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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틈 Oct 17. 2022

사랑하는 주변인 탐구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0)

그녀는 사랑스럽다. 그녀는 키가 작고 아담하여 오종종 걸어 다니는 모습이 야무지고 앙증맞다. 그녀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녀에게 말티즈 같다고 말한다. 짧은 단발머리에 복슬복슬 파마를 한 모습이 그녀의 소중함을 한껏 살려준다. 그녀도 그녀가 귀엽다는 걸 알고 있다.


그녀의 옷을 갤 때면 새삼 작은 것을 실감한다. 우리 집 빨래 중에 가장 사이즈가 작다. 옷에서 조차 귀여움을 숨길 수 없다.

그녀의 옷에선 그녀의 냄새가 난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냄새다. 섬유유연제와 그녀의 살 냄새가 섞여 나는 냄새인데, 나는 그걸 00 냄새라고 부른다. 그녀가 자주 입는 잠옷에서 00 냄새가 가장 심하다. 영영 보관하고 싶을 정도로 좋은 냄새다.


그녀는 음식을 먹을 때 되도록 입을 벌리지 않는다. 입술을 앙 다물고 오물오물 씹는다. 식사예절을 중요하게 여기는 그녀는 반찬을 뒤적거리는 것도, 쩝쩝 소리를 내며 음식을 먹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혹시나 지저분하게 먹는 것이 그녀에게 포착되면 한 소리를 듣게 되니 조심해야 한다. 


그녀는 자신의 말에 동의를 구할 때 오른쪽 눈썹을 들썩거린다. 생각에 잠겨 먼 산을 바라볼 땐 팔짱을 낀다. 무슨 말을 내뱉을지 생각을 고르는 중인 것 같다. 시선을 멀리 두면 멀리 둘 수록 생각이 정교해지는 모양이다.


그녀를 관찰하려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으니 금세 시선을 알아차리고 “왜?”라고 묻는다. 눈치가 빠른 그녀다. “그냥”이라고 답하니 펭-하는 표정을 짓는다. 다시 먼 산을 바라보는 그녀다. 그녀의 눈엔 파란 하늘과 그 아래에 작은 뒷산, 그리고 줄 지어 서있는 아파트들이 담겼을 것이다.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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