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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렘베어 Sep 14. 2022

조금씩 조금씩, 새는 자신의 둥지를 만든다

Petit à petit, l'oiseau fait son nid

조금씩 조금씩, 새는 자신의 둥지를 만든다(Petit à petit, l'oiseau fait son nid).


작은 노력이지만 거듭하면 쌓이고 쌓여 성취를 이뤄낼 수 있다는 속담이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든지 대기만성이라든지, 나라마다 노오력하라는 속담 하나쯤은 있는 것 같다.

이 속담을 이야기할 때 테오도르 보트렐(Théodore Botrel, 1868~1925)이라는 프랑스 가수의 노래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1차대전 프랑스 군대의 음유시인, 테오도르 보트렐(1868-1925)


보트렐은 프랑스 서부지방인 브르따뉴(Bretagne)에서 태어나 브르타뉴 지역색을 유지하면서 파리에서 활동했던 시인이자 가수였다. 브르타뉴 옷을 입고서 지방을 묘사한 목가적인 노래를 부르며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그중 <조금씩 조금씩Petit à petit>(1912)이라는 노래는 위 속담을 모티브로 만들었다.


Lorsque j’entends les doux murmures/
새들이 부르는 봄 노래의
De leurs printanières chansons/
부드러운 속삭임을 들으며
Je vais guetter, sous les ramures/
나는 지켜보네, 나뭇가지 아래에서
Les fauvettes et les pinsons/
꾀꼬리와 방울새를.
Avec la mousse, avec la laine/
이끼로 양털로
Mêlant le brin d'herbe jauni/
노랗게 변한 이파리를 섞어
Petit à petit/
조금씩 조금씩
Dans le cœur du chêne/
떡갈나무 가운데
Petit à petit/
조금씩 조금씩
L'oiseau fait son nid/
새는 둥지를 만드네!


부지런히 지푸라기를 모으면서 날갯짓하는 새처럼, 보트렐 역시 꾸준함으로 한계를 극복한 대기만성형 가수였다. 일찌기 예술을 업으로 삼고 10대 때부터 연극과 음악으로 활동했으나 무명 기간이 길었다.

빛을 본 것은 20대 후반부터였다. 어느 저녁날, 파리 몽마르트르에 위치한 라이브 카페 혹은 모던 캬바레인 검은고양이(르샤누아르 : Le Chat noir)의 공연 대타를 뛰고부터 인기를 얻으며 예술계와 교류하기 시작한다.


18구에 있었던 <검은고양이>. 벨 에포크 시절 모든 파리 예술가들이 여기 모여 신세를 한탄했다…


보트렐은 표준 프랑스어로 곡을 썼지만, 그가 제일 처음 배운 언어는 브르타뉴 지방어 중 하나인 갈로어(gallo)였다. 프랑스는 지방색이 강해 각 지역어가 따로 있는데, 브르타뉴의 브르통(breiz(breton)), 알자스 지방의 알자시앙(alsacien(Elsässisch)), 남프랑스의 랑그독(occitan), 페이바스크 지방의 바스크어(euskara(basque)) 등등 약 75개의 언어가 있다고 한다. 특히 브르타뉴 공국은 16세기에야 프랑스에 합병된 지역으로 프랑스 내에서도 중앙집권에 반하여 고유의 정치 체계와 문화를 유지하려는 성향이 강했으며, 켈트 문화권의 영향도 남아 있는 곳이다. 현재에도 사회당(PS)이 가장 많은 표를 얻는 지역이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브르타뉴 문화를 사랑했던 보트렐이 왕정주의자가 되고 드레이퓌스 사건 때 반-드레이퓌스 진영에 섰던 것은 의외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장년에 배워 구사했던 브르타뉴 어(breiz)속담을 적어 보며 마친다.

조금씩 조금씩, 새는 자신의 둥지를 만든다(Tamm ha tamm, vez graet e vragoù da yann).



참고자료 :

https://www.lechatnoirrestaurant.com/about ​

https://fr.m.wikipedia.org/wiki/Th%C3%A9odore_Botrel ​

https://oak.go.kr/repository/journal/17828/NRF014_2011_vn23_427.pdf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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