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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호 Jan 20. 2023

용기가 없어 그냥 산다

 또다시 스트레스에 취약해지는 때가 왔다. 지금이 그렇다. 이유는 모른다. 별 것 아닌 일에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받고 있다. 그리고 그 원인은 바로 나 자신이다. 내가 나한테 스트레스를 준다.


 회사에 일이 없어서 출근해서부터 퇴근할 때까지 브런치를 본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놀면서 월급 받으니 좋은 것 같다가도, 이렇게 아무런 발전 없이 시간 죽이며 살아도 되는 건가 싶다. 나이는 먹어가는데 경력은 안 쌓인다. 일을 안 하니 잡생각이 너무 많다. 삶은 무엇인지 인생은 뭔지 나는 누구인지 따위의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 이런 사고를 하는 시간이 철학적인 자아 성찰의 시간이면 좋겠지만 항상 부정적인 쪽으로 기우는 것이 문제다. 삶이란 그 자체로 엄청난 고통이고, 고통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발버둥치는 것이 인생이고, 그 발버둥조차 제대로 못 치는 게 나라는 결론이 나와 버린다.


 출퇴근길 운전은 엄청난 스트레스다.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는 차들을 볼 때마다 혈압이 치솟는다. 나에게 직접 피해를 주지 않아도 시야에 들어온 것만으로 너무 화가 나서 주체가 되지 않는다. 소리도 질러보고 별 거 아닌 일이라고 자신을 설득해보고 심호흡을 해도 화가 쉬이 가라앉지 않는다. 출근은 한 시간 반 일찍 나와서 최대한 차가 없을 때 한다. 스트레스를 덜 받기 위함이다. 퇴근은 언제 해도 차가 많다. 8시 이후에 하는 게 아니면 효과가 없다. 밥도 먹어야 하고 운동도 해야 하고 집안일도 해야 하고 가만히 누워서 쉬는 시간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 8시까지 앉아 있기가 힘들다. 그래서 정시 퇴근을 한다. 그렇게 또 운전하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집에 오면 온몸에 힘이 다 빠진다. 들어오자마자 마스크와 가방도 벗지 않고 바로 방바닥에 누워서 충전을 시작한다. 하지만 떠오르는 생각들이 온전한 충전의 시간을 가지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자신이 무능력하고 한심한 사람이라는 생각. 자신을 괴롭히는 생각만 하는 미련한 사람이라는 생각. 운동하러 간다고 해 놓고 가만히 누워있는 쓰레기라는 생각. 배는 고프지만 밥 먹기도 귀찮아하는 병신이라는 생각. 연애를 하고 있는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라는 생각. 하고 싶은 말도 못하는 바보라는 생각. 부정적인 생각만 하는 정신이상자라는 생각. 죽어야만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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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곧 괜찮아질 거니까 괜찮다고, 스트레스 받아도 괜찮다고 되뇌어 보지만 효과가 없다. 곧 괜찮아지는 건 맞지만 안 괜찮은 시간이 또 올 것이다. 그래서 괜찮지 않다. 스트레스는 그 자체로 괜찮지 않다. 하나도 괜찮지 않다. 괴롭고 힘들다. 그럼에도 살아 간다. 의지가 없어도 살아진다. 죽으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 용기는 나에게 없다. 그래서 그냥 산다. 어떻게 하면 고통을 덜어낼 수 있을지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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