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0)
그녀는 사랑스럽다. 그녀는 키가 작고 아담하여 오종종 걸어 다니는 모습이 야무지고 앙증맞다. 그녀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녀에게 말티즈 같다고 말한다. 짧은 단발머리에 복슬복슬 파마를 한 모습이 그녀의 소중함을 한껏 살려준다. 그녀도 그녀가 귀엽다는 걸 알고 있다.
그녀의 옷을 갤 때면 새삼 작은 것을 실감한다. 우리 집 빨래 중에 가장 사이즈가 작다. 옷에서 조차 귀여움을 숨길 수 없다.
그녀의 옷에선 그녀의 냄새가 난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냄새다. 섬유유연제와 그녀의 살 냄새가 섞여 나는 냄새인데, 나는 그걸 00 냄새라고 부른다. 그녀가 자주 입는 잠옷에서 00 냄새가 가장 심하다. 영영 보관하고 싶을 정도로 좋은 냄새다.
그녀는 음식을 먹을 때 되도록 입을 벌리지 않는다. 입술을 앙 다물고 오물오물 씹는다. 식사예절을 중요하게 여기는 그녀는 반찬을 뒤적거리는 것도, 쩝쩝 소리를 내며 음식을 먹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혹시나 지저분하게 먹는 것이 그녀에게 포착되면 한 소리를 듣게 되니 조심해야 한다.
그녀는 자신의 말에 동의를 구할 때 오른쪽 눈썹을 들썩거린다. 생각에 잠겨 먼 산을 바라볼 땐 팔짱을 낀다. 무슨 말을 내뱉을지 생각을 고르는 중인 것 같다. 시선을 멀리 두면 멀리 둘 수록 생각이 정교해지는 모양이다.
그녀를 관찰하려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으니 금세 시선을 알아차리고 “왜?”라고 묻는다. 눈치가 빠른 그녀다. “그냥”이라고 답하니 펭-하는 표정을 짓는다. 다시 먼 산을 바라보는 그녀다. 그녀의 눈엔 파란 하늘과 그 아래에 작은 뒷산, 그리고 줄 지어 서있는 아파트들이 담겼을 것이다.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