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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렘베어 Jan 05. 2023

살아 있는 자가 보게 되리라

Qui vivra verra


살아 있는(살아남은) 자가 보게 되리라(Qui vivra verra).


프랑스에서도 널리 쓰이지만, 유럽 전체에 퍼져 있는 유명한 격언이다. 라틴어로는 qui vivet videbit라고 쓴다.  

명확한 출처는 알 수 없으나 15세기 이전에 ‘오래 살면 많은 것을 본다Moult voit, qui vit’라는 비슷한 속담이 있었다(Morawski, n.1321).

시간이 말해줄 것이니(=Time will tell: tempus narrabo(라틴)), 잘 참고 버티기만 한다면 변화를 목격하고 역사의 승자가 될 수 있으리라는 말이다.   



또한 위 격언에는 아래처럼 베리에이션이 다수 존재하는데, 그럴듯한 문장을 덧붙이면 내안의 흑염룡 뺨치는 파괴력을 얻을 수 있다.

살아남은 자가 보게 되리요, 배반한 자는 갚게 되리라!
Qui vivra verra, et qui trahira paiera!

산 자가 볼 것이요 죽은 자는 잃게 되리라!
Qui vivra verra, qui mourra perdra!

등등.


사망아, 네 승리가 어디 있느냐(Mors, ubi est victoria tua)? - <성경>, 고린도전서15:55, 독일 St. Peter&Paul교회



'살아 있는 자가 보게 되리라'는 격언은 아마도 시간에 관계된 갖가지 성경 구절과 라틴어 글귀들이 뒤섞여 만들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그 중에는 아래의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속 구절도 포함된다. 16세기 유럽에서 루터-칼뱅 등을 위시한 종교 개혁 운동이 일어났을 때, 핍박받으며 쫓겨나던 이들에게 특히 위안이 된  문구였다.

시간은 변화하고, 그 속에서 우리도 변화해 간다.
Tempora mutantur, et nos mutamur in illis(원본 : Tempora sic fugiunt pariter pariterque sequuntur et nova sunt semper).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XV:183-184.(독일 판본, 라틴어)

즉, 시대는 변하는 것이기에 언젠간 우리가 가진 시대정신이 존중받는 시기가 찾아오고, 그때야말로 빛을 보게 될 것이니 살아남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는 메시지다.


- 이는 윤여정 배우의 명언과 일맥상통한다.

오래 살면 돼, 오래 살면 이겨. - 윤여정




한편, 프랑스 시인 루이 아라공(Louis Aragon)이 쓴 동명의 시가 존재하는데, 샹송가수 장 페라(Jean Ferrat)가 이 시에 멜로디를 붙여 노래하기도 했다.

https://youtu.be/8BXda5HiHk4

장 페라(Jean Ferrat) - Qui Vivra Verra(1994)



참고자료 :

Morawski, J., Proverbes Français Antérieurs Au XVe Siècle(2007).

미리암-웹스터 사전

https://www.merriam-webster.com/dictionary/tempora%20mutantur%2C%20nos%20et%20mutamur%20in%20illis 

베르길리우스, <아이네이스> 2권

https://dcc.dickinson.edu/vergil-aeneid/vergil-aeneid-ii-567-587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15권

https://la.wikisource.org/wiki/Metamorphoses_(Ovidius)/Liber_XV 

https://www.loebclassics.com/view/ovid-metamorphoses/1916/pb_LCL043.377.xml 영역본을 참고해 번역함.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Hopfen_Mors_ubi_est_victoria_tua.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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