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나밖에 없었는데
얼마 전, 3개월치 헬스+요가 등록을 했다. 하는 운동이라곤 토요일에 잠깐 2시간 정도 뛰어다니며 노는 것이 전부였던지라 건강이 나빠지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요가나 필라테스에는 원래부터 관심이 많았다. 재미있어 보였다. 어렸을 때부터 몸이 매우 뻣뻣해서 유연성을 보통 수준만큼이라도 향상시키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집 근처 요가학원을 찾아봤는데, 여성 전용밖에 없었다. 그래서 헬스장이라도 다니자고 생각하여 헬스장을 찾아봤다.
여기는 1분 거리, 작은 동네 헬스장. 가격 쌈.
여기는 3분 거리, 초대형에 요가 수업도 있는 곳, 매우 비쌈.
여기는 10분 거리, 작지만 요가 수업 있는 곳, 가격 쌈.
세 번째로 정했다.
요가 수업은 월, 수, 목 저녁 8시~9시까지 한 시간 동안 진행됐다. 요가와 필라테스를 적절히 섞어놓은 수업이라고 했다. 요가는 생각보다 더 힘들었고, 생각보다 더 재밌었다. 유연성을 늘리기에도 좋은 것 같고, 코어 근육을 단련하는 데도 좋은 것 같고, 자세교정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아직 한 달밖에 안 돼서 확신은 못 하겠다.) 선생님의 '갈비뼈가 골반을 바라보게 호흡을 잡아보세요', '꼬리뼈를 낚싯바늘처럼 만다고 생각해 보세요' 등의 말은 어떤 의미인지 아직 전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요가를 한 지 한 달하고도 이 주 정도가 지났다. 가뜩이나 사람도 적은 곳인지라, 당연하게도(?) 남자 수강생은 나 혼자였다. 그런데 며칠 전 받은 수업에 남자 수강생 한 분이 들어오셨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반가워요!!! 환영합니다!!!!!!
99%의 내향성을 가진 나는 물론 속으로만 그렇게 외치고, 그저 거울로 흘끔흘끔 그분을 훔쳐보며 생각했다. 어떤 계기로 요가 수업에 등록을 하셨을까? 나이는 어떻게 되실까? 대학생인가? 직장 다니시나? 재미없다고 한 번 오고 안 오시진 않겠지? 나보다 훨씬 유연하신 것 같네. 저분도 내가(남자가) 있어서 반가울까? 별의별 생각을 하며, 혼자 내적 친밀감을 다졌다.
그리고 오늘은 그다음 수업이 있는 날이다.
오늘은 먼저 인사를 건네볼까? 안녕하세요. 대뜸? 그다음엔 뭐라고 하지? 남자분이 오셔서 반갑다고? 친해지고 싶다고? 내가 인사나 할 수 있을까? 내가 괜히 인사해서 불편해하면 어떡하지? 모르겠다. 어쨌든 난 그분을 매우 반기고 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