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내가 초등학교(국민학교였던가?)에 입학할 무렵 일을 시작했다. 이모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일을 했다. 아버지는 회사원이었고, 거의 대부분 어머니보다 일찍 귀가했다.
초등학생일 때부터 아버지가 밥을 차려주고,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컸다. 어머니가 몇몇 반찬을 미리 만들어 두시는 걸 제외하고, 대부분의 집안일은 아버지의 몫이었다. IMF로 직장을 잃으셨던 때 아버지는 전업주부로 지내기도 하셨다.
내가 성에 대한 편견이나 고정관념이 별로 없는 것은 대체로 부모님 덕분인 것 같다. 남편이든 아내든 나가서 돈을 벌어 오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 사람이 집안일을 더 하고, 일하는 시간이 더 긴 사람이라도 부족한 부분(요리 등)은 채워주었다.
남자가 쪼잔하게, 여자가 조신하지 못하게, 이런 건 남자(여자)가 해야, 등이 들어간 문장을 들을 때마다 헛소리라고 생각하며 자랐다.
이런 내 생각과 이유를 글로 한 번 써봐야겠다고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는 사건들이 좀 있었다.
내가 하고 있는 게임 속엔 수많은 게임친구들이 있다. 얼굴도, 이름도, 몇몇은 목소리도 모르지만 인사를 주고받고 수다도 떤다.
사귀게 된지 좀 오래된 친구 중 한명은 우연히 내가 남자라는 걸 알고 충격을 받았다. 내가 당연히 여자라고 생각을 했단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나에게는 더 충격이었다. 채팅말투가 여자같아서 그랬단다.
다른 오래된 친구(남자친구와 같이 게임을 하는 친구여서 나는 이 친구가 여자라는 걸 알고 있는 상태였다.) 에게 혹시 내가 남자인 걸 알고 있냐고 물었다. 당연히 여자인 줄 알았단다. 같은 이유였다. 남자친구와 자신 모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다른 친구는 나에게 성별을 물어봤고, 나는 남자라고 대답했다. 그 친구는 근데 말투가 왜 그러냐고 물었고, 나는 ?를 연타할 수밖에 없었다.
내 채팅말투의 어디가 여자로 보이는 건지는 아직도 전혀 모르겠지만, 오해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알게 됐다. 그리고 아이디나 채팅말투만으로 성별을 특정짓지 않는 내가 약간 자랑스럽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