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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세 Dec 15. 2023

그래도 회사는 다녀야지

퇴근 후 글쓰기

오랜만입니다.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회사를 지내며 이것저것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브런치에는 소홀해졌습니다.


어찌하다 보니 회사를 벗어나기 위한 발악이 그저 부업 수준에 그치고 있는 요즘입니다. 그럼에도 회사를 벗어나 내 나름의 자유로운 삶을 사는 꿈은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어요. (어쩌면 그런 희망 때문에 직장인이라는 삶을 견뎌내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브런치에 글을 쓰지 않는 동안 했던 것들은 블로그, 유튜브, 소설 초고 쓰기, 개인적인 취미생활(생존을 위한), 그리고 야근...이었는데요. 제 마음속 목표인 1일 1 포스팅을 하고 있다 보니 퇴근 후 글 몇 개를 쓰고 나면 더 이상 글을 쓸 여력이 없더라고요. 그 와중에 유튜브도 시작해서 유튜브 편집도 하고 또, 제 꿈이 최종적으로는 작가이기 때문에 처음으로 긴 호흡의 소설을 쓰고 있기도 합니다.


사실 대부분이 머리를 써서 스토리를 써 내려가는 일이기에 브런치까지 쓸 시간과 에너지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브런치의 다양한 글을 보면서 제가 에세이를 풀어내는 작문 능력이 그렇게 좋은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여러모로 브런치를 뒤로한 채 지냈지만, 그 사이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것! 저는 가만히 쉬는 걸 잘 못하거든요. 물론 쉴 때도 있지만 항상 불안한 마음을 품고 있답니다.




사실 중간중간 브런치에 이런 내용의 글을 써두면 좋겠다!라는 생각은 했지만 실천까지는 가지 못했어요. 반성합니다. 블로그는 아무래도 좀 더 자유로운 공간인 만큼 정제되지 않은 유행어와 줄임말, 쉼표를 남발하며 평소의 저를 드러내는 공간이라면, 브런치는 조금 더 깊고 솔직한 제 내면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곳이거든요. 그래서 사실 블로그보다는 브런치에 더 집중했으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러나 아무래도 블로그 체험단이 주는 이득을 뿌리칠 수가 없는 아련한 박봉 직장인이라는 제 자아가 더 강했던 것 같습니다.




또, 저는 그동안 많은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기반성과 연민의 시간을 보냈답니다.


열정 있는 동기들의 모습과 그렇지 않은 나의 모습, 그래도 나는 저들보다 잘 풀리겠거니 하는 오만과 자만, 그리고 근거 없는 자신감, 하나둘씩 결혼이라는 여행을 떠나는 친구들, 나보다 높은 연봉을 받으며 내가 목표한 자산 금액에 먼저 발을 디딘 친구들, 엄마의 갱년기, 부모님의 이혼 갈등, 개인적인 꿈과 그렇지 못한 현재의 나 사이 괴리감 등...


어느 하나 쉽지 않은 나와의, 외부와의 갈등을 겪었어요. 그런 것들을 이곳에 풀어놓았다면 더욱 성숙한 내가 되어있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글로 나의 감정을 쓰는 것은 내 감정정리에 정말 큰 도움을 주거든요




그래도 이룬 것이 있다면 제가 마음속으로만 생각하던 소설 집필을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퇴근 후 하루에 많게는 8000자에서 적게는 1000자씩 써 내려간 결과 벌써 워드 파일 기준으로 80장이 넘는 내용을 썼어요. 가끔 내가 쓴 글이 너무 오글거려서 꼴 보기 싫다가도, 그래, 완성은 해야지 하고 다시 쭉 들여다보면, 나름 재밌는데? 하며 자아도취하는 아수라 백작 같은 태도를 유지하는 중이에요.



좀 더 어릴 때, 아직 회사를 다니지 않은 말랑한 뇌로 집필을 시작했으면 더욱 좋았겠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하지만 지금도 아직 늦지 않았다고 믿습니다. 왜냐면 즐기는 제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꽤 기특하거든요. 그리고 하나 더 든 생각, 오히려 안정적인 수입원을 하나 알박아 놓은 덕에 소설을 써서 무조건 대박 쳐야 한다는 부담감을 조금 덜 가질 수 있다는 사실! 


예술가(호소인)에게 고정적인 수입은 생각보다 중요하니까요.


회사일이 항상 제가 맘먹은 것처럼 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월급이라는 게 들어와 최소한의 저축은 할 수 있는 상태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전히, 저는 많이 부족하고, 직장인으로서의 열정보다는 다른 쪽으로의 열정이 더 크지만요. 또, 퇴근 후 뭔가를 하는 것은 정말 지치고 힘들지만, 이 정도 고난은 있어야 제가 오기를 가지고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 망할 회사! 내가 엄청 유명한 작가가 되어서 내가 이 회사의 고객이 되겠어! 같은 독기를 품게 되거든요.


결국 이러나저러나 회사는 다녀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릅니다.


아무튼 모든 직장인 여러분들에게 응원을 보내며 장황한 근황을 마치겠습니다.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직장인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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