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크렘베어 Jul 16. 2022

비 온 뒤 맑음

Après la pluie, le beau temps

비 온 뒤, 맑음(Après la pluie, le beau temps)


모두가 살면서 한 번쯤은 고난을 맞이한다. 뭘 해도 안 돼, 넣은 곳은 다 떨어져, 넝마처럼 너덜너덜해지는 그 시절 말이다. 다행히 어려운 순간들에는 반드시 끝이 있다. 그 고비를 넘기면, 비 오면 땅이 굳듯 조금 더 성숙한 내가 되리라. 그러한 일념으로 우리는 힘든 나날 속에도 긍정적인 마음을 간직하며 버틸 수 있다. 


비슷한 영어 격언도 많이 쓰인다. 

The darkest hour is just before dawn.
(가장 어두운 시간은 새벽이 오기 바로 전이다)


우리나라 속담은,

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다.


이처럼 인생의 새옹지마를 날씨에 빗댄 격언은 여러 나라에 존재한다. 비가 왔다가 해가 떴다가 바람이 불다가 하며 널을 뛰는 날씨를 보고 "아... 꼭 내 인생 같다..." 하고 생각한 지구인이 한둘이 아니었던 모양.

혹은, 날씨가 인류의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니 날씨 따라 인간의 인생이 바뀌는 건 당연했던 것이다. 일단 나부터도 비가 오면 팔목이 저리는데...



세귀르 백작부인과 <비 온 뒤 맑음> 1947년 표지. 


한편, 프랑스에서 이 속담이 유명해진 계기는 19세기의 어느 어린이책이었다. 

한국에도 <세귀르 명작동화 시리즈>의 작가로 알려져 있는 동화작가 세귀르 백작 부인La Comtesse de Ségur의 1871년 소설 제목이 바로 <비 온 뒤 맑음>이었다. <비 온 뒤 맑음>은 현대 프랑스인들도 어렸을 때 한 번쯤은 읽어 보았을 유명한 동화라고 한다. 


<비 온 뒤 맑음>의 주인공은 주느비에브Geneviève라는 고아 소녀인데, 어릴 적부터 집요하게 소녀를 괴롭히는 빌런들이 권선징악빔을 맞고 결국 소녀는 행복해진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 동화 속의 고아 설정, 친척에게 통수 당해서 뒷목 잡고 쓰러지기, 유산 상속을 노린 결혼 등 19세기식 모랄리스한 내용들이 아침 드라마 같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한국에 번역 안 됐나 보다.


어쨌든 동화책 속 주인공도, 전세계 속담들도 한목소리로 말한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불행 터널을 지나고 있어도 절대 포기하면 안 된다는 진리는 하늘과 날씨와 옛 격언이 보장하는 적중률 높은 복선이다. 

그러니 포기하지 말자. 내일은 맑을 테니까.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 사북5길의 벽화.





출처 : 

https://fr.wikipedia.org/wiki/Apr%C3%A8s_la_pluie,_le_beau_temps 

https://gallica.bnf.fr/ark:/12148/bpt6k141084p.texteImage 


매거진의 이전글 사람들은 각자의 문에서 정오를 맞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