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은 장작에 불꽃이 나기까지
굵은 장작은,
어느 순간 불꽃을 내는 것이 필요할 때쯤,
그렇게 그 속이 다 성숙되었을 때쯤,
스스로 자기 불꽃을 낸다.
어쩌다 보니, 혼자 집을 지킨다. 앞으로 한 달쯤.
지난달 난방비 폭탄을 맞은 터라 혼자 살면서 보일러를 최대한 줄이고 거실 난로로 추위를 버텨보기로 했다.
난로 불을 때는 것도 일이어서 여러 번 실수를 거쳐야 하는 것 같다.
익숙한 듯 서툰 손놀림으로 네 번째 난로를 땐다.
첫날은 그럭저럭 장작에 불이 잘 붙었는데,
오늘 아침은 쉽지 않다.
원인은 잔가지들이 적어서였던 것 같다.
불은 순서대로 탄다.
아주 잔가지들이 먼저 타고,
이후 약 3cm 정도 되는 중간 가지들이 탄다.
이 중간 가지들이 타는 동안 굵기 10cm가 넘는 큰 장작에 불이 붙어야 한다.
오늘은 작은 가지들이 작았고,
중간 가지가 두어 개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이 중간 가지가 타는 동안 큰 장작에 불이 붙을 때까지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태초에 인간이 불을 처음 발견했을 때도 그랬을 것이다.
불이 잘 붙을 때까지 잘 들여다보았을 것이다.
불은 인간의 눈을 홀린다.
불을 발견한 그 때나,
거실에 난방을 하는 지금이나.
굵은 장작은 여간해서 잘 불이 붙지 않았다.
겉은 까맣게 그을려도 속까지 붉게 이글거려야 불꽃이 나오는데,
오늘은 잠시 이글거리는 듯하더니 뒷심을 잃어가는 듯했다.
급히 옆에 있던 상자를 구겨서 집어넣었다.
상자가 두꺼운 덕분에 활활 타올랐다.
종이는 활활 타고, 빨리 사그라진다.
뭐 도움이 될까 싶었으나, 작은 가지들 가지러 갈 시간이 없어 일단 임시방편으로 넣었다.
그런데, 도움이 된 듯하다.
굵은 장작 두 개중 하나의 끝부분이 조금씩 붉게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이 이글거림이 계속 지속되어야 두 개의 장작 모두에 불이 붙을 것이다.
굵은 장작은,
작은 것들 다 타버리는 동안,
그저 자기 몸 조금 검게 타더라도,
버티고 인내하며 견뎌내다가,
어느 순간 불꽃을 내는 것이 필요할 때쯤,
그렇게 그 속이 다 성숙되었을 때쯤,
그때 스스로 자기 불꽃을 낸다.
이제 굵은 장작 두개 모두 불이 붙었다.
이 온기는 오래간다.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
오늘도 난로에 불을 붙이고,
이 겨울 이 추위를 녹인다.
2023년 2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