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독 Feb 19. 2024

달리기

더하기

워낙 집돌이어서 특별한 일이 없으면 밖을 잘 나가지 않는다. 약속이 취소가 되면 기분이 좋을 정도로 이불속이 좋다. 쉬는 날이면 암막 커튼이 쳐진 방안에 누워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나에겐 충전의 시간이었다. 어쩌면 게으름을 휴식으로 착각했던 시간들이 아닐지 모르겠다. 햇빛을 피해 다니며 활동량이 줄어드니 소화도 잘 안되고 알 수 없는 무기력함이 종종 찾아왔다. 


어떤 뮤지컬 배우가 스스로 게으르다고 느낀다면 냉장고에서 마스크팩이라도  꺼내서 하라고 하더라. 작은 움직임을 시작으로 게으름을 이겨낼 수 있다고. 언제부터 이렇게 집에만 있었을까 생각하다가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집을 나섰다. 무엇보다 갈수록 체력도 바닥으로 치닫는 느낌이 들어서 무작정 러닝화를 신고 집 앞 중랑천으로 갔다. 


도봉산역에서 장암역까지 왕복으로 왔다 갔다 하면 삼 킬로 정도 된다. 시간은 이십 분. 오랜만에 뛰어 보는 거라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컸지만 걱정과 다르게 할 만했다. 가볍게 양쪽 다리를 왔다 갔다 하며 호흡에 집중했다. 이어폰도 빼고 강가에 오리와 분홍빛 노을을 보며, 내 숨소리에 집중하며 뛰었다.  평소 많았던 걱정과 잡생각들이 하나 둘 정리됐다. 하루 중 유일하게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커가면서 참을성은 점점 줄어들고 포기가 턱 끝까지 잘 차올랐다. 그래도 포기는 하지 말자는 생각에 이 악물고 버텨낸다. 뛸 때도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는데 이 정도도 못하면 무얼 하겠냐는 생각에 더욱 힘차게 달렸다. 건강을 위해서 시작한 달리기였지만 별개로 얻는 게 많아서 꾸준히 달리게 된다. 이십 분이라는 짧은 시간이 내게 가져다주는 뿌듯함과 개운함이 엄청난 선물 같다. 휴식과 게으름은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지만 적당한 비율로 놔두면 달콤한 하루가 될 거다.



때로는 결심 없이 나서는 게 답일 수 있다. 무기력함을 느낄 땐 무작정 뛰어보시기를. 

작가의 이전글 하고 싶은 게 뭐예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