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끝나고 출근을 했다. 회사에서 정한 출근 시간은 9시, 내가 회사에 도착한 시간은 7시 20분. 사무실 보안 경비를 해제시키고, 탕비실에 가서 물 한 컵을 마셨다. 차에 누워서 한 시간 정도 자려고 사무실을 나섰다. 갑자기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식은땀이 났다. 연휴 후유증으로 몸이 회사를 거부하나 싶어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잠을 청했다. 8시 40분에 일어나서 다시 사무실로 가는데, 또 어지럽고 식은땀이 나며 구토감이 올라왔다. 이것은 필히 체했을 때의 느낌이었다. 화장실로 달려가 구토를 했다. 물과 위액을 잔뜩 토해냈다.
토를 하고 나서도 어지러움과 메스꺼움과 가슴 답답함이 가시지 않았다. 때때로 올라오는 구토감에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다가 위액을 한 번 더 토해냈다. 그래도 몸 상태는 여전했다. 일주일 쉬고 출근해서, 두 시간 동안 화장실만 들락거리다가 조퇴를 했다. 병원에 가서 증상을 설명하고 약을 처방받고 집에 가서 누웠다.
누워 있으니 잠이 와서 낮잠을 잤다. 일어나서 상체를 세우면 너무 어지러웠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눕고, 누우니 잠이 와서 또 자고, 일어나서 물을 마시거나 소변을 보고, 그럼 또 어지러워서 눕고, 누우니 잠이......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사실은 이틀을 그렇게 보냈다.
근데 나는 왜 체한 걸까? 마지막으로 음식을 먹은 때는 출근하기 전날 저녁 5시 반쯤이었다. 그걸 먹고 체했으면 아침까지 멀쩡했을 리가 없는데. 열세 시간이나 지난 상태였는데.
아침엔 사무실에서 물 한 컵 마신 게 다였다. 그 물을 마시고 체했다고밖에 생각할 수가 없었다. 물 마시고 체하다니. 이놈의 몸뚱이는 어떻게 이렇게 나약한 건지. 3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건강이 나빠지고 있다는 게 너무나 실감 난다. 물 마시고 체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작년에도 자기 전에 물 한 번 마셨다가, 체해서 구토를 하고 나서 잠을 잔 적이 있었다.
이틀 동안 고생을 하고 나니 먹는 게, 특히 마시는 게 조심스러워졌다. 물도 천천히, 밥도 천천히(원래 느리지만 더 느리게) 먹게 된다. 너무나 배가 고프지만 체할까 봐 무서워서 소식을 하게 된다. 이건 조금 좋은 점인 것 같다. 아니, 많이 좋은 점인 것 같다. 식욕을 참을 수 있는 방법은 바로 고통에 대한 공포였다. 건강을 위한 다이어트의 마음가짐이 이렇게 간단한(?) 거였다니. 소식하며 운동도 열심히 할 동기를 부여받았다. 당분간은 '또 아파서 고생하고 싶지 않으면 그만 처먹고 제발 운동 좀 하자'는 생각으로 건강 관리를 하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