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친구가 꽃 나무들 사이에서 분홍색 드레스를 입고 우아하게 앉은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했었다.
꽃도 진분홍, 드레스도 진분홍, 친구의 미소도 진분홍
그때는 그 꽃이 무슨 꽃인지 몰랐는데 알고 보니 동백꽃이네.
무언가를 새로 알게 된다는 것은 흥미로운 연쇄작용을 일으킨다.
처음에 그 꽃이 무슨 꽃인지 몰랐을 때, 친구의 프로필 사진을 보았을 때는 그저 이쁘네, 가 다였는데
동백꽃에 대해 약간의 지식을 가진 후, 그 사진을 다시 보니 '굳은 약속', '손을 놓지 않는다'란 꽃말을 가진 동백꽃을 왜 친구가 웨딩 사진의 배경으로 선택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 친구 커플이 오래 사귀다 결혼한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 어떠한 꽃보다 더 잘 어울린단 생각도 들었다.
더불어 동백은 11월부터 개화하여 2~3월에 만발하는 꽃이라는데.
겨울에 피는 꽃이라! 찬란한 생명들 틈에 피는 것이 아닌 고요한 황량 속에서 피는 것 또한.
어느 모임 날, 우리에게 '나 ㅇㅇ대학 부교수가 되었어.'라고 수줍게 말하던 그녀의 모습과 어딘가 맞닿아 보였다. 나는 그 친구가 그런 커리어를 쌓고 있었는지는 꿈에도 몰랐다. 평범하게 회사만 다니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날, 그녀의 면접 일대기와 준비 과정을 들으면서 자극을 받았던 기억이 이 '동백꽃'이란 단어 하나로 생생하게 살아났다.
어떤 것에 대한 얄팍한 지식만으로도 무언가에 대해 많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은 좋다.
어떤 것에 많은 의미를 줄 수 있는 힘은 그것에 더 많은 향을 줄 수 있는 것과 같다.
그 향은 뇌리에 계속 남아 나는 그걸 두고두고 음미하고 또 그 향들은 내 안에서 섞여 전혀 다른 새로운 향이 된다.
아직도 알아갈 것들이 너무도 많아서 설레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