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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렘베어 Jul 24. 2022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Les gros poissons mangent les petits.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먹는다(Les gros poissons mangent les petits).


라틴어 유래(Piscem vorat maior minorem)를 가진 위 문장은 매우 오랫동안 사람들 사이에서 오르내렸다. 아마도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는 약육강식의 세계를 빗댄 속담 중 이보다 간결하고 뚜렷한 비유는 없을 것이다. 17세기 철학자 스피노자도 자연권을 이야기하면서 이 속담을 인용했고,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17세기 셰익스피어의 희곡 <페리클레스>에도 한 구절 등장한다.


둘째 어부 : 어르신, 바닷속에서 물고기들은 어찌 사는지 궁금합니다.
첫째 어부 : 뭐겠나, 사람들이 뭍에서 살듯 산다네. 큰 놈이 작은 놈을 잡아먹는 게지.

 - 셰익스피어, <페리클레스> 중


한편, 16세기를 대표하는 플랑드르 화가 피터르 브뤼헐 아우더(Pieter Bruegel)의 1557년 동판화는 우리에게 시각적 충격을 선사한다.

브뤼헐,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먹는다>(1556), 반데르헤이덴(Merica) 동판작업(1557).


브뤼헐의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먹는다>는 한때 그로테스크의 거장 히에로니무스 보쉬의 그림으로 둔갑되어 팔렸을 정도로 기괴한 분위기의 작품이다. 귀엽다는 반응도 많다. 동판화의 아래쪽에는 "작은 물고기들은 큰 물고기의 먹이이다(Grandibus exigui sunt pisces piscibus esca)"라는 라틴어가 적혀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이 그림 속에서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서 있는 것은 제일 커다란 생선이 아니다. 기묘하게 입을 벌린 물고기 사이에서 파티라도 여는 듯, 인간들이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생선을 발라먹을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 인류는 현재 지구상에 군림하는 매정한 강자이다.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는 종족 다원성과 상부상조를 언급하면서 자연의 법칙은 약육강식이 아니라고 말한다. 생태계에서도 약한 동물과 강한 동물이 공생하는 것이 더 오래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실 인간은 약자를 벼랑으로 밀어 떨어뜨리는 일을 정당화하려고 이런 속담을 퍼뜨린  아닐까? 의심스럽기 그지없다. 예나 지금이나 약육강식을 자연의 법칙이랍시고 그럴 듯이 둘러대며 윤리를 저버리는 사람들은 에 채일 정도로 많으니.




참고문헌 :

https://www.metmuseum.org/art/collection/search/338694 

https://fr.wikipedia.org/wiki/Les_gros_poissons_mangent_les_petits 

https://archive.org/details/emblematapolitic01isel/page/n44/mode/1up?view=the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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