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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호 Dec 13. 2021

브런치에 글 안 올려도 괜찮아

이 죽일 놈의 스트레스

 브런치에 글을 써서 올려야 한다는 압박이 새로운 스트레스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뭐라도 써서 올려야 되는데. 이럴 거면 작가 신청을 왜 했을까? 글은 아무나 쓰는 건가? 아무 글이나 써서 올리면 다 작가인 건가? 취미로 시작했다 하면 글을 쓰는 게 즐거워야 하는 거 아닌가? 출근, 퇴근, 게임, 운동, 잠을 반복하면서도 그 안에서 내게 떠오르는 생각이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할 수 있어야 글을 쓸 수 있는 거 아닌가?


 브런치는 일기장이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씻고 출근해서 일하고 퇴근해서 게임을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가만히 누워서 쉰다는 내용을 쓰려고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진 않았다. 감수성이 풍부하지도 않고 감정이라는 게 뭔지도 잘 모르며 어휘도 문장력도 모자란다. 그럼에도 내 생각을 공유하고 싶었다. 단 한 명이라도 공감해주지 않을까.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시작은 그랬다. 최근엔 베트남 출장 중 있었던 나의 마지막 연애 이야기를 쓰고 있었는데, 이건 뭐, 삼류 야설도 아니고. 그저 객관적인 경험의 나열일 뿐이었다. 남의 글을 읽기만 하는, 많이 읽지도 않는 내가 보더라도 재미도 없고 영양가도 없는 글을 발행할 수는 없었다.


 뭐라도 써서 올려야 한다는 짐을 이 글을 올림으로써 덜어보려고 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 줄 모르고 살았을 때는 난 스트레스를 별로 받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그건 대단한 착각이었다. 언제나 자신에게 엄격한 기준을 들이밀며 나를 벼랑으로 끌고 간다. 난 나에게 너무 엄격해. 그러니까 그 정도는 괜찮아. 그래도 돼. 이렇게 생각하고 나면 마음이 편해질 줄 알았다. 아니, 그걸 핑계로 너무 편한 대로 막 사는 거 아니야? 하는 죄책감이 날 옭아맨다.


 결국은 그래도 괜찮다고 마무리를 짓고 싶다.  그 정도는 괜찮다며 마음이 편해지면 좋고, 그걸 핑계로 너무 막 사는 것 같아도 괜찮다. 편한 대로 막 살면 좋지 뭐. 거기에서 죄책감을 느끼는 것도 괜찮다. 까짓 거 죄책감 좀 느낄 수도 있는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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