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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천경마 Feb 13. 2022

내 비행기는 왜 늦게뜨나

개도국 비행 승무원에게 바치는 전상서


승무원들 사이에서 우스갯소리로 가장 어려운 비행을 꼽으라면 서남아 비행을 꼽는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남미나 아프리카도 직항이 있지만 E9비자를 포함한 인적 자원의 교류는 아무래도 아시아권에 머물고 있으며 서남아시아 문화의 특성은 우리나라와 가지는 물리적 거리만큼 문화의 갭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비행의 어려움이 몰리는, 그야말로 잭팟이라도 터지게 되는 날에는 저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어깨 들썩거리면서 울먹이는 신입승무원을 만나기가 어렵지 않은 노선이 바로 이 서남아시아 노선이다 



0. 지상 승무원은 왜 이렇게 불친절한가


우리는 보통 인천에서 항상 밝거나 혹은 적어도 화나지 않은 승무원과 탑승수속을 진행하게 되는데 개도국에서는 탑승객의 익숙하지 않은 탑승 준비절차로 모두가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위탁수하물 무게를 한참 넘겨온다거나, 수하물에 태그를 붙일 수 없게 해온다거나, 코로나 검사지를 안 가져온다거나, 체크인을 하고 돌아다니다가 한참을 찾으러 다니게 만든다거나.. 흔히들 항공 안전규정은 피로 쓰인다고 하는데 여기 피로 쓰이지 못한 규정 때문에 지상 승무원은 외국인과 현지인을 가리지 않고 날이 선채로 탑승수속을 진행하며, 욕만 안했지 표정 보면 날이 잔뜩 선채로... 건드리면 터질준비를 한채....너진짜 이럴래....


1. 비행기는 버스인가


요즘에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코로나 이전만 해도 비행기 탑승이 시작되면 서로 먼저 타려고 아우성치는 현지인들을 만나기가 어렵지 않았다. 비행기 몇 번 타본 사람들, 그리고 특히나 잔머리 쓰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먼저 타는 게 이득인지 나중에 타는 게 이득인지를 고민하면서 언제 탈지 각을 선택하는데 비해, 비행기가 익숙하지않은 분들은 늦게 타면 목적지까지 몇 시간씩 서서 가던 현지 대중교통의 추억이, 비행기 탑승을 위한 대기열과 오버랩되면서 먼저 타려고 혼잡을 만들어낸다 특히 복도가 한 줄짜리 비행기의 경우 뒷좌석이 먼저 탑승하는게 정시 출발의 중요 요소일수 있는데 그런 게 없다 그냥 게이트 열리면 달린다 


2. 물 흐르듯 앞사람을 따라서


탑승하면 비행기 입구에서 승무원들이 친절하게 좌석 안내를 해주게 되는데 비행기를 처음 탑승한 분들은 엄청난 긴장을 하고 있기때문인지 이 안내를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 앞사람을 따라 가다가 그냥 습관처럼 그냥 빈 좌석에 앉게 되는데 나중에 진짜 좌석 주인이 나타나게 되면 다시 일어나서 원래 자리를 찾아 헤매게 된다 복도가 두 개인 비행기는 복도를 건너가야 되는데 좌석 사이를 비집고 건너기도 하고 멀리 돌아서 건너기도 하는데 제자리를 찾는 일은 당사자에게도 승무원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선반위에 올린 기내수하물을 내려서 다시 그 혼잡속으로.. 혼돈이 점점 가중되기 시작한다


3. 기내 수하물 제한은 도대체 몇 킬로인가 


기내 수하물은 상상을 초월하는 경우가 많다 도대체 무슨 짐을 편성하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기내 수하물이 위탁수하물만큼 무거우며 승무원이 쉽사리 들 수조차 없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몇년 전 카타르 항공으로 우간다 넘어갈 때 기내 수하물 무게와 개수를 엄격하게 재길래 너무 타이트한 것 아닌가 불평했었는데 한번 타고나서 깨달았다 기내 수하물에 대한 체크가 없으면 당장은 편할 수 있어도 전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  그 외 항공사들은 보통 여유를 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게 참 어렵고 힘들다 그리고 이들이 항공사를 선택하는 중요 기준 중에 하나가 된다 

캐리어를 올리는 승무원이 힘겹다.  놀랍게도 이 승무원은 직접 올리지 못할거면 들고 타지 말라는 훈계를 직접 승객에게 했다 놀라운 일이 아니다 승무원도 두 번에 걸쳐 역도하듯 겨우 올렸기 때문이다
결국 기내 수하물 칸 뚜껑을 제대로 닫지 못하고 비행기가 이륙했다 넣은 짐도 많고 넣을 짐도 많으며 넣을 짐의 무게도 무겁다 우리는 이렇게 다섯시간을 비행했다


4. 종교적인 이유


종교적인 특성이 강한 국가의 경우 비행기 탑승에서 같은 승객으로부터 자리 변경을 요구받을수있다 특히 무슬림 국가 중에 부르카를 입으신 두 분의 여성분이 3-4-3 (복도)로 구성된 비행기 안에서 좌석변경을 요청했고 자기들은 자신들의 옆자리에 남자가 앉을 경우 비행기를 탑승할 수 없다고 버텼다. 한참을 실랑이를 벌이다 승무원들이 빈자리를 찾아서 조치해줬다 문제는 이걸 배려차원에서 부탁했으면 좋았을 텐데 권리의 느낌으로 부탁해서 문제해결이 더 오래걸렸던 기억이 난다 셀프 체크인이 만연한 요즘, 이런 상황에 맞닥드리면 해결하기가 모두 쉽지않다


종교적인 이유는 자리만에 국한되지 않는다 종교별로 가리는 음식이 많은데 반드시 이게 기내식에 반영되어야 한다 항공사에서는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보다 만인에게 보편적인 편성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결국은 승객이 사전에 요청한 특별식을 제공하여야 하며 이것이 비행기가 늦게 출발하는 요인은 아니지만 이륙 후 승무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소는 분명하다 


5. 폭발


비행기의 자체적 연착은 한 가지의 원인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앞서 언급한 여러 요소들이 동시에 그것도 복합적으로 일어나서 발생하게 되는데 이런 혼돈의 틈바구니에 있게 되면 비행기는 당연히 연착되기 마련이고 화장실을 이용하는 승객이 생기게 된다 문제는 물로 뒷처리를 하는 습식 화장실에 익숙한 현지분들이 굉장히 말라야 하고 반드시 말라야만 하는 건식 화장실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생수한병을 요청해서 이걸 들고 화장실에 가시는데... 이것이 이륙 전부터 화장실이 혼돈의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며 보통 힘들어하는 승무원들은 여기서 운다 


6. 요즘 비행기 문화


이륙과 동시에 슬그머니 마스크를 벗는 경우가 많다. 약자에 대한 감수성이 덜해서 그렇다기보다 출국을 위해 거쳤던 우리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수많은 절차와 통제를 벗어나 이제 모든 게 '끝났다'라는 심리가 작동하는 것으로 판단한다 최근 몇몇 개도국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발생하여 노선이 운항정지당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것은 국적기와 외항사를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 흔히들 비행기에서 필터가 좋다. 제트엔진 열기류에 공기를 태운다 그러는데 마스크 안 쓰고 열 시간 같이 오면 위험하긴 마찬가지가 아닐지


성질 급한 한국사람들은 게이트 앞에 모여있거나, 거리가 떨어진 흡연장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거나, 화장실에 있어도  한쪽 귀를 게이트 소식에 열어두고 있고 탑승 차례가 오면 알아서 잘 탑승한다. 원래 잘 탑승했다기보다 이런 문화의 우여곡절을 이제 겪지 않아도 될 만큼 비행기에 익숙한 나라가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조금 먼저 탈수도 있고 조금 늦게 탈수도 있고 이것은 중요하지 않다. 먼저 타서 빈자리 눈치를 보다가 문 닫히는 순간 편한 자리로 점프를 뛰거나 맨 마지막으로 타서 아예 넓은 빈자리에 자기 자리처럼 자연스럽게 앉는 것도 우리에게 이제는 익숙한 비행기 탑승 전략이다 


그런데 이런 개도국 비행기에서는 무조건 먼저 타는걸 추천한다 먼저 타서 기내 수하물 정리하고 자리에서 편하게 대기하는 걸 추천한다 화장실도 갈 거면 미리 가거나 빨리 가야 한다 그들이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지만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너무 힘들어할까봐 이렇게나마 진심어린 염려를 전한다


당신이 개도국에 갈일이 얼마나 있겠냐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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