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이세 Apr 19. 2023

월급날만 곱씹는 나에게

1년 후의 너는 무얼하고 있니

작년 이맘때쯤 나는 막 연애를 시작했고, 조금은 서투르고 어색하지만 행복한 날을 보내고 있었다. 심지어 상반기 삼성 계열사 서류에 붙어서 꽤 자신만만한 삶을 살았다. 1년 후가 지난 지금, 남자친구와는 조금 덜 설레지만 편안한 연애를 하고 있고, 해결할 수 없는 크고 작은 문제들로 고민을 하고 있으며, 삼성은 당연히 떨어졌다. 그때의 절망감을 생각하면 이루 말할 수가 없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취직을 하여 경제활동을 하고 있으니, 아주 배드엔딩은 아닌 것 같다.


회사를 여러 곳 다녀 보았기 때문인지 일에 대한 열정을 가질 수 있는 시기는 내겐 이미 지난 지 오래다. 있는 일, 주는 일만 똑바로 쳐내고, 받는 만큼만 일하는 것이 내가 원하는 회사생활의 모습이다. 하지만 회사는 언제나 내게 더 나은 버전의 나를 요구하고, 그러다 보면 결국 또 타의적으로 일에 끌려 다니는 나를 발견한다.



이러한 고통 속에서 나를 움직이는 유일한 희망과 원동력은 바로 모든 직장인들이 기다리는, 월급(돈)이다. 4월을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대체로 그리 좋지는 않았던 것 같고, 시간이 흘러 월급날이 다가오니 마냥 설레고 기쁜 마음이 더 커진다. 퇴근 후에 친구들과 맥주 한 잔 하면서 "다음 주에 월급 들어온다!"라고 말하는 순간 피곤이 가득한 친구들의 얼굴에 갑자기 화색이 도는 것을 나는 보았다.



직장인에게 월급이라는 단어만큼 행복한 단어가 또 있을까?



 


하지만 내 아버지는 돈을 많이 벌고 싶으면, 돈을 좇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돈에 혈안이 되는 대신 네가 맡은 일을 책임감 있게 수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돈이 들어온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 말은 아직은 잘 모르겠다. 당장의 월급날이 이렇게나 기쁜데, 어찌 돈을 좇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런데 또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니, 1년 후에도 내가 월급날만을 바라보며, 그저 그런 별로 즐겁지도 않은 일을 하며 살고 있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갑갑하긴 했다.


아버지는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자신의 회사에 들어오는 신입들을 들먹이며, 회사에서 가치를 찾아? 회사가 힘들어서 못 다니겠어? 그거 다 개소리야. 행복한 직장은 없어, 다들 하기 싫어도 먹고살아야 하니까 꾸역꾸역 다니는 거지. 회사 밖에 나가도 똑같이 힘들 뿐이야. 오히려 월급 따박 따박 주는 직장인이 그나마 나은 삶이니까 그 삶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 지속해 나가는 거지,라고 말이다.


아버지의 말은 꽤나 절망적이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었다. 어느 곳에 가더라도 나는 꽤 비슷한 삶을 살지 않을까, 라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아버지의 의견에 대해 현실적으로는 납득하면서도 내심, 내가 꿈꾸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곤 했다. 부모의 그늘을 벗어나 오롯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돈을 번다면 얼마나 재밌고 뿌듯할까. 생각하면서,



세상에 쉬운 일이 없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면 그 열정과 지속성은 확연히 차이가 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돈을 벌려면 돈을 좇지 말라는 아버지의 말은, 내가 그 일을 정말 사랑하고 좋아할 때나 해당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저 그런 일을 하며 돈까지 쫒지 않는 것은 조금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결론은,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월급날만 기다리는 내가 1년 후에도 변함없이 그러고 있다면 조금은 슬플 것 같다는 것이다. 1년 후의 나는 월급 대신, 세상을 조금 더 풍요롭게, 누군가는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쓰며, 사랑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 되어 있으면 좋겠다.





p.s. 1년 후의 나에게

- 월급을 받는 자가 아닌 주는자가 되어있길..






작가의 이전글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나, Be kind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