.

그렇게 내게 '봄'이 왔다.



장터에 나가 매화나무, 감나무 같은 묘목을 사서 심었다.

그리고 해마다 봄이 되면 나는 수선화를 기다리고,

매화가 피면 그 향긋한 냄새를 맡았다.



남사예담촌의 향기 짙은 원정매




단단한 호박씨를 흙에 심었는데

어느 날 싹이 올라오는 것을 보며 생명의 신비를 느꼈다.

저 연약한 떡잎은 어떻게 그 단단한 껍질을 뚫고 나오는 것일까?

그렇게 신비한 것을 '보는' 것, '볼 수' 있는 때가 바로 봄이다.



해마다 봄이면 꽃 사진을 찍는다.

봄이 되면 꼭, 저절로 그렇게 된다.



'보는' 기쁨을,

나는 아마도 죽을 때까지 사랑할 것 같다.




2023년 3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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