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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소현 Mar 09. 2023

브런치에서 대놓고 팀장님 욕 좀 하겠습니다.

챌린지를 받으면 200%의 반동 에너지가 생깁니다.

뷰티 MD 3년 차, 챌린지를 받으면 200%의 에너지가 생기는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 깨달은 순간에 대한 글입니다. 회의 내용은 대외비이지만, 오늘은 그 대외비도 공개합니다.




다음은 팀장님이 회의 시간에 내게 하신 말씀이다.

“프로님이 이 제품으로 3,000만 원 하면 인정할게요.”

“이 프로젝트는 잘 안 될 것 같아요. 힘 빼세요.”


매주 수요일 주간 회의. 팀장님과 나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기류. 우리는 매주 팀장님께 담당하는 프로젝트의 예상 매출을 보고하고 피드백을 받곤 하는데, 내가 특히나 자주 받는 피드백이 그러하다.


빅딜로 만들 것이라는 자와 힘 빼라는 자. 마치 창과 방패의 싸움 같다.


이건 이래서 안 될 것 같고, 저건 저래서 안 될 것 같고. 너무 까여서 가루가 된 오전 회의가 끝나면

난 자리로 돌아가, 곧장 메이커님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대표님, 저희는 이번에 무조건 5,000만 원을 해야 합니다.”


좌절은 잠시, 팀장님의 생각을 깨버려야겠다는 의지가 활활 불타오른다. 오히려 느슨했던 업무에 긴장감을 불러주는 좋은 자극제다. 이미 충분히 좋았다고 생각했던 상세페이지를 다시 한번 뜯어고치고, 메이커께는 동기부여를 더 확실하게 한다.




빅딜이 탄생하려면 꽤 여러 가지의 요소가 필요하다.


좋은 제품, 매력적인 상세페이지, 적절한 광고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메이커의 의지.

아무리 한쪽이 뛰어나다고 해도, 이 중 한 가지의 요소라도 부재하면 절대 빅딜이 될 수 없다.


그래서 난 한쪽이 비상하게 뛰어난 메이커님을 만나면, 이 딜은 잘 될 거라고 확신한다.

그 이후에 내가 프로젝트 디렉터, PD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뛰어난 요소를 더 뛰어나게 강화하고 부족한 부분은 적절한 균형을 이루게끔 조율하는 것이다.


이 브랜드는 유명한 오프라인 매장을 소유하고 있어 마케팅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이 브랜드는 나 자신도 내돈내산 하고 싶을 만큼 엄청난 상세페이지가 나왔고..

이 브랜드는 그간 시중에 없었던 제품이라 제품력으로 승부할 수 있고.. 등등의 나만의 가설.

그리고 이러한 부분은 당연히 팀장님은 알 수 없는, 미팅을 통해 캐치한 ‘나만이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팀장님과 함께한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안 될 것이란 피드백을 받았지만 결국엔 3천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제품의 수는 열 손가락으로도 부족하다.

“안 되는 것”을 되게 만들고, 결국엔 “역시”가 되는 과정. 그리고 나만의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이 완벽히 들어맞았을 때의 그 짜릿함.


나도 사람인지라, 가끔은 너무 속이 상해 뒤에서 남몰래 운 적도 있다. 왜 자꾸만 안된다고 하는 거야..

하지만 알고 있다. 애정 어린 시선이라는 것을. 그리고 챌린지를 받으면 받을수록 잘하고 싶어서 불타오르는 내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신 분이시기에.



팀장님이 안 될 거라던 딜.. 첫날 5,000만 원 매출 대순황 중;;;


오늘도 ‘안 될 딜’을 되게 만든 날.

늦은 저녁 집에 돌아가며 하게 된 팀장님과의 통화에서, 괜히 모르는 척 물었다.


“혹시 절 자극받게 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신가요?”

“맞아요. 그리고 가끔 프로님이 자만하면 꼴보기 싫기도 하고? 더 커야 해!라는 생각도 해요. 너무 솔직한가?”


아! 이젠 알겠다. 팀장님의 ‘안 된다’는 말은 사실은 너무나도 ‘될 거다’였구나. 이거 될 딜이니까 정신 똑바로 차리고 ‘만들어봐라’는 응원이었구나.




다음번에도 늘 그렇듯이 난, 주간 회의에 ‘안 될 프로젝트’를 가져갈 것이다. 그리고 어김없이 팀장님으로부터 즐거운 잔소리를 들을 것이다.


그럼 난 몇 달 뒤, 또 신이 나서 팀장님께 메시지를 보내겠지.

“거 봐요. 제 말이 맞죠?”






제목을 자극적으로 썼지만 사실 저희는 그 어떤 상하관계보다 사이가 좋습니다.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거 아니죠? 팀장님?)

이 브런치의 주제도 팀장님이 직접 제안했다면 믿으시겠어요?


글을 발행하기까지 많은 고민과 망설임이 필요했지만, 이 글이 '프로젝트를 디렉팅 하는 사람들'의 정체성을 조금이나마 대변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공유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발행 전 팀장님께 미리 글을 보여드리고 받은 답변으로 글을 마칩니다.

실컷 욕 해놓고 찔려서 보낸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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